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요새요새 vol.3

복합문화공간, 플랫폼창동61 레드박스
글 입력 2019.03.04 13:08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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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개강전 마지막 발악



사실 3월이 오지 않기를 빌었다.


요새 아무래도 4학년이 되다 보니 취업 걱정도 많고 나에 대한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였다. '새'학기라는 변화가 두려웠다. 해야 할 일은 많은데, 뭘 먼저 해야 할지 모르겠는 느낌. 뭐 우스갯소리로 대학생들이 흔히 말하는 '개강 증후군' 비슷한 거다. (다들 이맘때쯤 이래서 휴학하는구나라는 것을 느꼈다) 평소에 이럴 땐 미술관을 종종 가서 마음에 환기를 시켰는데 그마저도 그리 내키지 않았다.


그렇게 무기력한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니 결국 약 올리듯 3월이 찾아왔고 어쨌거나 또 한 학기를 시작할 준비를 해야 했다. 한 학기 동안 나를 버티게 해줄 무언가가 필요했던 것일까. 의지의 상대가 필요했던 것일까.


이름도 모르는 밴드의 공연이 너무 기다려졌고 그 공연이 나에게 좋은 추억을 남겨줄 것만 같았다. 그래서 나는 이 공연을 보러 가는 날을 '개강 전 마지막 발악'이라고 이름 붙이기로 했다.




02 플랫폼창동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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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동. 서울 살면서 처음 들어보는 지역 이름이었다. 항상 공연에 쫓기듯 도착했던 나는 창동이라는 동네 이름에서 느껴지는 낯선 기분에 서둘러 출발했다. 덕분에 20분 정도 일찍 도착해 사진도 찍고 근처 카페에서 달달한 것을 먹는 여유도 부렸다.


<플랫폼창동61>을 복합문화공간으로써 이름은 익히 들었었는데,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걸 하고 있는지, 어디에 있는지에 대해서는 하나도 아는 게 없었다. 첫인상으로 말해보자면 요즘 말로 '힙'해 보였다.

 

우선 내가 생각하는 <플랫폼창동61>의 힙 포인트는

1. 컨테이너 박스에서 풍겨져 나오는 언더그라운드 감성

2. 대중적이지 않은 가수들의 공연

3. 클럽같이 생긴 스테이지 내부(스탠딩)

4. 바로 옆에 딸려있는 예쁜 카페들

5. 개성 넘치고 친절한 직원분들

이 정도가 되겠다.


첫 방문이었지만 굉장히 요모조모 뜯어볼 구석이 많았다. 즐겨볼 문화가 아직 많이 있다는 것을 또 느꼈다.




03 세 밴드의 공연



5분 정도 남겨놓고 입장을 했는데, 꽤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같이 오기로 한 친구가 갑자기 병원을 가는 바람에 홀로 공연을 즐기게 되었지만, 이 또한 오롯이 나 혼자 즐기는 힐링 공연이라고 생각하니 또 새롭게 느껴졌다. 다만 스탠딩 공연이라 혼자 서있기는 좀 뻘쭘했다.


공연 진행은 <공중그늘>, <사뮈>, <다브다> 순으로 진행되었다. 개인적으로는 <공중그늘>의 노래가 정말 좋았다. 낯선 공간에서, 설레는 마음이 가득할 때 바로 듣게 된 노래라서 더욱 노래가 환상적으로 들렸을 수도 있지만, 그것도 나름 나만의 비밀스러운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공중그늘>의 노래는 나의 취향을 완전히 저격했다. 인디밴드(라고 하기엔 조금 유명할 수도 있는) <새소년>이란 그룹의 노래와 비슷하게 느껴졌다. 구름 위를 동동 떠다니는 느낌. 그리고 근처에 비눗방울은 필수. 촌스러우면서도 세련됨이 공존하는 오묘한 노래.


사실 아트인사이트 소개 페이지에서 유튜브 뮤직비디오를 틀다가 '아 내 취향임은 확실하니 그만 듣고 가서 라이브로 들어야겠다'라고 생각했던 그룹이었다. 친구와 같이 갔으면 용기 내서 호응도 엄청 했을 것 같은데 혼자라서 그런지 너무너무 소심해졌다. (모두가 나를 쳐다보는 것 같은 느낌;)


하여튼 내가 애정 하는 인디밴드가 하나 더 생겼다.




04 부러운 사람들



하여간 세상엔 부러운 사람들이 너무 많다.


돈 많은 사람도 무진장 부럽지만 그보다 아주 조금 더 부러운 사람이 하고픈 일을 맘껏 하며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누가 뭐라 든, 돈을 적게 벌든 많게 벌든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사는 사람들.


그래서 부러웠다. 6시부터 8시 30분까지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에 누구보다 푹 빠져서 음악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23년을 살아왔으면서 나도 이렇게 무아지경으로 빠져 즐길 수 있는 '무엇'이 있긴 있었나 싶었다. 다리 아픔+부러움+야속함 등이 뒤섞인 150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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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브다의 김지애님 (기타, 보컬)




05 공연장을 나오며...



생애 처음으로 스탠딩 공연을 봤다. 허리가 안 좋은 나에게는 스탠딩 공연은 도전과도 같은 존재였다. 아무래도 두 시간이 맥시멈이었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 갈수록 진짜 힘들었다.. 그래도 재밌고 행복했다.


한가지 아쉬웠던 점을 굳이 꼽자면 가사가 전혀 안 들렸다는 것이다. 플랫폼창동 공간의 문제인 것인지, 원래 스탠딩 공연이 이런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목소리가 그냥 하나의 악기로 느껴질 만큼 가사가 잘 안 들렸다.(물론 이것도 나쁘진 않았다) 시선이 분산되더라도 뒷배경에 가사를 띄운 배경이 함께 나왔으면 어땠을까 싶었다.


***


따뜻했던 공연장을 나오니

날이 조금 춥게 느껴졌다.

날씨도 나도, 더 따뜻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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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예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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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 주거간이
    • 다브다 베이스 노거현씨
      혹시
      조○심 63세 누구지요??
      노거현씨가 합류해
      음반작업을 하고있는
      2020~2021년도에도
      인간이라면 도저히 도저히
      할수없는 있을수없는
      그긴세월 15년 세월을...
      베이스 노거현씨
      다브다에 누 끼치지마시고
      조용히 탈퇴하시기를
      권고합니다
      멋진 지애님
      드럼의신 승현님
      화려한기타 요셉님
      멋지게 오래 응원합니다
      노거현씨!!!
      다브다 지켜주고 싶습니다
    •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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