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서로를 이해하려는 부녀의 특별한 방식, <토니 에드만> [영화]

글 입력 2018.10.22 10:40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답답하고 불편하다. 162분이라는 긴 러닝타임 끝에 든 생각이다. 의미없는 장난치기 말고 인생의 목표라곤 없어 보이는 아버지를 한심해 하는 딸과, 딸 노릇은 커녕, 하루 종일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 커리어우먼 딸을 안타까워하는 아버지. 영화의 스토리는 ‘이 부녀가 과연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메인 텐션을 가지고 전개된다.



movie_image.jpg
 

가족이나 다름없던 늙은 개의 죽음을 겪고, 아버지는 한 달의 휴가를 내고 관계가 소원한 딸을 방문한다. 딸은 급작스럽게 나타나 일에 방해가 될 정도의 장난을 치는 아버지에 당황하면서도 자신의 파트너들에게 소개하고 함께 다닌다. 의도와는 조금씩 어긋나지만, 둘은 각자만의 방식으로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지속한다.


movie_image (1).jpg
 

영화의 주된 소재는 ‘장난’이다. 우스꽝스러운 틀니를 비롯한 분장 장난을 즐기는 아버지. 아버지와는 또 다른 그녀만의 장난(마약, 누드파티 등)을 즐기는 딸. 아버지는 마약을, 딸은 틀니를 낌으로써 둘은 상대방을 이해한다(혹은 이해하려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는 그저 보여주기에 불과하다. 마약을 해도 즐겁지 않고, 틀니를 빼고 나면 한숨이 나온다.


movie_image (2).jpg
 

영화의 최고조는 나체의 딸과 털북숭이 탈을 뒤집어 쓴 아버지가 포옹하는 장면에서 극에 달한다. 감정을 교류하는 듯하지만, 이내 곧 딸은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고 남겨진 아버지는 바닥에 누워 숨을 헐떡댄다. 이후 할머니의 장례식에서 오랜만에 재회한 두 사람은, 둘 다 각자의 일상 속에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전과 다를 바 없이 지내는 중이다.


movie_image (3).jpg
 

엔딩은 아버지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지쳐 있는 모습의 딸을 비추며 마무리 짓는다. 이는 마치 아무리 노력해도 맞지 않는 퍼즐을 억지로 끼워 맞추는 것은 괴롭기만 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둘은 괴로움 끝에 결국 이해하기를 포기한 것이다. 나 또한 괴롭다는 이유로 이해를 포기해 버린 적이 한 번도 없었나 하는 생각에 마음 한 구석이 답답하고 불편하다.


[김지은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