[PRESS] 부동산과 집, 그 사이 이야기 - 축복을 비는 마음

글 입력 2023.12.02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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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진_축복을비는마음_앞(띠지o).jpg

 

 

과거 문학 관련 수업을 들었을 때, 교수님께서는 한국 작가의 소설을 굉장히 좋아하시는 분이었다. 그때 추천받았던 여러 책 중에 김혜진 작가의 <딸에 대하여>가 있었고, 현실적인 내용과 핍진성 있는 문체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사는 터라 읽고 싶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학교 도서관에서 그 책은 대출 중이었고, 언젠가 김혜진 작가의 책을 꼭 읽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읽은 책, 바로 <축복을 비는 마음>이다.


사실 나는 소설집보다는 장편 소설을 좋아한다. 하나의 이야기에 깊이 빠져들고, 그 이야기만의 온도와 색깔에 물들어가고 싶기 때문이다. 하나의 소설집이 전체적으로 비슷한 온도와 색깔을 가지고 있다고 느꼈던 소설집은 김애란 작가의 <비행운>이 유일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두 번째로 이 감정을 느꼈다. 각기 다른 여섯 개의 이야기가 비슷한 명도와 채도를 띤 것 같은 소설집, <축복을 비는 마음>이다.


 

 

집=부동산의 시대


 

다른 나라도 그렇겠지만, 특히나 우리나라는 근 몇 년간 ‘부동산’이라는 화두에 대해 굉장히 민감해졌다. 지금 시대의 청년들은 성실하게 일해도 ‘내 집 마련’이 불가능한 시대라는 것이 큰 골자다.

 

소위 ‘집값’이 천정부지로 올랐다는 것인데, 그것 또한 일부 지역에 집중되며 비정상적인 불균형을 이룬다는 것이다. 초등학생 사이에서는 ‘전세 거지’라는 말이 남을 비방하기 위한 단어로 떠올랐다고 하고, 임대 주택과의 차별이 가시화되는 세상에서 더 이상 ‘집’을 논할 때 ‘부동산’의 의미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런 세태를 김혜진 작가는 정면 돌파한다. 집이라는 의미에서 소유에 대한 의미가 심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부의 계급론이 확산하는 이 사회를 그대로 마주한다.

 

이 소설에는 많은 주인공이 집의 이해관계와 얽혀있다. 집을 사러 온 사람, 집을 팔고 싶은 사람, 세 들러 온 사람, 그 세입자의 집주인, 건물주인, 건물주인의 잡일을 도맡아 하며 세입자에게 건물주의 대리인 노릇을 하는 또 다른 세입자, 집을 나눠 쓰는 사람, 집을 청소하는 사람.


그러나 김혜진 작가는 여기에서 한 번 더 관점을 바꿔 본다. 세입자만큼 고충이 있는 집주인. 동네의 지지부진한 재개발에 괴로워하는 건물주인. 집이 팔리길 바라며 물건을 주워 내다 파는 어린아이부터, 건물주인의 고통으로 건강이 악화한 지인을 둔 어른까지. 우리가 흔히 ‘집’을 떠올렸을 때 생각할 법한 환경의 인물은 등장하지 않는다.

 

가장 평범하지만, 평범하지만은 않은 등장인물을 통해 작가는 사회의 다각도를 조명한다.


 

뭐든 남들보다 천천히 한다고 생각하면 돼. 아무 문제 없어요. 밥 잘 먹으면 그걸로 된 거야. 걱정할 거 없어.

 

p86

 

 

그리고 결국 말하는 것은 ‘축복을 비는 마음’이라니. 김혜진 작가는 ‘이런 시대일수록 이런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라고 외치지 않는다. 그저 이런 시대에서 각기 다른 힘듦과 고충을 짊어지고 사는 사람들을 면밀히 비춰준다. 그렇게 살아가면서도 마음의 한 끗, 남의 집 청소를 할 때 이 집에 살 사람들의 축복을 비는 마음 정도의 한 끗을 보여주며 작지만, 온화한 불씨를 지펴준다. 세련된 방식이다.

 

 


꿈과 직업 사이


 

 

일? 아니에요. 이건 일 아니에요. 주인 씨, 이건 일 아니고 꿈이에요.

 

p226

 


집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라고 집에 대해 이야기만 하지 않는 것도 이 소설집의 매력이다. 특별히 즐거울 것 없이 살아가던 ‘주인’은 휴가 때 어떤 재밌는 일을 할 거냐는 회사 동료의 말을 듣고, 언어 교환 모임에 참여하게 되고, 그곳에서 마크를 만난다. 마크는 배우를 꿈꾸며 살아간다. 엑스트라, 단역 보조의 기회를 얻어 열정적으로 임하지만, 그것은 생계를 유지할 ‘일’이기에는 너무나 불안정하다.


최근 여러 사람과 만나 담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그곳에서도 하고 싶은 것과 일로서의 직업 사이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비단 이런 고민이 혼자만의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연령대와 상관없이 누구나 이런 고민을 하고 살아간다. 이 이야기에서도 주인은 그런 것이 걱정되어, 이 일이 좋냐고, 힘들지 않냐고 물어보는데, 뜻밖에 마크는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다. 일이 아니라 꿈이라고.


 

꿈은 이뤄내는 걸까 아니면 소중해 지켜내는 걸까

 

이루펀트 <분실물> 中

 

 

이 대목을 읽고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던 노래의 좋아하는 가사가 문득 생각났다. 무엇이든 이루기 전까지는 간직할 수밖에 없는데, 그 꿈을 이루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소중해 지켜내야 하는 걸까. 하고 싶은 일이 직업이 되면 정말 좋겠지만, 그 직업이 불안정해서 정말 생계로서의 직업이 되지 못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쩌면 마크의 답처럼 꿈은 꿈대로 지켜내는 것이 ‘꿈’ 그 자체인 것인지. 집이 부동산인 시대에서 큰 고민을 가지고 있을 청년 세대를 대변하는 문장이 아닐까 싶다.

 

 


살아봐야 알지


 

 

좋은 일인지 아닌지도 살아봐야 알지. 좋은지 나쁜지 뭐든 당장 알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어요.

 

p99

 


이 소설집의 이야기는, 앞서 말했듯, 흔하지 않다. 전형적이지 않고 진부하지 않고. 그러나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전형적이지는 않은데 보편적이다. 진부하지는 않은데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다.

 

그래서 김혜진 작가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으로 유명한가 보다, 싶었다. 핍진성이 살아있는 글, 생생히 그려지는 장면, 무리 없이 흘러가지만, 목구멍 끝에 계속해서 울컥함과 까끌까끌함이 느껴지는 글. 저력이 느껴졌다.


요즘 현대 소설은 현재 시제의 문제가 유행인가 싶다. 그래서일까,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를 위한 글이라는 것이 더욱 느껴졌다. 이 소설집에서 고민 없이 행복하고 즐거운 사람은 아무도 없다. 조금씩 음울하고 아프고, 가슴 한구석에 찝찝함을 품고 산다. 그럼에도 이 소설도 결국 희망을 그린다.

 

그리 산뜻하지 않은 사회 속에서도 믿음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면 틀림없이 좋은 날이 올 거라는 희망을 나는 김혜진 작가에게 배웠다.


 

믿음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면 틀림없이 보상과 대가가 뒤따를 거라는 사실도 그녀는 홍 사장에게 배웠다.

 

p114

 

 

 

주영지_PRESS.jpg

 

 

[주영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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