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책방 이야기 - 출판저널 516호 [도서]

글 입력 2020.04.07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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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방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책방에 가는 취미가 생긴지 얼마 되지 않아, 여러 곳을 가본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지역에 가게 될 기회가 생긴다면 그 지역의 책방을 검색해보곤 한다. 내가 굳이 ‘책방’이라고 일컫는 이유는 책방이라는 이름에서 느껴지는 감성과 경험 때문이다.

 

내가 처음으로 가본 책방은 청주시 상당구에 위치한 <마이 페이버릿 띵스> 다. 친구와 청주의 성안길에 놀러 갔다가 근처에 가볼 만한 곳이 없을까 검색해서 우연히 알게 되었다. 네비게이션으로 위치를 찍고 가는 내내 이 길이 맞는지 친구와 의논했다. 번화가인 성안길에서 한참 걷고도 정말 이런 곳에 책방이?라는 생각이 들 때까지 책방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방황 끝에 도착한 책방은 거친 나무질감으로 아담했다. 넓은 창문을 통해 보이는 내부를 들여다보다 떨리는 마음으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다른 대형서점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독립 출판물이 많이 진열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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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가민가 할 때는 입간판이 반겨준다

 

 

책 읽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책 구경을 좋아하는 나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을 구경했다. 그곳에서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컨셉진을 처음 알게 된 것으로 기억한다.


다른 잡지들과 확연히 다른 판형이 신기했고, 편집 디자인 과제를 할 때 좋은 레퍼렌스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아 두 권을 구매했다. 그때 마이 페이버릿 띵스에서 시작된 컨셉진과의 인연은 에디터 스쿨을 거쳐 정기구독으로 이어져 아직까지 진행 중이다.

 

나는 그 뒤로도 세종시 연서면에 위치한 <단비 책방>, 제주시 구좌읍에 위치한 <소심한 책방>을 방문했다. 저번 주말에는 세종시 반곡동에 있는 <꾸메문고>에 다녀왔다. <마이 페이버릿 띵스>는 청주에 가게 될 때마다 다시금 들리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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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책방 주변에 피어있는 풀꽃을 엮어

구매한 책과 함께 포장해주셨다

 

 

나는 책방이 필름 카메라를 사용할 때와 비슷한 감성을 방문자에게 선물한다고 생각한다. 필름 카메라는 디지털카메라와 달리 즉각적으로 촬영한 사진을 확인할 수 없다. 또한 필름마다 찍을 수 잇는 컷의 갯수가 정해져 있어 디지털카메라처럼 100장 찍어 1장 건질 수 없다. 고로 사용자는 뷰 파인더를 통해 피사체를 마주하는 그 순간에 온전히 집중하게 된다.

 

책방 역시 그곳에 있는 순간을 온전히 누리게 해준다. 비슷한 책들이 즐비된 대형서점과 달리 책방의 책은 문을 열고 그 안에 들어가 봐야 어떤 책이 있는지 알 수 있다. 책방의 책은 책방지기의 취향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번 출판저널에 연중 특별 기획으로 소개된 <버찌책방>에는 고전문학을 포함한 문학과 책방지기의 전공인 프랑스 관련 서적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이해의 선물’ 이야기 속 위그든 씨처럼 책방에 오는 손님들의 순수한 마음과 꿈을 지켜주는 책을 판매하고 싶었다는 <버찌책방>의 조예은 책방지기. 그녀는 대전 변두리 골목길에 위치한 작은 책방을 운영하고 있다. 책방 유리창에 새겨진 ‘오늘 이곳에서 마음 밭에 책 씨앗을 심었다’라는 글귀에는 사람들의 마음에 책 씨앗을 심고, 싹을 틔워 잘 키울 수 있도록 돕겠다는 책방지기의 의지가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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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지기는 삶에서 마주하는 어려움을 또 다른 희망으로 바꾸게 해준 책의 힘을 믿는다. 그리고 보다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어 한다. 그래서 책방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글로 기록하고, 독서모임을 여는 등 그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한다. 2주에 한 번씩 ‘자기만의 방’이라는 이름으로 대화 형식의 독서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독서모임은 위치가 좋지 않은 골목 책방을 홍보하고 손님을 끌 수 있는 전략이기도 하다.

 

책방지기는 한 달에 두 번 북토크 행사를 연다. 모객이 되지 않아도 손해를 본다고 생각하지 않고 책방 홍보 비용으로 여기며 독자의 입장에서 만나고 싶은 작가들을 직접 섭외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책과 사람이 만들어낸 인연­은 돈을 뛰어넘는 특별함이 있으며 가장 중요한 건 ‘진심’이라는 사실을 배웠다.

 

그는 책방에 손님을 끄는 핵심을 ‘책방지기’라고 결론지었다. 운영자 자신이 어떤 모습으로 책방을 채우고 그 자리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사람들이 이 책방에 와야 하는 이유를 만들기 위해, 책방의 콘셉트와 책방지기 고유의 역량을 고민한다. 버찌책방이 선사하는 물리적 경험은 결국 책방지기의 몫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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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서점은 책뿐만 아니라 동네의 문화를 더하는 문화공간으로 나아가고 있다. 조예은 책방지기는 책을 많이 팔고 알려지는 것만이 의미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을 만나고 취향을 나누며 함께하는 소소한 일상이 더 값지고 소중하게 느껴진다고 말한다.


찾아오는 사람들이 편안한 서재에서 쉬어갈 수 있도록 버찌책방을 지켜나가고 싶다는 그의 소망처럼, 나도 많은 사람들이 쉬어가고 취향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더 많이 생겨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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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노트>


<출판저널> 통권 516호 특집좌담 주제는 '대학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이다. 국립인천대학교 조동성 총장과 정윤희 <출판저널> 대표의 대담 방식으로 이루어진 이번 특집좌담에서는 대학의 위기 문제를 책문화생태계 관점에서 살펴본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최근(3월11일) 발표한 2019년 기준 국민독서실태조사를 정리하여 <출판저널>에 담았다. 조사 결과 성인독서율은 지난 조사(2017년)보다 더 떨어졌으며, 성인들이 독서를 하지 못하는 이유는 책 이외에 소비해야 할 미디어와 콘텐츠가 많기 때문이라고 분석되었다. 이에 <출판저널> 정윤희 대표는 발행인칼럼에서 "출판의 본질은 독자를 만드는 데 있다"며 "출판과 독서는 연결과 협력정책을 지향해야 하며, 정부의 독서정책을 과감하게 혁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출판저널> 통권 516호에서는 출판, 서점, 도서관의 책문화와 관련하여 현장 전문가들의 깊이 있고 진솔한 칼럼을 담았다. 아울러 <출판저널>은 생생한 책문화 현장을 담아 유튜브 공식채널 '출판저널TV'에 특집좌담, 인터뷰, 북오디오 등 다양한 영상 제공 및 오픈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한편 1987년 창간된 국내 대표적인 출판전문지 <출판저널>이 2020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우수콘텐츠 잡지로 선정됐다. 2011년, 2013년, 2015년, 2016년, 2017년, 2019년에 이어 2020년에도 우수한 콘텐츠 잡지로 인정을 받았다. <출판저널> 발행사인 책문화네트워크(주)는 문화체육관광형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되어, 책문화와 독서활성화를 통한 사회적가치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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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저널 516호
- Publishing & Reading Network -
 
 
출간 : 책문화네트워크(주)

분야
문예/교양지

규격
182*257mm

쪽 수 : 224쪽

발행일
2020년 03월 10일

정가 : 24,000원

ISSN
1227-1802
 
 
[김혜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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