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아름다운 죽음을 말해준 영화 - 미 비포 유

미 비포 유(2016)
글 입력 2019.05.27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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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비포 유’, 3년 전 개봉한 이 영화를 이제야 보게 된 이유는 딱 한 가지였다. 이 영화가 시한부인 남자 주인공과 발랄하기 그지없는 여자 주인공이 만나 우여곡절 끝에 사랑을 이루는, 그저 그런 신파극 중의 하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미 비포 유’를 보기로 마음먹은 것 또한 어느 날 문득 가슴 절절한 로맨스 영화를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울고 싶어서 보게 된 영화가 많은 생각을 남길 줄은, 글을 쓰게 만들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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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주인공 윌은 교통사고를 당한 이후 몸을 전혀 움직이지 못하는 전신 마비 환자로 살아간다. 삶의 의지를 잃은 그는 결국 6개월 후 스위스로 떠나 안락사를 준비하고자 한다. 그런 그에게 루이자라는 여자가 다가온다. 그녀는 윌의 새로운 임시 간병인으로, 다소 수다스럽고 서툰 태도를 보여 윌과 부딪힌다.

하지만 윌은 루이자의 밝고 따뜻한 마음씨에 이내 마음을 연다. 루이자 또한 윌과 함께 추억을 만들며, 그에게 사랑을 느낀다.



어쩌면 현실적인 사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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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을 이야기하자면, 두 사람은 이뤄지지 않는다. 윌은 결국 안락사를 택한다. 어쩌면 뻔하지 않은 결말이다.

예상대로라면 윌은 안락사를 택하려고 마음먹지만, 루이자에게서 삶의 동기를 느끼고 열심히 살아가야 한다. 하지만 영화는 이러한 희망적인 결말을 원하지 않았다. 윌과 루이자가 함께하기로 결정하더라도 결국 모두 힘들어질 것을, 두 사람의 사랑은 영원하지 못할 것을 알기 때문이다.

사실 필자가 원하는 결말 또한 윌이 행복을 되찾고 루이자와 영원을 약속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예상과 다르게 흘러간 결말이, 윌이 안락사를 선택하는 것이 결코 원망스럽게 느껴지진 않았다.

단순히 사랑하는 감정만으로 루이자의 손을 잡기엔, 그의 장애는 극복하기 힘든 상황이다. 사랑하는 여자를 따뜻하게 안아주는 것조차 불가능한데, 사랑하는 사람의 모든 순간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는데 어떻게 영원한 사랑을 맹세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무엇보다 윌은 누군가를 지켜줄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그가 루이자에게 영원을 약속하는 것은, 그녀에게 책임감과 의무감을 부여하는 행위에 불과했다.

단순히 영화의 끝이 행복하길 바라는 이들이라면, ‘미 비포 유’의 결말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윌과 루이자의 삶을 바라본다면, 두 사람이 마주한 이별은 현실적인 수순이다. 어쩌면 현실적이기에, 이 영화가 많은 이들을 더욱더 먹먹하게 만든 것일지도 모른다.



죽음이 곧 새드엔딩은 아님을 말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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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평소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저 죽음이란 슬프고 비극적인 일이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사실이다. 누군가의 죽음을 지켜보는 것이란 얼마나 괴로운 일인가.

하지만 윌이 생각하는 죽음은, 죽음이 꼭 비극적인 것만은 아니라고 말해준다. 어떤 이들의 경우,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의 의지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비관할 것이다. 이 또한 타당한 의견이다. 생명은 귀한 선물인 만큼 함부로 대해선 안 되는 것이라고, 모두 배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윌의 죽음은 자살이라고 비관하기엔, 아름다운 끝맺음이었다. 윌은 고통 속에서 죽음을 맞이하지 않았다. 루이자가 선사한 6개월간의 추억 덕분이었다. 그는 6개월 동안 빨간 드레스를 입은 여자와 데이트를 하는 남자가 될 수 있었고, 친구들과 함께 여행하는 평범한 청년이 될 수도 있었다.

윌은 끝이 다가오는 삶을 살고 있었다. 루이자가 없었다면, 그는 자기 죽음에 괴로워하는 이들을 마주한 채 슬프게 삶을 맞이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의 마지막엔 루이자가 있었고, 그는 그녀와 함께한 기억을 떠올리며 행복한 삶을 마무리했다. 루이자 또한 윌이 행복한 죽음을 맞이했다는 것을 알기에, 그에게 담담히 안녕을 빌지 않았을까.
  

[황채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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