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모지스 할머니께 쓰는 편지 –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는 없습니다 [도서]

제 삶에 좋은 그림을 선물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 입력 2019.11.21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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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지스 할머니께 쓰는 편지



할머니 안녕하세요? 할머니께서 이 편지를 받아보실 수 없는 점이 아쉽습니다. 아, 영어로 쓰지 않아도 되니 그건 저에게 다행인 일일지도 모르겠네요.


얼굴도 모르는 할머니의 삶을 상상하는 일이 꽤 즐거웠습니다. 어떤 지식을 전달하지 않는 이야기를 읽은 건 오랜만인데, 최근에는 새로운 공부를 하느라 바빴거든요. 더군다나 사실 저는 이런 형식의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책은 두꺼운데 그림이 많으면, 별 내용도 없이 장수를 채우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고 ‘힐링’ 같은걸 말하려는 듯한 제목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으로 할머니를 만날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이렇게 한 사람의 인생 전체를 상상하며 읽어본건 정말 오랜만입니다. 할머니의 삶을 따라 짚으면서 원일 모를 그리움에 휩싸여 있기도 했습니다. 마치 명절에 할머니 무릎에 누워서 과일을 집어먹으며 옛날이야기를 듣는 느낌이었습니다.


“살다 보니, 실망스러운 일이 있더라도 불평하지 말고 지나간 일은 지나간 대로, 그렇게 흘러가도록 내버려두는 것도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p.31)


“그때 아버지는 말씀하셨죠. 크게 잃는 게 있으면 작게 얻는 것도 있는 법이라고요.“ (p.49)


할머니, 정말 그런가요? 사실 오늘 저는 이해할 수 없다고 느끼는 사람들과 사건을 만나야했는데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니 그런 일들이 전부 별거 아닌 일인 것만 같습니다.

 

어쩌면 저는 현재에 집중한다는 핑계로 너무 과민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며 모든 것을 통제하려 했던 욕심은 아니었을까요? 할머니의 말대로 때론 흘러가도록 내버려둬야 할 때가 있고, 잃는 만큼 얻기도, 얻는만큼 잃기도 하면서 살아가는게 인생인데 말이에요.


“추수감사절에는 웃음꽃이 피어나는 집이 있는가 하면 슬픔에 잠기는 집도 있습니다. 하지만 감사할 일들은 너무도 많습니다. 우리가 누리는 모든 축복과 풍요로움에 감사해야겠지요.” (p.97)


“나는 참 행복한 인생을 살았습니다. 물론 나에게도 시련이 있긴 했지만 그저 훌훌 털어버렸지요. 나는 시련을 잊는 법을 터득했고, 결국 다 잘될 거라는 믿음을 가지려 노력했습니다.” (p.111)


삶은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하지만 사실 우리가 마주하는 현실은 언제나 쉽지 않아서 훌훌 털어버리고 잘될 거라는 믿음을 갖는 일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 건 세상의 많은 일들을 지나온 사람의 특권일까요? 책을 보면 할머니는 평생을 많은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그런 마음가짐을 잃지 않으신 것 같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으셨나요?


"한편 찰리가 잠깐 자리를 뜬 사이, 말들이 뒷걸음을 치는 바람에 수레에 실려 있던 가구가 쓰러졌습니다. 다행히 부서진 가구는 없었지만 밀가루를 담은 통이 뒤집히고 새로 산 양철 빵틀이 방망이에 짓눌려서 그 흔적이 남았지요. 하지만 양철 빵틀은 그 뒤로도 20년을 더 썼답니다. 어찌 됐든 남자들은 소들을 개울 밖으로 끌어낼 수 있었고 다시 짐을 싣고 출발했습니다." (p.127)


어쩌면 저는 너무 근시안적인 태도로 인생을 살아왔는지 모릅니다. 밀가루를 담은 통이 뒤집히고 새로 산 양철 빵틀이 짓눌려 흔적이 남아도, “어찌 됐든” 인생은 다시 앞을 향해 출발하는 것이겠죠. 당시엔 심각해보여도 막상 시간이 지나면 별 일 아닌 것으로 여겨질수도 있겠습니다.

 

할머니의 삶이 그랬던 것처럼요. 할머니는 처음 생각과 다른 곳에 정착하거나, 오랜 시간이 흐른 후 고향으로 돌아오기도 하셨었죠. 서두르거나 조급해하지 말고 눈앞에 해야 할 일을 해나가다 보면 즐거운 일도 생기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할머니도 노년에 미국을 대표하는 화가가 되실거라고는 상상도 못하셨겠죠. 그러니 그런 할머니의 말씀을 믿어 보는것도 좋겠습니다.


“나는 우리가 정말 발전하고 있는지 때로는 의문이 듭니다. 내가 어렸을 때는 여러모로 지금보다 느린 삶이었지만 그래도 좋은 시절이었지요. 사람들은 저마다 삶을 더 즐겼고, 더 행복해했어요. 요즘엔 다들 행복할 시간이 없는 것 같습니다.” (p.202)


"사람들은 내게 이미 늦었다고 말하곤 했어요. 하지만 지금이 가장 고마워해야 할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무엇인가를 진정으로 꿈꾸는 사람에겐 바로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젊은 때이거든요. 시작하기에 딱 좋은 때 말이에요." (p.256)

 

할머니의 말씀처럼 우리 삶의 어떤 부분은 발전했지만 삶의 문제들은 여전히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자칫 뻔해 보이는 할머니의 말이 위로가 되는 이유는 할머니가 삶으로 그 말들을 증명하셨기 때문이겠죠. 할머니의 그림과 이야기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기를 바라봅니다.


제 삶에 좋은 그림을 선물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019. 1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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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 모지스 할머니 이야기 -


지은이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옮긴이 : 류승경

출판사 : 수오서재

분야
에세이

규격
165*210*16.7 / 무선

쪽 수 : 288쪽

발행일
2017년 12월 16일

정가 : 13,800원

ISBN
979-11-87498-18-6 (03840)

*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모지스 할머니'로 불리며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예술가 중 하나로 손꼽히는 화가. 1860년에 태어난 그녀는 12세부터 15년 정도를 가정부 일을 하다가 남편을 만난 후 버지니아에서 농장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뉴욕, 이글 브리지에 정착해 열 명의 자녀를 출산했지만 다섯 명이 죽고 다섯 명만 살아남았다. 관절염으로 자수를 놓기 어려워지자 바늘을 놓고 붓을 들었다. 그때 그녀의 나이 76세. 한 번도 배운 적 없이 늦은 나이에 시작한 그녀만의 아기자기하고 따뜻한 그림들은 어느 수집가의 눈에 띄어 세상에 공개되었다.
 
88세에 '올해의 젊은 여성'으로 선정되었고 93세에는 타임지 표지를 장식했으며, 그녀의 100번째 생일은 '모지스 할머니의 날'로 지정되었다. 이후 존 F.케네디 대통령은 그녀를 '미국인의 삶에서 가장 사랑받는 인물'로 칭했다. 76세부터 10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왕성하게 활동하며 1,600여 점의 작품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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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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