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미니언즈는 귀여웠고 나는 그렇지 않았다 - 미니언즈 특별전

귀여운 사람과 작품이 공존했던 시간
글 입력 2020.01.16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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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섬세한 포토존과 놀이적인 요소들


 

전시회를 둘러보면서 내 입에서 가장 많이 나왔던 말이 두 가지인데, 첫 번째는 “섬세하고 기발하다”였고 두 번째는 “그래도 아쉽다”였다. 우선 첫 번째 말과 관련된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설치미술이 전시회의 주된 작품일 것임을 예상하고 갔음에도 기발한 작품 구성에 놀랐다. 벽면에 마치 옛날 흑백영화 시대에서 그랬던 것처럼 인물의 그림자와 카메라 프레임만이 나타나는 설치형 작품이나, 오락실에 있을 법한 발판형 리듬게임에서 아이디어를 차용한 설치형 작품 등이나. 이목을 끄는 작품들이 많았다. 사람들이 직접 만지며 감각할 수 있는 형태로 작품을 만드는 것이 설치미술의 목적인만큼 그러한 혁신성을 사람들에게 이해 불가능이 아닌 신선함의 감정으로 전달해야 하는데, 미니언즈 전시회의 설치미술은 그러한 과제를 충실하게 해냈다.


성인인 내 눈에도 작품이 신기하게 느껴지는데 동심의 눈이 파괴되지 않은 유아기 아동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충격이었을까. 내가 스크린, TV, 컴퓨터 모니터로만 보던 귀여운 내 친구 미니언즈가 이렇게도 생생하게 내 눈 앞에 살아 숨 쉬다니! 라든지, 내 마음에 쏙 들었던 친구들이 실제로 살았던 집이잖아! 라든지. 이런저런 놀라움을 느끼지 않았을까. 실제로 전시회장을 누비고 다니던 수많은 아이들은 자신이 지금 TV 속으로, 애니메이션 안으로 직접 들어간 상태라고 생각하는 듯이 유아 특유의 목청 높은 웃음소리로 부모님들의 옷깃을 붙들고 캐릭터 모형 옆에 서서 포즈를 취했다.

 

어떤 조각 작품의 경우에는 사진을 찍으려고 저마다 열을 이루며 서 있더라. 내가 전시회를 갔던 시간대가 주말 오후였던 만큼 부모님과 함께 온 아이들이 유독 많이 보였는데, 그래서였는지 나 같이 애처럼 굴면 징그럽다는 소리를 듣는 나이대의 사람들이 어쩐지 아이들의 기(?)에 눌리는 것 같다는 느낌도 받았다. 어디까지나 우스갯소리다. 그만큼 전시회 작가들이 애니메이션에 등장한 인물들을 모형으로 만들어 그 인물과 어울리는 공간을 조형적으로 구성해 냄으로써 섬세한 포토존을 구성했다고 생각했다.


재현적인 모형뿐 아니라 위에서 말했듯이 기술적인 면과 미술적 요소를 통합한 작품, 미디어를 활용한 영상예술에 기반을 둔 작품, 이외에도 직접 작품 속으로 자신의 몸을 집어넣을 수 있도록, 인간의 몸과 보다 깊은 친밀도를 유지하려는 작품 등. 심지어 화면에 나타나는 인물을 전자 스케치 도구를 이용해 즉석에서 그리고 채색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적인 작품까지. 놀이방 자체였다.

 

오히려 이러한 어트랙션적인 느낌이 너무 강해서 나같이 더 이상 어트랙션을 어트랙션으로만 즐기지 못하는, 마음에서 무언가 떨어져나간 사람들은 전시회장을 조금 쓸쓸히 둘러봤을 것 같았다. 머릿속이 복잡한 사람들(특히 인문학... 중에서도 철학, 철학이거나, 철학 같은 무엇을 공부하면서 피폐해진)에게 마음 속 공허함을 다시 체험하도록 종용한 전시회였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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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미니언즈는 귀여웠지만 나는 귀엽지 않아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두 번째 말, “그래도 아쉽다”로 이어진다. 미니언즈는 예상대로 귀여웠다. 미니언즈를 포함해 미니언즈와 함께하는 등장인물들이 설치물의 형태로 전시되어 있었고, 연신 잘 만들었다는 말이 입에서 나왔다. 예상했던 것처럼 아이들도 많았다. 귀엽게 전시된 미니언즈들과 등장인물, 그리고 영화의 배경으로 등장했던 인물들의 방이나 실험실 등이 그대로 재현된 공간 속에서 아이들은 굉장히 들떠 보였다. 아이들을 배려한 스케치 코너도 있었다.

 

물론 어른들도 마음만 먹으면 즐길 수야 있긴 하겠지만, 의자의 크기나 스케치 도구의 높낮이를 생각했을 때 이것은 확실히 어린 아이들을 위한 코너 같았다. 열심히 캐릭터를 색칠하는 아이들과 그런 아이들이 마냥 귀여운 부모님들을 바라보며 마음이 조금 흐뭇했다.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시선에서 사랑이 느껴졌기에 신기했다. 감상하라는 전시는 감상하지 않고 언젠가 나도 저런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 하는 다소 뜬구름 잡기에 가까운 생각도 했다.

 

이런 면에서 ‘인터랙티브함’은 잘 구현되었다고 생각했다. 아, 모든 면에서 그렇게 느꼈다는 것이 절대 아니다. 지극히 개인적으로는 “어린이들을 위한” 설치미술을 기획하는 데에 너무나도 많은 공을 들인 나머지 어린이들이 아닌 그 위의 청소년, 성인들을 위한 인터랙티브함을 놓친 것 같다고 느꼈다. 무언가를 ‘감상’하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본 전시를 기획하지 않았다는 것은 안다. 일반적으로 특정한 주제에 맞게 예술작품을 전시하는 전시회들과 달리 이번 전시는 내가 프리뷰에서 작성했던 것처럼 모두가 마치 어트랙션을 즐기듯, 전시회장이 아닌 놀이의 장에 온 것만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하는 데에 주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조금의 ‘스토리적인’ 요소는 남아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미니언즈라는 캐릭터성 이외에 전시를 관통하는 어떤 아이디어 같은 것 말이다. 비록 진부하기 짝이 없을지 몰라도 우리가 스크린을 통해 감상한 미니언즈 작품을 통해 관찰할 수 있는, 이끌어낼 수 있는 메시지를 전시회 어딘가에서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렇지만 말 그대로 어트랙션 놀이장을 만들고자 충실하게 작정(?)하고 있었던 전시회장을 거닐면서, 즐거움과 아쉬움을 동시에 경험했다.


무언가 더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앞으로 나아갔는데 예상치 못한 순간에 기념품샵(!)이 나와서 굉장히 당황했다. 어, 이게 끝인가. 정말로? 나는 더 많은 컨텐츠를 원했고 전시회는 내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스토리적인 무언가를 분명히 어느 대목에서는 마주할 것이라는 믿음이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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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점에서 전시회는 어트랙션 이상의 것을 원했던 나와 상호적인 관계를 맺지 못했다. 누구나 즐기고 향유할 수 있는 미술로서 설치미술을 옹호하며 이번 미니언즈 전시회 역시 그러한 설치미술의 일환이라 호평한 바 있지만, 그 말이 설치미술에는 오락성만 존재한다는 뜻은 아니었다. 이 날 원래 친구와 함께 전시회에 방문하고자 했는데, 친구가 시간적 여유가 없다고 해서 어머니와 함께 전시회에 갔었다. 어머니는 전시회장을 둘러보시며 전시회 컨텐츠보다는 아이들에 눈길을 더욱 주셨다.

 

어머니도 전시회장의 내용물보다는 그 내용물에 어쩔 줄 몰라 하며 기뻐했던 아이들이 눈에 밟히셨나 보다. 훈훈한 이야기지만 엄밀히 생각해보면 그만큼 전시회 작품 자체의 요소들로는 성인의 흥미를 유발하기에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물론 애니메이션이 지니는 작품적인 특징을 고려한다면, 그러니까 본질적으로 아이들의 이목을 끄는 것이 성인의, 청소년의 이목을 끄는 것보다 훨씬 쉽다는 걸 고려한다면. 말 그대로 아쉬운 정도에서 그칠 뿐일 수 있겠다. “이런 전시일 거 모르고 왔어?”라는 질문이 타당할 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런 아쉬움이 내 그림자를 졸졸 따라다니는 것 같았다. 이 전시회를 보려고 인사동까지 온 것인데, 예상과는 달리 일정 부분 이상의 주객전도가 이루어진 것 같아서 의아하기도, 신기하기도 했다. 어머니께서는 이럴 때 아니면 언제 인사동에 직접 와서 구경을 해 보겠냐고 가볍게 넘어가셨고. 그래도 아쉽긴 한 걸, 하고 소심하게 내뱉는 쪽은 나였다.

 

화면에서 봤던 귀여운 미니언즈와 달리 나는 그런 귀여움과는 먼 인간이어서. 즐겨야 할 건 즐겨야 하는데도 마냥 그렇지 않은 인간이어서, 투정 섞인 아쉬움을 토로하는 것일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나들이를 위해서나 즐거운 기억을 쌓기 위해서나 (특히 아이와 함께) 이 전시회는 그런 기회들에 부합할 수 있을 것이다. 때로는 자신과 정반대의 관점이나 성격적 특질을 지닌 사람의 말이 믿음직할 때가 있지 않나. 믿어도 좋다. 많은 사람들이 귀여운 전시회에서 재미난 경험을 향유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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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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