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눈사람] 20학번 새내기, 많이 답답하고 힘들죠?

다섯 번째 눈사람: 20학번 신입생에게
글 입력 2020.03.16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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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강한 지 2주가 지났다. 물론, 온라인 강의만 진행하고 있다. 예정된 대면 수업 시작일은 4월 1일이지만, 그마저도 얼마나 더 연기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기숙사에서 지내던 다수의 학생도 임시 퇴소 후 본가에서 생활 중이다. 기숙사는 환불 문제로 계속해 공지가 업데이트되고 있고, 학교는 학교대로 일정이 매일 번복된다.


도저히 적응할 수 없는 일정에 매일 긴장한 채 공지를 확인하고 또 확인한다. 하나라도 놓치면 안 되기 때문에 휴대폰을 무음으로 해 놓는 일조차 마음이 불안하다. 학교 홈페이지는 감당할 수 없는 접속에 매번 서버가 마비된다. 아마 최근에 가장 많이 연락한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교수님일 테다. 학교 시스템을 알아도, 교수님 스타일을 알아도 이 정도인데, 2020 신입생들은 과연 잘 살아남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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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졸업식, 대학교 입학식, 대학교 새내기 배움터, 오리엔테이션, 엠티, 대면 강의, 그리고 여름방학 일부까지 몽땅 잃은 채 온라인 강의의 늪에서 헤매고 있는 전설적인 "2020 새내기". 그들에 비하면 내가 느끼는 답답함은 사소한 투정 정도밖에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 익명 커뮤니티를 통해 총 4명(A, B, C, D)의 신입생과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었고, 그들의 고충을 직접 듣게 되었다.



누구라도 답변 좀 달아주세요.

 
 
Q1. 학교에 아는 동기나 선배가 있나요? 있다면 어떤 경로로 알게 되었나요?

A: 네, 연락을 주고받을 만큼 친밀한 사이는 동기와 선배가 각각 한 명씩 있어요. 동기는 제 룸메이트입니다. 코로나19 사태가 더 심각해지면서 일주일 만에 자가로 돌아갔지만, 잠시라도 함께하면서 금방 친해졌어요. 선배는 같은 고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B: '에브리타임'을 통해서 서로 알게 된 동기들과 선배들이 있아요! 동기들과는 배치 고사 때 같이 점심 먹기 위해 게시글을 올려서 알게 되었습니다. 선배님들과는 선배님들께서 새내기를 만나보고 싶다고 올리신 게시글을 보고 연락드리게 되었습니다. 원래는 '에브리타임'이 이렇게 활발하지 않았었다고 알고 있는데 오리엔테이션이나 다른 방법이 없어서 아마 올해에 '에브리타임'이 활성화된 게 아닐까 싶어요.
 
*

Q2. 학교생활을 하며 모르는 것은 어디에 질문하나요?

A: 방금 소개한 제 유일한 아는 동기와 선배에게 주로 질문하는 것 같아요. ‘에브리타임’이라는 앱에서 새내기 게시판을 활용할 때도 있고요. 최후의 수단으로는 교수님께 직접 이메일을 보낸 적도 있습니다.
 
 
'에브리타임'은 대학생들의 익명 커뮤니티로, 학교 인증 후 해당 학교 게시판에서 소통할 수 있다. 학교 특성상 우리 학교(한국 뉴욕주립대학교)는 '에브리타임'이 지난 학기까지만 해도 활성화되어 있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겨울방학부터 유입 인구가 조금씩 증가하다가,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후 개교 이후 처음으로 '에브리타임'이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신입생들에게 "교수님"은 쉬운 존재가 아니다. 물론 나에게도 쉽지 않은 존재이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메일 양식에도 적응하고, 교수님별 스타일도 인지하고 있기에 조금은 편하게 연락을 하곤 한다. 강의 중 모르는 것을 교수님께 바로바로 연락해서 여쭤보는 일은 신입생들에게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보통은 일차적으로 동기나 선배에게 물어보지만, 마땅히 연락할 지인이 없는 경우, 충분히 난감할 수 있다.

다행히 신입생들이 SNS를 활용해 궁금증을 해소해나가고 있기는 하지만, 서로 마주하고 관계를 맺을 수 없기 때문에 많은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같은 수업을 듣는 사람을 찾는 것조차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게시글을 올려도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는다면 끝내 답을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새롭게 알게 된 선배에게 도움을 청하자니, 마음의 짐이 늘지 않을까 짐작한다.
   


대학은 난생처음이거든요...

 
 
Q3. 개강 후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C: 개강 후 가장 힘든 점은, 아무래도 새내기인데 오리엔테이션이랑 수업들이 다 취소되고 온라인으로 진행되면서 헷갈리는 점이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아는 선배가 있으면 물어보거나 할 텐데, 만날 기회가 없으니까 혼자서 다 해결해야 하더라고요. 저번에 수강 신청을 하는데 어떤 수업을 들어야 하는지를 몰라서 거의 6~7시간 동안 하나하나 다 찾아보면서 했습니다. 근데 결국 잘못 신청했다는 것을 1주일 후에 알고 수업을 취소한 후, 최근에 다시 했습니다.
 
 
학교에서 소규모로 모여 수강 신청을 돕는 시간을 마련했지만, "수강 신청"이란 것이 처음인 신입생들이 그 짧은 시간 내에 모든 것을 마치기는 쉽지 않다. 선수과목, 과목별 난이도, 강의 특징 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거듭 수정을 거치고 설명을 듣는 과정이 필요하다. 더욱이,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접촉과 대화를 최소화했을 것이 분명한데, 어떻게 마음 편히 시간표를 만들 수 있었겠는가.

나 역시, 대화 중 우연히 알게 된 한 신입생의 시간표에서 의아한 부분을 발견해 고쳐준 일이 있었다. 물론, 신입생들은 과목을 들을 수 있는 강의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적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분명히 실수는 생길 수 있다. 경험상, 초반에 실패한 수강 신청은, 몇 학기 후 후폭풍이 되어 돌아올 수 있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도와주고 싶던 기억이 난다.

 
Q4. 혹시 지금 당장 재학생 혹은 학교에 궁금한 점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C: 솔직히 궁금한 게 너무 많은데, 굳이 하나를 뽑자면, 과목별로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가 궁금합니다. 특히나 지금은 수업도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있어서 수업을 맞게 따라가고 있는 건지도 헷갈립니다.

B: 저번 주 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서 이제는 조금 정리가 되었지만, 여전히 과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게 어려운 것 같아요. 재학생분들에게 궁금한 것은 문득 '튜터링'이라는 걸 들은 거 같은데 정확히 뭔지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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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온라인 강의 일정

 
 
수업을 맞게 따라가고 있는지는 나도 헷갈린다. 온라인 강의, 정말 난감하다. 교수님마다 제각기 다른 강의 방식에,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과제의 양, 그리고 계속해 발생하는 서버 오류까지, 어느 것 하나 안정적이지 않다. 나는 어렵게 구한 재학생들의 자료 덕분에 연명하고 있지만, 내가 신입생이었다면 분명 한바탕 울었을 것이다.
 
*

'튜터링 (특정 과목의 1:1 과외 제도)', 'RC (기숙사 프로그램으로, 필수 교양에 해당)', 'Writing Center (에세이, 논문 첨삭 부서)', 동아리 안내 등 교내 다양한 프로그램은 보통 메일이나 단체 채팅방을 통해 공지가 나간다. 보통은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안내를 받을 수 있지만, 지금은 전부 통보식으로 진행된다.

다시 말해, 이해는 본인의 몫, 오해도 본인의 몫이다. 매 순간 정신을 바짝 차려야만, 필요한 정보를 얻어 활용할 수가 있다. 하루에 최소 5통씩 오는 이메일, 2일만 밀려도 10통이 넘는다. 심지어 미국 본교에서까지 날아오기 때문에 그중에서 필요한 정보는 적절하게 읽고 이해하는 일은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대학"하면, 왜 그런 거 있잖아요.

 
 
Q5. 기대하던 대학 생활은 어떤 모습이었나요?

D: 친구들과 어울리며 같이 수업 듣고, 놀러 다니는 거요. 동아리 활동도 하며 바쁘게 지내는 모습을 기대했어요.
 
*

Q6. 코로나19사태가 진정되면 가장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C: 동아리 활동을 해보고 싶습니다. 사람들도 많이 사귀고 싶고요. 또, 학교 도서관에서 친구들이랑 같이 공부도 해보고 싶고, 선배님들이랑 동기들이랑 만나서 함께 놀고 싶습니다. 정말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요.
 

"대학 입학", 얼마나 기대했을까? 동아리, CC, 미팅, 도서관 등 "대학"하면 떠오르는 수많은 로망이 있다. 다녀보면 딱히 의미 있는 것들이 아닐 수 있지만, 이렇게 바이러스에게 빼앗기는 건 너무 잔인하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감이 클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한 우울감, 무기력증을 호소하는 신입생들도 쉽게 볼 수 있다. 힘들게 온 대학, 그 실체는 여전히 닿을 수 없이 멀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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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리, 도서관, 함께 노는 것, 전부 고작 3개월 전만 해도 나의 일상이었다. 당시에는 소중함을 전혀 몰랐다. 이렇게 "기대하던", "하고 싶은" 것들이 절대 아니었다. 오히려, 동아리는 스트레스만 쌓이고, 도서관은 가기 싫고, 함께 노는 건 귀찮기까지 했었다. 이렇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언제쯤 다시 그것들을 "일상"이라 부를 수 있을까?



2020 새내기, 힘내자!

 
 
Q7: 2020 새내기로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자유롭게 해주세요.

A: 재학생 선배 여러분들, 모두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2020 새내기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에 공감해주시고 적극적인 위로와 도움 부탁드려요! 저희도 힘내서 적극적으로 적응하겠습니다!

B: 코로나 19 때문에 여러 가지가 혼란스럽지만 그래도 학교생활에 대해서 많은 분이 도와주시고 있어서 그게 정말 감사해요. 다음에는 편안하게 마스크 없이 만나고 싶어요.
  

3월 16일, 대부분의 대학교가 온라인 강의를 시작한다. 재학생, 신입생, 교수님을 포함한 모두에게 낯설고 난감한 시스템과 일정이 더 강렬히 대한민국 대학 계를 강타할 것이다. 그리고 아마 조금, 아주 아주 조금 익숙해질 때쯤, 코로나19 사태가 마무리되지 않을까 싶다. 이것마저도 희망 사항이라는 게 참 슬프다.

낯설고 어려운 것투성이인 2020 새내기들, 조금만 힘내고 견뎌주길 바란다. 분명히 이 시간이 추억이 되고, 이 아쉬움이 안줏거리가 될 날이 올 것이다. 지금은 비록 "2020 새내기"의 특수성이 슬픔과 안타까움을 자아내지만, 훗날 그 특수성을 통해 더욱 빛날 날이 올 것이다. 그렇게 믿자. 언젠가 웃으면서 "그땐 그랬지" 할 수 있는 순간이 올 테니, 지금은 그냥 믿고 버티자.

온라인 강의는 모두에게 쉽지 않은 고비이고, 새로운 도전이다. 그러니 서로서로 도우면서 이 상황이 괜찮아질 때까지 함께 이겨나가면 좋겠다. 익명 게시판이든, 단체 채팅방이든 언제든 부르면 대답할 재학생들이 있으니, 편하게 도움을 구하길 바란다. 답답하고 속상한 마음을 전부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항상 응원하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조금 늦었지만, 입학을 정말 축하한다고, 꼭 전하고 싶다.
 
+) 질문에 정성스레 대답해준 신입생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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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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