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은 그 이름이나 이미지가 갖는 똑같은 기능을 결코 완성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현실마저 그 단어가 지칭하는 대상이 바뀔 수 있다."
르네 마그리트는 사물과 단어의 부적절한 관계를 인식하는 것에 관심을 기울였는데, 이는 외형뿐만이 아닌 일상에서 자연스레 부르던 사물의 이름에도 한 번 더 의문을 던지게 만든다. 명명과 정의에 대한 본질적인 고찰. 이는 내게 충격적인 동시에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굳은 믿음에 돌을 던져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의 작품은 평범하고 익숙한 일상 속 오직 한 방향만을 향하고 있던 시선을 돌려 무딘 감각을 깨운다.
서양미술사 수업을 들었을 때 내게 작가와 작품의 이름은 텍스트에 불과했다. 가장 중요한 건 단지 작품이 어떻게 생겼냐는 것이었다. 이후 고흐의 생애를 담은 영화 <고흐, 영원의 문에서>를 본 후로 작품을 보는 시선이 조금 달라졌다. 작품을 보면 자연스레 작가가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지, 그는 어떠한 삶을 살아왔는지 궁금해졌고, 이를 알고 난 후 바라본 작품은 더 선명하고 가까웠다.
그래서 이번 전시를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다양하고 매력적인 총 다섯 가지의 테마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체험형 작품이 포함되어 있어 르네 마그리트의 세계를 보다 가까이 들여다볼 수 있다. 관객들은 단순히 바라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예술과 기술, 미술과 음악이 융합된 전시에 참여함으로써 그의 세계에 서서히 스며든다.
특히 첫 테마에는 작가와 작품세계에 대한 상세한 소개 영상, 연대기, 다양한 매체 작품이 준비되어 있다. 도입부 테마 하나를 할애해서 르네 마그리트라는 인물 자체와 그의 삶을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 이어지는 네 개의 테마를 더욱 가까이 보는 데에 큰 도움이 되리라고 믿는다.
이외에도 그의 초현실주의적 작품뿐만 아니라 그의 예술적 변천사에 따른 작품들, 그가 촬영한 사진과 영상 등 폭넓은 전시 구성으로 르네 마그리트의 삶을 통째로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단순히 작품을 배치해놓은 전시가 아닌 다양한 매체를 통해 그의 작품을 재해석한 작품 160여 점을 만나볼 수 있는 아시아 최초 멀티미디어 체험전인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 이러한 전시를 한국에서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다.
앞서 전시를 다녀온 많은 이들이 적어 놓은 호평을 보니 더욱더 기대가 된다. 이번 전시를 통해 익숙함 안으로 깊게 침잠해버린 일상의 무의식을 깨워 삶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기를 바라본다.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