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어른이 된다는 건 세상과 날 맞추는 것 - 호랑공주의 우아하고 파괴적인 성인식 [도서]

글 입력 2020.02.23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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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된다는 건

세상과 날 맞추는 거야


- 영화 <겨울왕국 2> 중

 


신입사원이 된 지 2달을 향해 가고 있다. 누군가 나에게 2달 동안 무엇을 배웠느냐고 묻는다면, 업무적인 것 우선으로 조직생활을 배웠다고 답할 것 같다.


‘조직생활’. 어떤 느낌이 드시나. 솔직히 나는 이 워딩이 긍정적이라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군대문화, 까라면 까, 조직을 위해 개인의 희생을 당연시하는 분위기가 가장 먼저 연상된다. 그도 그럴 것이 어릴 때부터 가족 구성원이 지향하는 바와 다른 행동을 하면, 예를 들어 가족들 모두가 영화를 보러 나가자고 의기투합했는데 나 혼자 집에 있겠다고 하면 ‘나중에 사회생활하기 힘들다’는 꾸지람을 들었다.


선생님의 말씀에 고분고분 따르는 학생이 바람직하다는 분위기 속에서 청소년기를 보냈고, 대학생이 된 후에도 팀플과제를 잘 수행하기 위해 개개인의 주말을 투자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며 살아왔다. 이 모든 것은 ‘조직생활’이었고, 나는 시스템에 점차 길들면서도 한편, 그것이 주는 피로감을 때때로 느끼며 그렇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한 회사의 신입사원이 되었다.

 


교장은 어떻게 해야 호랑의 기를 죽일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이렇게 기가 센 학생을 이 모습 그대로 사회에 내보낼 수는 없다고 판단했던 거다. 왜 그래서는 안 되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이유를 떠올리지 못했지만, 하여튼 그랬다.


- 책 <호랑공주의 우아하고 파괴적인 성인식> 중

 


조직생활을 나름 잘한다고 생각하며 회사생활을 시작했지만, 그것은 생각보다 더 어려운 일이었다. 인사, 밥 먹으러 나가는 시간과 같이 업무 외적의 일상적인 것들로 지적을 받았고, 그러자 말투, 일상적인 대화에서 의견을 표하는 것까지 자기 필터링의 빈도가 잦아졌다.


조직생활이라는 것이 정말 개인의 의견을 거세해야만 잘해낼 수 있는 것일까. 내 강단과 조직문화 사이에서 밸런스 지점을 찾는 것이 현재 나에게 주어진 과제인 것 같다. 이 책, <호랑공주의 우아하고 파괴적인 성인식>은 내게 이 과제를 일깨워주는 책으로 와 닿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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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대한민국에 ‘황제’가 있다는 상상에서 시작된다. 즉 대한민국이 ‘입헌군주제’인 것이다. 주인공 ‘호랑’은 본인이 황실 가문의 공주라는 사실을 성인이 되는 생일에 알게 된다.


하지만 문제는, 이 주인공이 다소 ‘괴팍’하다는 사실이다. 호랑은 집회를 이끌 정도로 정치적 소신을 밝히는 데 거침이 없다. 시민을 폭행하는 BJ를 향해 거침없이 주먹(!)을 휘두르고, 이를 문제 삼으며 ‘학교 망신’이라 칭하는 교장선생을 향해 ‘교직에 선 사람으로서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니냐’며 따박따박 쏘아붙이는 그런 학생이다.


이런 괴팍한 학생이 공주가 되었으니 당연히 안티가 반이다. 차기 황제가 될 사람인데 너무 격이 없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호랑은 예법을 가르치는 황실 사람들에게도 소신이라는 것에 따라 제멋대로 굴며, 연설할 때도 드레스가 아닌 트레이닝복을 입는다. 어떻게 보면 강단 있지만, 또 어떻게 보면 너무 철없다.


이랬던 호랑이 어떠한 사건으로 인해 마침내 ‘철’이 든다. 공주의 길을 선택하고 공주에게 주어진 의무, 즉 격 있는 공주의 모습을 주 40시간은 성공적으로 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호랑이 지향하는 공주는 역대 황족의 이미지와는 다른 것이었다. 항상 약자의 편에 선다는 자신의 소신을 황실 예법이라는 정제된 언어로 전달할 줄 아는 공주. 그것이 바로 호랑이 새롭게 그린 공주의 모습이었다.

 

***

 

누군가 그랬다. 위를 향하는 성장도 있지만, 아래로 깊어지는 성장도 있다고. 받아들이기 어렵던 것을 받아들임으로써 마침내 어른이 되는, 그런 성장도 있다고.

 

내가 느끼기에 호랑의 성장은 아래로 깊어지는 성장이었다.


호랑의 변화가 ‘굴복’으로 비칠 수도 있다. 그토록 강단 있던 호랑이 결국 황실의 문화에 순응하는 모습은 약간 씁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이 변화가 극히 현실적이며, 성숙한 방향이라고 느낀다. 만약 호랑이 끝까지 본인의 스타일대로만 밀고 나갔다면 사이다가 펑펑 터졌을지 몰라도 금방 잊히는 이야기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과 자신을 맞춰 가는 성장을 그려준 덕에 이 이야기는 ‘어른이 된다는 것’에 대하여 한 번 더 곱씹어볼 여지를 내어 준다.


올라프는 말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세상과 나를 맞추는 일이라고. 내가 보기보다 미세하고 볼품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에, 어른이 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이 책은 말한다. 나의 미약함을 받아들이고 세상과 나 사이의 접점을 찾아가는 방향이, 결국에는 옳다고 말이다.


내일부터 난 또다시 회사와 나 사이의 밸런스를 찾아갈 것이다. 그 여정에서 종종 힘이 들 때, 이 책을 다시 한 번 꺼내 보게 될 것 같다.

 

 


 

 

호랑공주의 우아하고 파괴적인 성인식

- 안전가옥 오리지널 3 -



지은이 : 홍지운


출판사 : 안전가옥


분야

장르소설

역사소설, 팩션


규격

128X200mm


쪽 수 : 284쪽


발행일

2020년 02월 03일


정가 : 15,000원


ISBN

979-11-90174-66-4 (0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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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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