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흔들려도 좋고, 넘어져도 괜찮습니다

글 입력 2023.12.18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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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내 사람들에게


포털 사이트에는 매일 버티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쏟아져 나옵니다. 숨을 크게 들이쉬고 기사를 한숨에 읽어 내려가야 합니다. 노력 없이 무방비 상태로 마주하면 숨이 턱 막혀 버리기 때문입니다. 세상 소식에도 마음 준비를 해야 하는 요즘입니다.


‘하루하루 빚으로 버티는 자영업자’, ‘고물가에 안 쓰고 버티는 서민들’, ‘꼰대 소리 들으며 버티는 20년 차 직장인’…


힘에 부치는 일들은 사람을 가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각기 다른 이유와 바람으로 어리건 늙었건 남자든 여자든, 심지어 부와 권력도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일상을 버티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친애하는 당신들이 최근 버티는 삶을 살고 있다고 나에게 털어놓았습니다. 각기 다른 이유로 하루하루 힘에 부친다고요.


당신은 퇴근하고 집에 도착하면 밥을 먹지 않고 다음 날까지 온종일 잠을 자고, 다음날도 일하고 곧바로 집에 와 잠에 취하는 일상을 한동안 반복했다고 했습니다. 현실보다 꿈꾸고 있는 그 시간이 더 안락했기 때문일까요. 몸무게는 몇 주간 5킬로나 빠졌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 당신은 절망과 희망의 경계를 넘나들며 질척거리는 현실을 부지런히 걸어 다닌다고 말했습니다. 계속 걷고 걷는데 어떨 때는 땀이 나게 뛰기도 하는데 왜 자꾸 진흙 같은 길만 앞에 펼쳐져 있는지 모르겠다고요. 언제쯤 평평한 길을 디딜 수 있을까 물어보는 눈에 물이 울렁울렁 차올라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리곤 집에 돌아와 버티는 행위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버틴다’는 건 정확히 어떤 의미일까요?


사전에서는 이렇게 적혀있습니다. ‘어려운 일이나 외부의 압력을 참고 견디다‘, ‘어떤 대상이 주변 상황에 움쩍 않고 든든히 자리 잡다’, ’주위 상황이 어려운 상태에서도 굽히지 않고 맞서 견디어 내다‘


버티는 건 멈춰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어찌 보면 버틴다는 건 참 대견하고 대단한 일 같습니다.


포기하고 싶은 상황에도 당신은 아침에 벌떡 일어나 출근을 했고, 또 당신은 장화를 챙겨 신고 질척거리는 진흙밭에 발자욱을 만들며 뛰어다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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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소소한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와인 한잔과 짭짤한 감자칩 혹은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중앙에 놓고 양반다리로 마주 앉아 가볍게 이야기를 들어 주세요.


저는 최근 요가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요가 수업에 가면 가장 먼저 호흡법부터 배우게 됩니다.


눈을 감고, 몸의 긴장과 근육을 이완한 후 손을 허벅지 위에 올려놓습니다. 스스로를 의식하되 떠오르는 생각은 흘려보내고, 오롯이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것에만 집중해야 합니다.


이완 즉 몸에 힘을 빼는 법을 배운 후에는 몸을 늘려주는 스트레칭 동작을 하고, 이어 근력 운동 즉 몸에 제대로 힘을 주는 운동법을 배우게 됩니다.


특히 지난주 수업에서는 몸의 중심부에 힘을 쏟는 동작들이 많았습니다. 운동을 오랫동안 쉰 저의 몸은 균형을 잡기 힘들 정도로 힘들었고, 파들파들 떨리는 팔다리에 민망했습니다.


요가 선생님은 힘에 겨워 올리고 있던 다리를 내려놓거나, 저처럼 부끄러워하는 사람들에게 나긋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흔들려도 좋아요. 넘어져도 좋아요. 자신에게 집중하고 동작을 이어 나가세요. 완벽한 자세가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단단히 버티세요.”


호흡에 집중하며 고통스러운 동작을 버텨봅니다. 선생님이 숫자를 10부터 거꾸로 세기 시작하면 자세를 유지하고 꾹 참고 힘을 유지합니다. 이때 호흡도 잊지 않아야 합니다.


요가실에 들어설 때는 쌀쌀하게 느껴지더니 이제는 얼굴에 열이 오르고, 등에 땀이 송골송골 맺힙니다.


때로는 자기 몸을 두 팔로 들어올려야 하는 동작들도 맞닥뜨리곤 합니다.


이렇게 매일 고단한 동작을 반복하는 것을 수련이라고 하더군요.


힘든 동작들, 특히 힘이 잔뜩 들어가는 동작들이 근력을 만든다고 합니다. 버티는 건, 그러니까 몸을 고통에 익숙하게 단련하는 건 더 강해지고, 앞으로 나아가는 길이기도 합니다.


생각해 보면 어떤 방식으로 버텼든 간에 버텨온 시간은 다 당신의 힘이었습니다. 열심히 버틴 인생은 버릴게 단 한 순간도 없습니다.


흔들려도 괜찮고, 넘어져도 괜찮습니다. 멈추지만 마세요. 버티는 것은 부끄러운 일도, 슬픈 일도 아닙니다. 그저 단련 중인 겁니다.


호흡에 집중하고 동작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샌가 당신은 더 가뿐하고 유연한 몸과 건강한 심신을 갖게 된 걸 깨닫게 되겠죠.


언젠가 저에게도 버텨야 하는 순간들이 찾아올 것입니다. 어떤 방식이든 흔들리면 흔들리는 대로 균형을 잡아 볼게요. 넘어지면 넘어지는 대로 잽싸게 일어나 다시 다리를 들어 올릴게요.


우리 내일 아침에도 벌떡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고,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자고, 자주 웃어요. 그렇게 근육을 키우고 든든히 삶에 자리 잡아 매일 나아가요 우리.

 

 

[김민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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