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파묘가 불러온 현상들 [영화]

글 입력 2024.03.1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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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2일에 개봉한 영화 <파묘>가 개봉 18일 만에 8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신화를 기록하고 있다. 1,300만 관객을 돌파했던 영화 <서울의 봄>에 이어 약 두 달 만에 ‘천만 관객 영화’가 또 탄생할 것 같다는 기대에 찬 뉴스들이 쏟아지고 있다.


필자도 <파묘>가 개봉한 지 하루 뒤인 2월 23일, 친구 손을 붙잡고 극장에 달려가 영화를 관람했다. 연기파 배우들의 등장 소식과 장재현 감독이 연출할 한국식 오컬트 무비라는 점은 이미 내 기대치를 높여 놓기에 충분했고, 영화는 역시 그 기대에 부응하는 훌륭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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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묘>의 진가는 영화가 전달하는 주제에서 드러난다. 영화를 본 사람들이라면 알 것이다. 이 영화는 단순 오컬트 무비가 아니라, 한국과 일본의 역사적 관계성, 그리고 그 속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을 다루고 있음을 말이다.


‘김상덕’, ‘이화림’, ‘고영근’, ‘윤봉길’이라는, 역사 시간에 들었던 익숙한 이름들과 영화에 등장하는 범상치 않은 이름의 절 ‘보국사’. 그리고 ‘묫바람’으로 인한 이상 현상을 겪고 있는 부잣집 의뢰인이 사실은 친일파의 후손이었다는 점은, 영화가 끝난 후 하나씩 퍼즐 조각을 맞추어 가는 우리나라 관객들의 마음을 들끓게 하기 충분한 요소들이었다.


그러나 <파묘>를 더욱 흥미롭게 바라볼 수 있게 만드는 작품 바깥의 또 다른 요소들이 있다.

 

 


새로운 시선으로, 2차 창작 



극 중 ‘봉길’은 ‘화림’을 선생님이라는 호칭으로 부르곤 한다. 봉길이 신병을 앓고 있을 때, 화림이 내림굿을 해준 관계이기에 둘은 사제지간이다.


SNS 및 각종 플랫폼에서는 이 둘의 관계를 새로운 시선, 그중에서도 주로 연인 관계로 바라본 (글, 그림, 영상과 같은 형식의) 2차 창작물이 만들어지고 있다. 아무래도 독립운동가였던 윤봉길이 훙커우 공원에서 폭탄을 던질 때 이화림과 ‘위장 부부’로 활동했다는 점이 많은 이들의 영감을 자극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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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도 단순 사제지간을 넘어선 그들의 복잡미묘한 관계성을 보여주는 장면이 몇 가지 있었다. 다이묘(‘오니’라고도 불린다)가 나타나 화림이 위기에 처했을 때 자신을 희생하던 봉길의 모습, 이후 이상 증세에 시달리는 봉길을 마치 가족을 대하듯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려던 화림의 모습 등이 그 예이다.


추가로, <파묘>가 500만 관객을 돌파했을 때 나온 스페셜 포스터가 있다. 이는 SNS인 ‘X(舊 트위터)’에 올라온 팬아트를 모티브로 쇼박스가 해당 제작자에게 동의를 구하고 만든 포스터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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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창작의 물결은 <파묘>에서만 두드러진 것은 아니었다. 다른 영화나 드라마 속 인물들을 대상으로 한 2차 창작도 곳곳에서 많이 이루어져 왔다. 작품 바깥의 캐릭터가 어떤 모습일지에 대해 다양한 시선으로 상상하고, 이를 여러 형태의 콘텐츠로 제작해 내는 창작자들의 모습은 그 누구라도 콘텐츠 생산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자유로운 팬 문화로의 한 걸음 



예전의 청룡영화제에서는 이런 일이 있었다. 시상식에 축하 공연을 하러 와준 아티스트들을 바라보는 배우들의 시선이 문제가 되었던 것이다. 당시 그 논란을 접한 몇몇 사람들은 배우들이 너무 무표정으로 경직되어 있고, 영화인으로서의 ‘품격’을 지키려는 것 같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후 시간이 흘러 2016년, 시상식 문화가 많이 바뀌었다. 청룡영화제 축하공연에서 여러 배우의 이름을 넣고 개사해 노래한 마마무부터, tvN 개국 10주년 기념 시상식에서 분위기를 뜨겁게 달군 싸이까지. 현재는 시상식 ‘리액션캠’이 있을 정도로 시상식에 참석한 연예인들의 표정과 반응이 다채로워졌다.


작년에는 영화 무대 인사 도중 배우가 팬의 머리띠 착용 요청을 거절해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스타일링 과정에서 헤어스프레이를 뿌렸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반응이 엇갈리긴 했지만, 이번에도 역시 ‘해줄 수도 있는 것 아닌가’라는 반응이 나왔다. 마찬가지로 아이돌 팬 사인회에서 팬들의 요청을 거절한 아이돌에 관한 이야기들도 언급된 적이 꽤 있었다.


앞서 이야기한 논란들은 엄연히 다른 일이지만, 사건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생각이 ‘연예인의 이미지 관리’로 모인다는 점에서 비슷한 결이라는 생각이 든다.


최근 <파묘>의 무대 인사에서는 배우 최민식의 귀여운(?) 행보가 눈길을 끌었다. 팬들이 주는 캐릭터 머리띠, 목도리, 귀마개 등을 주저 없이 받아 들고, 마치 본인의 아이템이었던 것처럼 흔쾌히 착용하는 모습에 사람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61세의 나이에 데뷔한 지 42년이 지난 베테랑 배우라는 점을 고려하면, 쉽지 않은 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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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SBS 연예뉴스]

 

 

그러나, 이런 대단한 연차와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배우가 선뜻 팬 서비스를 한다고 해서 그것을 모든 연예인이 꼭 보고 배워야 하는 ‘당연한’ 문화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그것이 당연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는 순간, 어딘가에서는 선을 넘는 무리한 요구를 하는 사람들과 그것을 무작정 다 받아들이는 연예인들이 생겨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팬으로서 지켜야 할 선을 넘지 않고, 연예인과 팬들의 다양한 소통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게 항상 경계한다면, 앞으로 자유롭고 즐거운 팬 문화가 더욱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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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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