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폭력의 홍수를 직시하기 "킬롤로지" [공연]

연극 킬롤로지를 다시 보기 전에,
글 입력 2019.09.02 12:23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Killology_Preview



초등학생 때였나. 누가 그랬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많은 친구들이 그러했기 때문이다. 입으로 게임 효과음 소리를 내며 무언가를 휘둘렀고, 저들끼리 스킬 이름을 외치며 놀았다. 조금 치고 받아도 그건 그들이 아주 좋아하는 게임을 따라하는 것에 불과했다. 2등신 캐릭터들끼리 몬스터를 때려잡는 게임이었다.


중학교 때쯤 되자 아이들이 따라하는 게임이 바뀌었다. 당시에는 총으로 상대를 죽이고 아군 진영을 지키는 게임이 유행했다. 아이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수류탄을 던지고 구호를 따라 외쳤다. 입으로 총소리를 내고, 상대군의 머리에 명중하면 나오는 대사를 장난처럼 썼다. 욕은 더 늘었다. 게임 속에서 익명의 사람들은 서로에게 거리낌 없이 욕지거리를 하니까. 그것들을 그대로 수용해 배우는 듯했다.


그때는 몰랐다. 어른들이 왜 게임이 위험하다하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그 행동들은 일종의 모방이었다. 게임 속 행동들을 따라하는. 청소년 시절, 우리는 쉽게 모든 것을 따라하니까. 조금 무서운 결론 같지만, 게임을 모방하면서 내 친구들과 나는 공격성이라는 것을 학습했다. ‘공격해’ ‘죽이자’ ‘살려줘’ 같은 말이 섬뜩하지만 낯설지 않은 까닭이다. 좋은 영향이라고는 결코 말할 수 없다.


분명한 사실은, 이러한 ‘폭력 학습’이 비단 게임만의 영향은 아닐 거라는 것이다. TV, 영화, 그리고 함께 사는 가족, 또래 친구들.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모르는 폭력들이 도처에 존재한다.



“거리는 사이코들로 가득하고

매일 밤 살아서 집에 돌아오는 게 순전히 기적이라고

엄마한테 말할 수는 없잖아요.”



<킬롤로지>는, 이 도처에 널려있는 사회의 문제를 개인의 이야기로 풀어낸 작품이다. 그 출처를 찾기 어려운 폭력의 홍수를 외면하지 않고 직시한 작품.


작년 여름, 아트원씨어터에서 <킬롤로지>를 이미 만났었다. 오직 제목만 보고 갔던 터라 공연을 보고 나오는데 다리가 풀릴 것처럼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이 사회가 혐오스러워서, 구성원 개인이 미우면서도 안쓰러워서, 미칠 듯이 화가 나면서도 정확히 누구에게 화를 내야할지 모르겠어서. 그리고 결론 하나 내리지 못한 채 나온 것이 조금 억울해서. 이번 <킬롤로지> ‘대면’에서는 괜찮은 답을 하나 얻어오고 싶다. <킬롤로지> 재관극을 선택한 이유다.


선택에는 어느 정도 각오가 들어있다. <킬롤로지>. 제목에서부터 느낄 수 있듯이, 폭력적인 장면이 포함되어 있었다. 직접적인 연출은 없었으나, 간접적으로도 충분히 고통스러웠다. 이번 재연은 초연에 비해 러닝타임도 늘어나고, 인터미션도 추가되었다고 하니 변화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자세한 부분은 리뷰에서 다뤄보겠다.


연극 <킬롤로지> 속 주인공들은 마찬가지의 사회에서 살고 있는 인물들이다. 폭력이 난무하는 미디어, 폭력적인 가정, 그리고 폭력에 대응하는 폭력. 그 속에서 살고 있는 세 인물들이 각자의 독백으로 극을 이끌어 간다. 퍼즐처럼 끼워 맞춰지는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진실을 만나게 될 테다.






SYNOPSIS



킬롤로지 공연사진7.jpg
 

[데이비]

"절대 돌아갈 수 없어요.
그래서 이게 꿈이란 걸 알아요."

늘 혼자다. 소풍도, 댄스파티에도 갈 수 없고, 집으로 친구를 데려오지도 못한다. 9살 생일 이후 한번도 아빠를 본적이 없다. 그리고 매일 밤, 나는 지친 엄마의 작은 등을 바라본다. 엄마는 거리에 사이코패스 갱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그날도 그랬다. 같은 반 에디 랜달이 집 앞 공원에서 날 불러 세웠다. 그게 이 비극의 시작이었다.



킬롤로지 공연사진1.jpg
 

[폴]

"생일 선물 고마워요.
사랑해요. 당신의 아들이."

아빠는 끊임없이 기대하고 늘 실망하셨죠. 그 기대는 부담과 두려움이 됐고, 결국 분노가 됐습니다. 스무 살 생일, 나의 노력으로 처음 갖게 된 자랑스러운 아파트에 가족들을 초대했습니다. 그날도 아빠는 실망하셨죠. 나는 게임 속에서 아빠를 두드려 팼습니다. 그게 이 성공의 시작입니다.



킬롤로지 공연사진3.jpg
 

[알란]

"한 사람이면 충분합니다.
내가 하지 못한 걸 해 줄 사람.
제대로 복수해 줄 사람."

아들의 아홉 번째 생일날, 강아지 한 마리를 선물하고 처음으로 '아빠'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아들을 만난 곳은 아들의 장례식장이었습니다. 법정에서 내 아들을 그렇게 만든 놈들을 만났는데,  아직도 히죽거리며 웃고 있더라구요. 다시는 내 아들과 같은 피해자가 생겨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게 이 복수의 시작입니다.






[연극열전] 킬롤로지 티저 포스터.jpg
 

킬롤로지

- Killology -


일자 : 2019.08.31 ~ 2019.11.17


시간

평일 8시

주말 및 공휴일 3시, 6시 30분

월 공연 없음

*

8/31(토), 9/1(일) 6시 30분 공연만 있음

9/12(목) 3시, 6시 30분

9/13(금) 4시


장소 :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


티켓가격

R석 55,000원

S석 40,000원


제작

(주)연극열전


관람연령

만 16세 이상


공연시간

125분 (인터미션 : 15분)






본문에 사용된 사진은 2018 공연사진입니다.



전문필진 태그.jpg
 

[이주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