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영화를 사랑하는 어떤 흔적들. FILO(필로)

글 입력 2018.11.06 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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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사랑하는 이 시대에 영화에 대한 글들은 인터넷 곳곳에서 쏟아지고 있지만 정확하고 아름다운 언어로 날카롭게 쓴 우아한 글은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영화에 대한 진심 어린 시선, 사랑하는 이를 바라볼 때 나오는 눈빛, 조심스러움. 그럼에도 감성에만 치우치지 않는 논리적으로 단단한 글들. 그런 글들을 영화비평잡지 『필로』에서 만날 수 있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영화를 보는 행위보다 후에 그 영화에 대한 글을 읽는 걸 더 즐긴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영화에 대해 막연하게 좋았던 혹은 별로였던 부분들이 단어와 문장으로 뚜렷하게 다가와 기어코 영화를 완성시키는 그 찰나의 쾌감들이 나를 사로잡았다. 그래서 보는 당시에는 재미없었던 영화라 할지라도 그것에 대한 어떤 글을 읽으면 그 영화를 다시 생각해보게 되고 결국 사랑하게 되는 마법 같은 경험을 하곤 한다.


그래서 나는 관객과 독자의 입장에서 영화에 대한 최종적인 완성은 비평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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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의 첫 시작은 일본 배우 카세 료가 맡았다. ‘영화에 관한 요즘 감상 노트’라는 코너로 그가 본 영화나 배우, 음악에 대한 단상들이다. 마치 영화 애호가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뒤에 등장하는 긴 비평 글들을 읽을 준비운동을 하는 듯하다. 이제 준비운동을 마쳤다면 본격적인 영화 글들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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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남다은, 정한석, 허문영, 이후경 등의 쟁쟁한 영화평론가들이 각자 하나의 영화를 가지고 글을 펼친다. 개인적으로 영화 <버닝>에 대한 정한석 평론가의 글이 인상깊었다. <버닝>은 영화를 본 후 영화 속 모호함과 알 수 없는 답답함에 그것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힘을 잃고 그저 마음 한구석에 밀어 넣어 뒀던 영화다. 그런 영화를 여기서 만나다니, 미뤄둔 숙제를 들킨 기분으로 읽어 나갔다. 그의 글은 내가 얼마나 영화를 게으르게 봤었는지 반성하게 했다. <버닝>에 등장하는 많은 의문적인 순간들을 그만의 언어로 질문하고 답하기를 반복하여 그 의미를 찾아낸다.


뒤에 이어지는 프랑스 영화평론가 장미셸 프로동의 글도 흥미롭다. 그의 글에 등장하는 클로드 란즈만은 처음 보는 영화 감독이고 작품 또한 생소했지만 그래서 더욱 미지의 세계에 발을 들이는 느낌으로 흥미롭게 읽어 나갈 수 있었다. 그의 작품 <쇼아>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렇게 영화에 대한 지평을 조금 더 늘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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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로』는 글 속에 영화를 사랑하는 흔적들이 묻어있다. 계속 곱씹어 장면들의 의미를 생각하고 영화에게 말을 걸고, 기어이 그 뜻을 영화 안에서 찾아내는 그 모습은 사랑하는 사람의 어떤 행동 하나에 감춰진 의미까지 생각해보는 섬세한 연인의 모습과 유사하다. 그래서 잡지의 슬로건이 ‘영화와 언어와 사랑의 탐색지’인가보다. 과연 영화를 향한 대책 없는 러브레터다. 

 


‘비평의 죽음이라는 말 자체가 식상한 표현이 되어버리고 영화잡지라면 어느 투자자도 고개를 가로젓게 된 때에, 뭔가 새로운 걸 시작해봐도 좋겠다는 대책 없는 용기가 우리를 찾아왔다.

되든 안 되든 오롯이 영화의 비평에 집중한 독립잡지를 만들어보자. 영화가 버티면 우리도 버틴다.’



『필로』 1호를 창간하는 글에서 했던 편집장의 말이다. 그의 말처럼 대책 없는 용기로 시작한 이 영화평론지가 벌써 4호를 맞이했다. 앞으로 이어질 『필로』의 행보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필로 FILO
- 2018.9/10 -


펴낸곳 : 매거진 필로 편집부

분야
잡지 > 예술/대중문화

규격
170 * 240 mm

쪽 수 : 160쪽

발행일
2018년 09월 07일

정가 : 14,400원

ISBN
979-11-963782-2-6





차례


5
편집의 글

6
카세 료 <스즈키 가족의 거짓말> 외
영화에 관한 요즘 감상 노트

12
남다은 <린 온 피트>
사막을 걷고 밤을 건너

24
정한석 <버닝>
이창동의 꽃병

50
김병규 <산책하는 침략자>
부축하는 연인들

62
아오야마 신지 <풀잎들>
영화는 거기 있었다

80
허문영 <더 스퀘어>
스크린 붕괴의 두려움

94
이후경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
액션은 저 너머에 있다

108
정홍수 <모래의 여자>
삶이라는 지속, 영화의 충실성

124
장미셸 프로동 클로드 란즈만
비가시사의 현시자

144
손시내 <디트로이트>
응답 없는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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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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