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캔들과 힐링 사이 [사람]

당신의 취미는 무엇인가요?
글 입력 2019.09.08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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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들 만드는 취미를 가지고 있다. 지금은 예전보다 유행을 많이 타지는 않지만, 2~3년 전만 해도 100미터도 채 떨어지지 않은 근방 곳곳에 캔들 공방이 우후죽순 생겨난 적이 있다. 그때 당시에 나는 직장인이었고,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매 시즌 수백 개의 제품을 만들며 제품을 사용할 소비자를 위한 것이 아닌 바이어를 위해 작업을 해야 하는 것에 회의를 느껴 이 스트레스를 풀 다른 취미생활이 절실히 필요했다.


회사와 가장 가까운 근처의 공방을 알아보다 조용조용 차분한 선생님의 상담 분위기에 매료돼 덜컥 캔들 공예자격증반을 접수했다. 집과 회사가 멀어 나는 매주 금요일, 약 두 달 정도 내 소중한 불금을 미뤄두고 퇴근 후 캔들 공방으로 향했다.


3~4시간 정도 되는 작업시간 동안 좋아하는 향을 고르고 가열된 왁스와 고르게 잘 섞이게 하는 방법을 익히며 표면이 매끈한 캔들을 완성하게 된다. 캔들은 온도와 비율에 따라 발향의 효과도 다르게 나타난다. 같은 캔들이면 이왕 향을 피웠을 때 더 오랫동안, 더 멀리 향이 퍼지는 것이 좋다 보니 발향이 잘 되게 하는 부분을 열심히 배워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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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작업공간에서 간간이 울려 퍼지는 음악과 함께 오롯이 나를 위한 작업을 하는 그 시간이 참 좋았다. 집중하여 내가 원하는 향을 고르고, 여러 향을 조합해보기도 하고, 그 향으로 완성된 캔들을 집으로 가져가는 자체가 내게는 힐링이었다.


잠자기 전, 일정한 시간 동안 가만히 캔들을 피우다 보면 그 캔들을 만들 때를 생각하게 되고, 만들 당시 내가 어떠한 생각을 하며 만들었는지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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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개월 동안 나는 수십 개의 캔들을 다양하게 만들어 볼 수 있었다. 기본 캔들에서 벗어나 빛깔을 입힌 캔들, 모양을 달리한 캔들 등 캔들의 종류도 무수히 많았고, 그것들을 다채롭게 만드는 다양한 방법들을 익혔다. 퇴근 후의 배움이라 지칠 법도 한데, 지친 적이 없던 것 같다.


선생님과 간간히 떠드는 수다도 즐거웠고, 나중에는 거의 친구처럼 서로의 고민을 얘기하며 토닥여 주는 사이가 되었다. 불금의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나는 직장인으로서, 선생님은 자영업자로서의 고민 등을 안주 삼아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작업실에서의 불금을 보내기도 했다.

 

캔들 공예 포트폴리오를 위해 좀 더 정돈된 캔들을 다시 만들면서 취미로 시작한 캔들에 대한 애착이 많이 커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결국, 나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시작한 취미생활로 캔들공예 자격증까지 취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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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특별한 날이 되면 주변 지인에게 캔들을 만들어 선물하곤 했다. 지금은 법이 바뀌어 향이 들어간 제품을 KC인증 없이 선물하면 불법이 되어 불가능하지만, 그때 당시엔 선물을 주는 기쁨이 컸다. 실장님 생신날, 캔들을 세트로 만들어 선물을 드린 적이 있었다.


여행을 다녀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라, 실장님은 내가 외국여행을 다녀오면서 사온 선물이라 생각하셨던 것 같다. 직접 만든 거라고 말씀드렸더니 어찌나 놀라시던지. 그 자체가 너무 뿌듯했던 기억이 있다. 신혼집들이 선물로도 이만한 게 없었다. 전사지에 친구 부부의 예쁜 사진을 인쇄하여 캔들 겉면에 붙여서 선물했을 때, 네x프레소 커피머신보다도 더 기뻐했던 그 표정이 아직도 선명하다.

 

당연히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 제품이다 보니 인증도 중요하긴 하지만, 너무 각박해진 듯하여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좋아하는 지인에게 하는 선물인데 설마 인체에 해로운 것들로 캔들을 만들까.. 사업자가 아닌 이상 인증을 받을 수 없기에 이제는 다른 누군가에게 선물할 수 없다는 게 아쉬워 볼멘소리를 해본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사업자가 되어 나의 선생님처럼 다른 누군가에게 기분 좋은 캔들 클래스를 열어보고 싶기도 하다. 캔들을 만들면서 확실히 스트레스가 풀렸고, 직장생활을 하는 데 있어 좋아하는 취미생활이 있다는 것이 꽤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리 좋은 직장에 다니고, 본인의 적성에 딱 맞는, 좋아하는 일을 한다고 해도 스트레스를 안 받을 수는 없다.

 

그러면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우리는 어떻게 그것을 대해야 할까? 아마 어떻게 스트레스를 대하느냐에 따라 우리는 각자 삶의 만족도를 다르게 느끼고, 다르게 평가하는 듯하다. 마냥 스트레스에 대한 끝없는 생각만으로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건 스트레스에 대한 해결방안이 아니다. 생각을 하다 보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쁜 생각이 끊임없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오히려 조금이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있거나, 관심 있는 분야가 있다면 발끝만이라도 아주 살짝 담가 보는 것이 힐링을 할 수 있는 첫 번째 단계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발끝만 담가보았더니, 발을 담가보고 싶고, 그러다 무릎까지 담갔을 때 내가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재미와 또 다른 나를 마주할 수도 있다는 것을 경험해 보았으면 좋겠다.


어쩔 땐, 다른 방식의 에너지가 나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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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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