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위플래쉬(Whiplash) [영화]

글 입력 2020.01.18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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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말이 '그만하면 잘했어'야"

 

미친 학생 vs. 폭군 선생, 천재를 갈망하는 광기가 폭발한다!


최고의 드러머가 되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각오가 되어있는 음악대학 신입생 앤드류는 우연한 기회로 누구든지 성공으로 이끄는 최고의 실력자이지만, 또한 동시에 최악의 폭군인 플렛처 교수에게 발탁되어 그의 밴드에 들어가게 된다. 폭언과 학대 속에 좌절과 성취를 동시에 안겨주는 플렛처의 지독한 교육방식은 천재가 되길 갈망하는 앤드류의 집착을 끌어내며 그를 점점 광기로 몰아넣는데… 


 

 

*

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몰입도가 엄청난 영화라고 해서 기대하고 봤으나 실제로 기대만큼 또 많은 이들의 호평만큼 몰입도가 높은 작품을 본 적이 없다. 마우스를 움직여 어디까지 봤는지 확인한다든가, 극장에선 언제 즈음 끝날까 생각했던 경우가 다반사였다. 그리고 처음으로 100분이라는 시간이 이렇게 짧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조금 충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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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최고가 되고 싶은 학생 앤드류와 최고의 인재 양성을 하고 싶은 선생 플렛처. 독특한 점이 있다면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함께 영화를 봤던 친구와 '둘 다 사이코 아냐?'라고 할 정도로 정도가 없다는 것.

 

앤드류는 손이 찢어지고 피가 흘러도 얼음물을 옆에 두고 손을 담갔다가 다시 연습을 할 정도로 드럼에 미쳐 있고, 플렛처는 끝없는 인신공격과 욕설을 내뱉으니 학생들 앞에서는 독재자가 따로 없다. 항상 긴장감이 맴도는 앤드루와 플렛처의 관계는 쉬이 정의 내릴 수 없지만 그 시너지는 엄청나다. 단어로 표현하자면 '폭발'이 가장 가까운 것 같다.

 

그래도 조금 더 미친 사람을 고르자면 앤드류를 고를 텐데, 그 이유는 우선 캐릭터 자체가 엄청나게 기가 세다. (사실 이 표현으로도 부족하다.) 자신을 깎아내리려는 말들에는 한 마디도 지지 않고 대답을 하는가 하면 경쟁자 앞에서 경쟁자의 연주를 대놓고 쓰레기라고 한다든가 대놓고 여자친구에게 자신의 드럼 연습에 방해가 될 것 같으니 헤어지자고 하고 화가 나서 교수의 목을 조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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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면 볼수록 내가 지금 무얼 보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부터 참 많은 생각이 들고 온몸의 감각이 곤두선다. 스틱을 잡은 손에 생긴 상처와 그 상처에서 피가 흐르는 장면, 그리고 그에도 굴하지 않고 땀을 뻘뻘 흘리며 미친 듯이 빠른 속도로 연주를 이어가는 앤드류의 모습은 앤드류의 한계가 아닌 나의 한계를 시험하는 기분이었으며, 친구 또한 후에 영화에 대해 물었을 때 가학성이 짙어 보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몸이 배배 꼬이는 기분이었으며 알 수 없는 초조함과 불안함에 버티지 못하고 뒤로 넘긴 부분도 있었다.

 

 

"Not quite my tempo!"

 

 

나도 살면서 저렇게까지 무언가에 미쳐서 치열하게 해본 적이 있는가? 묻게 된다. 완벽주의가 있는 탓에 만족을 하는 일이 없었다. 디자인을 하든 그림을 그리든 타인의 평가와 무관하게 스스로에게 만족할 수 없었다. 때문에 항상 결과와 무관하게 가장 힘든 것은 나 자신이었고 스스로를 안아주려고 노력했다. '이만하면 잘했지', '그때의 나에게는 이게 최선의 선택이었을 거야'라고 나를 위로하려고 했다.

 

그렇기에 이 영화가 더 충격이었다. 자존감이 높지는 않지만 낮지는 않은 내가, 목표가 있으면 무조건 불도저처럼 밀고 나가는 내가 영화를 보면서 저런 사람들이 최고의 자리에 서는 것이라면 나는 이미 글렀다'라고 말했다. 플렛처의 채찍질은 나를 향했다.


아니 사실 나를 채찍질한 것은 항상 그래왔듯 나였으며, 그렇게 나는 나를 다시 저 아래로 끌어서 내려놓았다. 다행히도 영화의 마지막 10분의 긴장감이 이런 부정적 감정조차 잊게 만들어주었으니 이걸 탓해야 할지 고마워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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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성장영화인 줄 알았다. 플렛처는 첫 등장이 꽤나 인자해서 당연히 훌륭한 선생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이미지는 오래가지 못했고, 그 충격은 우리가 반은 웃고 반은 혼란스러워하며 "그래서 아군이야 적군이야?"라고 물을 정도로 컸다. 처음부터 끝까지 눈을 감았다 뜰 새도 없이, 잔뜩 긴장한 채로 가슴 졸이며 그를 지켜봐야 했다. 드럼 템포는 따라가기도 벅찰 만큼 빨랐으며, 영화가 끝날 때까지 다음 장면을 예측할 수 없었다.

 

미친 영화와 미친 연기. 그렇게 말하고 싶다. 이외에도 위플래쉬라는 영화의 더 빛나게 해줄 가치 있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많지만 몇 가지만 설명하자면, 위플래쉬의 감독인 다미엔 차젤레는 20대 후반의 나이에 직접 대본을 써서 위플래쉬를 만들었으며, 앤드류 역의 마일즈 텔러는 드럼 연기의 90% 이상을 직접 연기했다. 그리고 영화 속 드럼 스틱과 드럼에 묻은 피의 일부는 실제 마일즈 텔러의 것이라고 한다.

 

영화의 끝. 앞선 영화의 90분은 마지막 10분을 위한 다소 강렬하며 잘 짜여진 워밍업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그 마무리 또한 상당히 마음에 들었고 인상적이었다. 앤드류의 드럼에 대한 노력만큼이나 많은 이들의 강렬한 투지와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 같은 영화 위플래쉬는 그렇게 나를 고요한 새벽 위에서 발이 보이지 않을 만큼, 아주 빠르게 달리게 만들었다.

 


[정두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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