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의 기나긴 우울과 함께한 종현의 노래들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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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8일. 내가 사랑하는 아티스트 종현의 생일이었다. 4월이 지나가기 전에 그의 노래에 관한 오피니언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다.
나는 언제나 그에 대한 글을 한 글자 한 글자 써내려가는 일이 참 어렵다고 느낀다. 가만히 그를 생각하면, 엉킨 실타래처럼 너무 복잡한 감정이 들기에.
그의 음악에 대한 나의 마음을 표현하기에는 글솜씨가 너무 부족하지만, 그래도 글을 써본다. 나의 기나긴 우울과 함께한, 나를 지켜준 종현의 노래에 대한 글을 써본다.
나의 우울과 마주하다
종현 - 엘리베이터 (Elevator)
몇 년 전 해외여행을 떠나는 비행기 안에서 이 노래를 처음 들었다. 밤이라서 어두워진 비행기 기내에서, 작은 창문 속 까만 어둠을 바라보며 비행시간 내내 노래를 듣고 싶다고 생각했다. 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였던 샤이니, 그리고 그 멤버들의 노래를 랜덤으로 재생해놓았다.
당시 '엘리베이터'는 종현이 엠넷 라이브 커넥션 방송을 하며 발표했던 노래로 기억한다. 어느 순간부터 부쩍 마음의 여유가 없어진 나는 정규 앨범이나 미니 앨범에 있는 노래 외에는 잘 챙겨 듣지 못했고, 그래서 나는 이 노래를 뒤늦게 들었다.
수많은 노래가 지나가고 이 노래가 이어폰을 통해 흘러나왔다. 처음 듣는 이 노래. 엘리베이터 거울에 비친 자신의 지친 얼굴을 보고 쓴 가사였다. 그는 자신에게 물었다. '언제부터 울고 있나요? 그대 어떤 표정 짓고 있는지 아는가요?'
노래를 들으며 나도 나에게 질문할 수밖에 없었다. 언제부터 혼자였는지, 언제부터 울고 있었는지. 많은 사람의 감정들과 이야기를 살피면서 정작 평생 같은 숨을 나눴던 '나'의 감정에 대해서는 왜 그리 무관심했을까.
'엘리베이터'를 들으며 나는 내가 오랜 시간 가지고 있던 감정이 '우울'이라는 이름의 감정이라는 걸 정확히 깨달은 것 같다. 그때 나는 나의 우울과 마주했다.
우울해도 괜찮아
종현 - 내일쯤 (Maybe Tomorrow)
나는 늘 너무 힘들었다. 뭐가 그렇게 힘들었냐고 묻는다면 설명하기가 좀 복잡하다. 이유야 어찌 됐든 난 늘 괴롭고 힘들었다.
사람들이 흔히 건네는 '힘내'라는 말이 나에게는 정말 부담스러웠다. 나는 언제나 충분히, 기를 써서 힘을 내고 있었다. 그래도 힘든데, 여기서 어떻게 더 힘을 내라는 거지?
그런 의미에서 종현의 '내일쯤'은 나에게 완벽한 위로를 주는 노래였다.
내일쯤 힘내면 돼.
아니, 너 모레쯤이라도 좋아.
한 달쯤 너 우울우울해도
나 여기 서 있을 거야.
종현 - 내일쯤
누군가에게는 당장 힘을 내는 것조차 힘에 부친다는 것을 모르고서야 쓸 수 없는 가사이다. 내일쯤 힘내도 된다니. 종현의 노래를 듣기 전까지는 그 누구도 나에게 그렇게 말해준 적이 없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네가 우울해도 나는 여기 서 있을 거라는 말. 나는 그 말이 필요했나 보다. 당장 나는 우울의 늪에서 빠져나가기 힘들지만, 누군가 그래도 '괜찮다'고 말해주기를 간절히 원했던 것 같다. 내가 우울하더라도 자신은 그저 그 자리에 서 있을 거라는 종현의 노래. 나에게 정말, 정말 큰 힘이었다.
지친 하루의 끝을 함께하다
종현 - 하루의 끝 (End Of A Day)
맘껏 울 수도,
또 맘껏 웃을 수도 없는
지친 하루의 끝
그래도 그대 옆이면
어린아이처럼 칭얼대다,
숨넘어갈 듯 웃다,
나도 어색해진 나를 만나죠.
종현 - 하루의 끝
나에게 샤이니는, 종현은 그런 존재였다. 나도 어색해진 나의 모습을 만나게 해주었던 존재.
내가 그렇게 밝게 웃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내가 행복함이 담긴 눈물을 흘릴 수도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 존재.
그와의 기억은 우울 속에서 나를 지켜내는 데 정말 큰 힘이 되었다. 내가 한평생 우울하기만 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난 그와의 기억을 떠올린다. 내 인생에서 자신 있게 내가 행복한 적이 있었다고 말할 수 있도록 해주는 유일한 기억이니까.
최근에도 하루의 끝에는 종현의 노래와 함께한다. 그리고 나의 회색빛 삶 속에서 환히 빛나는 기억 한 조각을 발견하곤 한다. 그 기억은 현재의 나에게는 기쁨으로 다가오기도, 슬픔이나 그리움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변하지 않는 사실은 그가 언제나 나에게 정말 소중한 존재라는 것이다. 삶의 길모퉁이를 돌았을 때 그를 다시 만날 수 있기를 소망하며, 오늘도 그가 더는 아프지 않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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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했어요, 정말 고생했어요.
그댄 나의 자랑이죠.
[송진희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진짜 좋은 가수였어요. 우울할 때마다 당신의 노래를 들으면 위로가 돼요. 그리고 제가 눈치채지 못해서 미안해요. 거기서는 진짜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