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고야, 계몽주의의 그늘에서

글 입력 2018.04.29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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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 계몽주의의 그늘에서』
츠베탕 토도로프 / 아모르문디


고야, 계몽주의의그늘에서_표지.jpg
 

 미술작품에 대해 배울때 아마 세가지 맥락으로 배웠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첫째는 작품 그 자체의 성질만으로 해석을 하는 것이었고, 둘째는 미술작품이 그려진 당시 사회적인 맥락속에서 작품을 해석하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작가가 살아온 배경과 작가가 가졌던 사상을 토대로 작품을 해석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마지막 방식은 방대한 숫자의 작품과 작가들을 다루어야 했던 미술 교과서나 미술 수업시간에서는 잘 택하지 않았던 방법이었던 것 같고, 그나마 작가의 삶을 다뤘던 고흐나 프리다 칼로 등에 대해서도 그들의 사상에 대해 자세히 배워본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반면 <고야, 계몽주의의 그늘에서>는 작가의 사상과 작품간의 관계를 다룰 뿐더러, 작품 해석을 위해 작가의 삶과 사상을 끌어오는 것이 아닌,  작가를 이해하기 위해 그의 작품과 텍스트들을 참고한다는 점에서 취했던 시각이 일반적인 미술교양서와는 달랐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책을 접해본적 없었던 저로서는 <고야, 계몽주의의 그늘에서>를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 이 책을 작품 해설처럼 읽어야 하는지, 고야 전기처럼 읽어야 하는지 헷갈렸고, 이로인해 내용정리가 힘든 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의 시각에 익숙해지면서, 작가와 작품에 대해 더 깊숙히 이해하게 되었고, 작가와 작품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는 경험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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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6> 이성의 꿈


 고야가 작품을 통해 그려내고자 했던 '진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청력을 잃고, 사랑하는 알바 공작부인으로부터 버림을 받으면서 고야는 절망에 빠졌지만, 이 두 사건으로 인해 그는 시선을 자신의 내부로 돌리게 되었습니다. 내면을 살피며 인간의 정신에 대한 진실을 탐구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로인해, 이전의 그림들과는 다른 그림들을 그리게 되었고, 이를 잘 나타내어 주는 것이 <변덕들>입니다. 그는 인간 내면에 이성 외에도 불안감, 욕망, 두려움이 공존한다는 사실을 나타내고자 하였습니다.

 더욱 흥미로웠던 점은 이 진실을 가면과 캐리커쳐 마녀 등으로 나타난 '변덕'으로 표현했다는 것입니다. '가면'을 예로 든다면, 그는 사람의 얼굴을 가리는 가면이야 말로 내면을 그대로 드러내게 해준다고 생각하였고, 그의 작품에 나오는 '가면'은  위장이 아닌 실제의 모습으로 해석됩니다. 또한, 그는 그림 속의 인물들과 자신을 분리시키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설득력을 보입니다. 그 자신도 이러한 불안정하고 모호한 인간임을 숨기지 않고, 이는 <변덕1>과 <변덕43> 두 방식으로 드러나는 작가를 통해서도 보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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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판 9> 마귀쫓기


 <변덕들>의 판화들과 수많은 데생은 그의 이러한 생각을 반영하여 그를 포함한 인간의 깊숙한 내면을 보여주고, 이 덕분에 감상자들은 아직까지도 그의 그림들을 보며 공감할 수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고야의 유화들과 달리 많이 알려지지 않은 판화들과 데생들을 접하면서 처음에는 섬뜩함과 우울함이 느껴졌지만, 자세히 보다보면 고야가 표현하려 했던 인간에 대한 사실들이 보이면서 두번 세번 다시보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 책에서 언급되는 수많은 판화를 포함한 작품들이 모두 사진자료로 제시되어 있지 않았다는 점은 약간 아쉬웠고 독서에 있어 답답하긴 했지만, 고야의 사상에 중점을 두고 읽는다면 또 다른면에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고야, 계몽주의의 그늘에서』


지은이∥ 츠베탕 토도로프

옮긴이∥ 류재화

펴낸곳∥ 아모르문디

발행일∥ 2017년 8월 30일

판  형∥ 신국판 변형

면  수∥ 328면

정  가∥ 16,000원

ISBN ∥ 978-89-92448-63-5 03600


[위나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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