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하면 안된다는 말을 듣는 순간 더욱 간절해지는 이유

뮤지컬 '재생불량소년'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글 입력 2018.12.18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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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 뜨거운 물로 샤워하지 마시고 목욕탕에도 가시면 안됩니다."
"당분간 돼지고기, 소고기 등 육류와 녹두 등 찬 성분은 드시면 안됩니다."

1달 전, 수술을 했을 때와 10년 전, 한약을 먹었을 때 들었던 말이다. 하지만 이 말들을 듣는 순간 나는 뜨거운 샤워와 지글지글한 삼겹살이 간절해졌다. '하면 안 된다는 말을 듣는 순간 더욱 간절해지는 이유', 뮤지컬 <재생불량소년>의 이야기도 이와 닮아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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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이나마 빈혈이 있어본 사람은 알 것이다. 이것이 얼마나 짜증나고 성가신 병인지. 가장 흔한 것은 기립성 저혈압과 함께 오는 빈혈, 혹은 생리양이 너무 많아서 생기는 빈혈 등이 있다. 빈혈을 겪으면 피곤하고 무기력해진다. 흔히는 '픽'하고 쓰러져버리는 가련한 여주인공의 병이지만 사실 빈혈은 경증부터 중증까지 그 증세가 다양하다. 그리고 뮤지컬 <재생불량소년>에서 다루는 빈혈은 '재생불량성 빈혈'이다.

재생불량성 빈혈은 조혈모세포와 각 계열 전구세포수의 감소에 따라 혈액 생산이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병이다. 어디 피를 많이 흘려서 피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잘 생기지 않는 것이다. 대학생의 과제 친구 네이버 지식백과에 기재된 '재생불량성 빈혈' 생활 가이드를 보면 이렇게 말하고 있다.


"출혈하기 쉬우므로 타박상을 입거나,
피부와 점막에 상처가 생기지 않도록 주의한다.
칫솔은 부드러운 것을 사용하고
면도날로 면도를 하는 것은 피한다."


이 병은 칫솔까지 부드러운 걸 써야할 정도로 출혈을 피해야하는 병인 것이다. 당연히 면도날도 금지. 그런데, 직업이-꿈이 복서라면? 원, 투, 잽을 날려 치고 받고 싸우면서 입에 피 터지고 눈두덩이에 멍 드는 것이 일상인, 복서라면? 이 가련한 청춘의 이야기는 여기서 시작된다.

뮤지컬 <재생불량소년>은 성장극이다. 제대로 된 성장극은 그것이 연극이든, 책이든, 뮤지컬이든, 한 사람의 생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공연제작사 아웃스포큰 강승구 대표의 신념처럼, 누군가의 인생을 뒤흔들 수 있길 바라는 한 청소년의 성장기다. 이는 아웃스포큰의 소년 3부작 중 <바람직한 청소년>에 이어 두 번째 작품이다. 잘 만든 성장극은 그 시기에 있는 청소년들을 자극할 뿐만 아니라 다 자란 성인들에게도 '저런 시절이 있었지'하며, 그 때 그 시절을 상기시키는 기능을 한다. 원래 자라나는 시기는 세상물정 모르고 치기없는 것이 디폴트처럼 여겨지는 시기이므로, 우리는 주인공의 서사가 다소 과격하더라도 '그럴 수 있지' 너그러이 지켜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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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 불량이 재생 불가능은 아니야'


위 문구는 이 뮤지컬의 가장 큰 슬로건이다. 사실 한 번에 와닿지는 않는다. 재생 불량이 재생 불가능이 아니라고? 불량과 불가능이 뭐가 다르지? 하면서 고민하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럴 여유가 있다면) 불량은, 수리할 수 있고 불가능은 그럴 가능성조차 없다. 다시 한 번 친절한 네이버 지식백과의 생활가이드를 보자.


"서서히 발생한 재생불량성 빈혈은
호전되는 시기와 나빠지는 시기가 되풀이 되지만
치료에 따라 일상 생활을 할 수 있으므로,
의사의 지시에 따라 끈기 있게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소년도, 끈기있는 치료에 따라 일상적인 생활이 가능한 것이다. 그러니 '재생 불량이 재생 불가능은 아니야'라는 말은, 포기하지 말고 가능성을 놓지 말라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금 드는 의문은, 이 일상적인 생활에 복싱이 허용되는가-이다. 보기만 해도 아파서 나는 잘 보지도 않는 복싱 게임을 우리는 '일상'에 넣어서 해석해도 되는 걸까? 나에겐 아닐지 몰라도 주인공 '반석'에게 복싱은 확실히 일상이다.


'반석은 절친 승민의 기억 때문에 링에 오르지 못하는 천재 복서다. 사회에선 문제아로, 복싱계에선 게으른 천재로 점점 내리막을 걷던 도중 반석은 재생불량성 빈혈이란 희귀병을 판정받고 무균실에 입원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곳에서 백혈병 재발로 무균실에 오랫동안 있던 성균을 만나게 된다. 성균은 특유의 친화력과 긍정으로 반석에게 접근하지만 반석은 차갑게 성균을 밀어낼 뿐인데...' (시놉시스 중)


참 이상하지 않은가. 게으른 천재가 갑자기, 재생불량성 빈혈을 판정받고- 어떤 밝은 인물을 만나- 복싱에 대한 열정이 다시 타오른다는 것은. 일상이던 것이, 그것도 기피하고싶고 지겨운 일상이었던 것이 다시 하고 싶어지는 것. '하면 안 된다는 말을 듣는 순간 더욱 간절해지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일상이었던 것들이 소중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극의 경우, '성균'이라는 캐릭터가 '반석'의 의지를 더욱 불사를 것으로 보인다.)

'하지 마세요'라는 말을 듣는 사람들은, 지겹다고 혹은 당연한 일상이라고 착각했던 것들을 할 수 없게 됨으로서 그것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반석 또한 그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여기서 나와 반석의 차이는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쉬운지, 어려운지의 차이겠다.

반석은 어떻게 자신의 일상을 회복하게 될까. 대체 승민이라는 열혈 복서는 왜 반석을 링에서 밀어낸걸까. 어떤 기억 때문에 반석은 링을 멀리하게 된 걸까. 그리고 결국, 반석은 행복할 수 있을까? 뮤지컬 <재생불량소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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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깐 덧붙이자면, 뮤지컬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는 스토리와 노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작품을 당신이 꼭! 봐야할 이유는 이 뮤지컬의 작곡가 때문이다. <안녕 유에프오>는 내가 기억하는 창작 뮤지컬 중 가장 좋았던 작품 TOP 3에 꼽을 만큼 노래가 좋았다. 김예림 작곡가의 은사님이 나의 고등학교 은사님이기도 해서 안녕 유에프오 공연을 보러갔었는데, 연기와 연출도 좋았지만 '암 언 에어포트 베이비~(I'm on airport baby~)'라는 그 부분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창작 뮤지컬의 신선한 재미를 맛볼 절호의 기회다.






공연제작사 아웃스포큰

2016년 설립된 "노골적으로 말하다"라는 ‘OUTSPOKEN'의 원 뜻을 토대로 만들어진 ‘공연제작사’이다. “연극은 시대의 정신적 희망이다"라는 말처럼 시대의 불합리, 비합리성에 철저히 맞서되 작품 스스로가 빛나고, 관객 입장에서 즐거운 작품을 만드는 것 또한 놓치지 않는 것을 추구하는 욕심 많은 회사이다.

연극, 뮤지컬 <바람직한 청소년>을 시작으로 도발적이고, 새롭고, 재미있는 작품을 회사 이름 그대로 노골적으로 만들 예정이다. 연극, 뮤지컬 <바람직한 청소년>에 이어 연극, 뮤지컬 <재생불량소년>, 연극 <여기, 소년이 있다> 까지 '소년 3부작'을 통해 이 시대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의 삶을 날 것 그대로 생생하게 무대에 담아낼 예정이다.


공연명 뮤지컬 <재생불량소년>
공연장소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공연일정 2018.12.23.(일)~2019.1.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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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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