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캐나다에서 일하기 : 페이체크와 팁문화. [여행]

몬트리올 4
글 입력 2019.07.17 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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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 파트타이머로 일하기

이제 슬슬 통장 잔고가 바닥을 향해 간다 싶었을 때쯤 구원의 동아줄처럼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재미있는 건 이 일터는 내가 한 달 동안 목을 메며 이력서 수정해가며 지원했던 곳도 아니거니와, 다른 사람들 말을 듣고 이력서를 출력해 발품 팔아 지원했던 곳도 아니라는 점이다. 발품 팔러 나가기 전에 온라인으로 딱 두 군데의 카페에 지원했는데 그 중 한 곳에서 연락이 왔다. 솔직히 면접을 보러 가기 위해서 지도에 찾아보기 전까지는 위치도 자세히 몰랐던 곳이다. 카페일은 2년이나 해봤으니까, 언어도 영어와 불어 둘 다 가능하니까, 하는 마음에 가볍게 지원했던 곳.

부끄럽지만 캐나다에 오기 전에는 일에 대한 거창한 욕심 같은 게 조금 있었다. 서비스직 아르바이트는 한국에서 나름대로 오래 했으니까 캐나다에 가게 되면 용기내서 오피스잡에 지원해봐야겠다고 생각했었다. 짧은 인턴 같은 일이라면 1년 짜리 워홀 비자라도 가능하지 않을까, 일을 잘 하면 워킹비자로 전환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막상 도착해서는 그 용기라는 것이 파스스 바람결에 흩날리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한국에서 출국일자를 최대한 늦추면서 부모님께는 일년간 준비해서 파트타임 말고 괜찮은 직업을 구하겠노라고 큰소리쳤었는데 사실은 그 일년 동안 제대로 한 게 없었다. 구직사이트를 돌아보며 자기 객관화를 하게 되는 순간은 슬프다. 캐나다에서라고 한국에서와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어디 탓하거나 하소연할 데도 없었다. 내가 가지고 온 게 이만큼 이라는 걸 내가 가장 잘 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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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이얼 시프트를 받아
두 시간 동안 일하며 배운 것들


그렇다고 지금 일이 마음에 안 든다고 불평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솔직히 매일매일이 새롭고 재미있는 일들로 가득해 나는 만족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이 파트타임 일로는 비자 연장이 불가능하다는 점은 있지만,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니까.

내년 3월에 내가 어떤 걸 원하게 될지, 어떤 일을 하고 있을지는 모를 일이다. 다만 이곳에서 금방 적응할 수 있는 바탕이 되어준 2년 동안의 카페 아르바이트 경험과, 한 곳에서 2년 동안이나 일할 수 있도록 잘 이끌어주신 두 분 사장님, 프랑스어를 전공으로 선택하고 공부했던 4년과 외국생활 경험이 되어준 5개월의 교환학생 프로그램, 이런 지나온 시간들에 마음 깊이 감사하고 있다. 지나고 있는 당시에는 잘 느끼지 못하더라도 지나고 보면 크든 작든 모든 게 경험이고 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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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 처음 받아본 수표


캐나다에서는 정식으로 등록된 일을 구하면 보통 2주에 한 번 페이체크를 받게 된다고 한다. 물론 회사에 취업하는 것은 또 다른 일이다. 그쪽으로는 경험이 없어 잘 모르지만 주급으로 계산되어 매월 일정한 날짜에 통장에 다이렉트 디파짓을 받는다고 들었다. 월급제도 있고 주급제도 있는 것 같지만 자세히는 모른다. 나중에 언젠가 경험하게 될지 모르지만 우선 나는 파트타임 알바생이니까 내가 알 수 있는 건 아르바이트 세상의 이야기다.

우리 카페는 정석적인 시스템을 따른다. 우선 출퇴근시에 포스기에 본인의 직원번호를 입력해 시간을 체크하고, 2주에 한 번 그 시간을 모두 통합해 시급으로 계산된 체크를 받는다. 캐나다는 다 우리 카페 같은 줄 알았는데, 현지인 친구들과 현지에서 오래 산 한인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모두가 다 정석을 따르는 건 아니었다.

페이체크는 정식으로 직원들 각각의 SIN(social insurance number)을 등록하고 2주마다 칼같이 지급하는 것이기 때문에 택스를 비롯한 모든 게 정확하게 보고되는 방식이다. 따라서 캐나다에서 정식으로 일할 수 있는 비자가 없는 사람은(불법체류자나 관광비자 등) 페이체크를 받는 일을 할 수 없다. 또한 나처럼 정석적인 경우에는 페이체크와 함께 지급내역서를 받는데, 근무시간과 그에따른 급여, 그리고 그에 따른 세금이 정확하게 계산되어 적혀 있다. 서로 세금을 피하는 부분에서 이해관계가 맞는다면 현금으로 합의를 할 수도 있다고 한다.

작은 가게, 자잘한 일일수록 그렇게 하기 쉽다. 현지인 친구에게서 이 이야기를 듣고 솔직히 조금 놀랐다. 캐나다에 오기 전에 캐나다에 대해 가지고 있던 이미지는 지하철 개찰구가 고장났을 때 표값을 정확하게 개찰구에 쌓아두고 가는 시민의식이 투철한 나라, 세금 칼같이 내고 복지 칼같이 누리는 깨끗한 나라였는데. 현금으로 주고 받다가 떼먹히면 신고하거나 받아낼 수도 없다고 하니 참 사람 사는 곳은 어느정도  다 비슷비슷한가 싶었다. 물론 이런 일들은 법의 눈을 피하기 쉬운 작은 곳에서 일어나는 것이고, 큰 회사들은 대체로 법을 잘 지킨다고 한다. 왜냐하면 한 번 걸리면 벌금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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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페이체크를 통장에 입금하고 받은 영수증
 

날짜가 요상하게 겹치는 바람에 첫 페이체크가 딱 하루치 밖에 없어서 61달러 정도 뿐이지만, 그래도 난생처음으로 '페이체크'라는 이름의 수표를 받아본 것도 설레고, 그 다음주에는 시프트를 삼일이나 받은 것도 기분 좋고, 처음으로 수표를 입금하고 받은 영수증도 마음에 들어서 일기에 그대로 가져다 붙였다. 사장님께서 웃으며 "자, 너의 첫 페이체크야.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고 말하시던 모습이 한 달 넘게 지난 지금 떠올려도 눈앞에 생생하다. 일을 시작한지 한달 반이 훌쩍 넘었는데 아직까지는 이렇다할 문제도 없었고, 다행히도 매일매일이 즐겁기만 하다. 앞으로도 이렇게 잘 해나가기를 기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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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증맞고 귀여운 팁 바구니


구직활동 중에 받은 조언 중 하나는, 한국 이름을 쓰지 말고 영어 이름을 쓰라는 것이었다. 발음하기 어려운 이름을 보면 단번에 외국인인 줄 알고 이력서에서 자르는 경우도 있고, 부르기도 불편해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가벼운 마음으로, 원어민 교수님 수업 시간에 쓰던 불어이름을 이력서에 적어냈다. 그리고 그렇게 나는 이 카페에서 클로이가 되었다. 학교 다니던 때에는 과에서 서로 장난처럼 불어이름으로 부르곤 했는데, 졸업한 이후로 누군가 나를 이 이름으로 부르는 게 처음이라 초반에는 생소했다. 불렀는데도 나를 부른 건지 못 알아챈 적도 있다. 그래도 한 달이 지나니 누군가 나를 클로이라고 부르는 게 나름 익숙해져서 이것도 나름대로 재미있다.

캐나다의 팁 문화에 대해 말하자면 사실은 아직도 다 안다고는 말할 수 없다. 고급 레스토랑이나 호텔에서 일해보거나 식사해본 경험은 아직 없기 때문이다. 듣기로는 호텔 서버잡은 시급이 최저시급보다 낮은 대신에 팁이 어마어마하다고 들었다. 물론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이다.

우리 카페의 팁은 크게 현금팁과 캐시팁으로 나뉜다. 카드팁은 카드 단말기에서 제품값과 함께 결제되는 방식이다. 조금 복잡하긴 하지만 어려울 것도 없이 단말기에서 알아서 다 계산해준다. 예를들어 10달러 치 음식을 샀다면 우선은 가격을 확인하고, 팁을 %로 줄 건지 $로 줄 건지 물어본다. $를 선택하면 1달러, 2달러 등 원하는 금액을 본인이 입력할 수 있고, %를 선택하면 10%, 15%, 20% 등을 직접 입력할 수 있다. 그렇게 단말기에서 함께 결제된 팁은 매주 주말마다 사장님이 직원들 근무시간과 맞춰 계산해서 각자의 팁 봉투에 넣어준다. 현금팁은 더 간단하다. 팁 바구니에 손님들이 주고 간 팁을 근무시간이 끝날 때마다 함께 근무한 사람들끼리 n분의 1로 나누어 가진다. 퇴근하면서 깜빡한 경우에는 카운터 뒤쪽에 위치한 각자의 팁 바구니에 그날 함께 일했던 동료가 넣어준다.

2주마다 체크를 받아서 입금을 하다보면 그게 급여의 전부인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팁을 받을 때마다 용돈을 따로 받는 느낌이 드는 것도 재미있다. 특히나 카드팁은 일주일치를 한 번에 받는 거라 금액이 꽤 커서, 받고 나면 일주일치 용돈으로도 사용 가능하다. 이 쏠쏠한 재미를 알고 나니 나도 어디에 가면 꼭 팁은 제대로 챙겨주려고 한다. 좀 우스울 수도 있지만 팁을 받으면 일하는 보람이 두 배로 느껴지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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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시작한 첫주에는 매일 일하러 가는 것이 설레고 기대됐는데, 그 때 친구가 말하길 일주일만 일하고 나면 질릴 거라고 했다. 에이 설마, 이렇게 재미있는 걸? 했지만 막상 일이주 정도 지나 일에 익숙해지니 일하러 가는 게 또다시 귀찮아지기는 하더라. 사람 참 간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세 내고 휴대폰비랑 교통비 내고도 생활비가 남는다는 것에 즐거워하던 게 말 그대로 엊그제인데. 심지어 6월 한 달 동안 두 번이나 거하게 지각하는 쾌거도 이루어냈다. 집이 멀어서 한 번 버스 놓치면 40분은 그냥 별 수 없이 지나쳐 보내야 하기 때문에 웬만하면 새벽같이 일어나는 편인데, 어쩌다 보니. 그래도 같이 일하는 친구들이 인내심을 가져주고 사장님도 단호하지만 큰 말 없이 지나가주셔서 다행이다. 7월부터는 지각하는 일이 절대절대 없을 것이라고 굳게 약속도 했다.

우리 가게는 시내 번화가와 가까운 곳에 위치한 카페라서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오간다. 단골 손님도 꽤 있지만 주로 여행객들이 많은데, 국적도 직업도 성별도 나이도 각양각색이다. 영어만 쓰는 손님도 있고 불어만 쓰는 손님도 있다. 간단한 인사부터 시작해서 소소한 일상 대화까지, 한 달 반 동안 정말 많은 사람들과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 것 같다. 처음엔 wash room(화장실)을 mushroom(버섯)으로 듣기도 하고, 모르는 표현이 많아 버벅거렸는데, 이제는 영어도 불어도 어느정도 부드러워졌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과 함께 겨울이 찾아오면 또 어떤 변화가 생길지 아직은 모르지만, 지금처럼 하루하루 재미있게 지내다 돌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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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소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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