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매일을 여행처럼, 우리들을 집시처럼 [공연]

우리는 우리만의 집시를 꿈 꾸며 그렇게 살아간다
글 입력 2018.04.05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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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림이 나온다는 소식만으로도 집시의 테이블에 참석하는 이유는 이미 항목 하나를 채운 셈이 되었다. 결국, 꽤 오랜 시간이 겹쳐 만들어진 집시의 테이블을 인제야 안 것이 통한으로 남는 공연이 되었다. 하림을 넘어 더욱 나의 마음을 두드리다 못해 집으로 가는 길까지 나를 배웅해 주는 듯 여운을 남긴 사람은 연주는 하지 않지만 온몸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고 집시들을 대표하는 정명필 배우였다. 그는 끝까지 그의 얼굴을 보여주지는 않았지만, 그래서 참 다행이었고 그래서 참 완벽한 집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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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시라 하면 히피다운 이미지가 생각난다. 머리를 길게 풀어 헤치고 요즘에도 유행 중인 히피펌을 하고, 천연 염색한 천들을 휘두르고 기타를 메고 노래를 부르며 정해진 주거지 없이 자유롭게 그들이 가고 싶은 곳으로 떠나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그려진다. 굉장히 우리 일상의 모습과 정반대의 모습이다. 부스스하고 자연스러운 머리 대신 빳빳이 고정한 머리와 빠른 유행들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옷들과 우리가 만드는 우리만의 선율이 아닌 정해진 음악들을 이어폰으로 듣고 정해진 거주지를 선택하길 원하고 안정적인 삶을 추구한다.

사실, 이러한 일상들이 잘못되었다는 것도 아니고 그저 심심한 일상이라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이미 집시의 시대와는 정반대인 21세기에 살고 있고, 그저 가끔의 여행으로 우리의 일상에 숨을 트고, 원동력을 얻기 위함이다. 우리의 잠재된 욕구를 채워주는 집시들의 여행은 프랑스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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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는 내가 제일 가고 싶은 나라 2위에 그치는 나라이다. 영화의 본고장이자 패션의 중심, 그리고 재즈의 나라인 프랑스는 진정한 문화예술의 나라이다. 가보지 못한 프랑스의 문화를 옆에 앉아있는 관객들과 테이블에 앉아있는 가수들과 함께 떠난 여행은 공연장을 와인 냄새 가득하게 만들었다. 스윙재즈를 선보이며 파리지앵을 꿈꾸는 많은 사람의 욕구를 충족시켜주었다. 하림은 최대한 우리들을 집시들의 여행에 몰입시키기 위해 그들과 우리들을 한마음으로 만드는 데 힘을 썼다. 또한, 다양한 나라의 문화 지식을 알려주며 더욱 그 나라에 빠져들게 했다. 평소 좋아했던 재즈를 공연에서 맛본 것은 처음이었다. 재즈 바를 즐겨 가긴 했지만 제대로 된 본고장 느낌의 공연은 더욱 깊고 진한 치즈 향이 물씬 풍겼다.

그다음으로 우리가 떠난 나라는 그리스였다. 그리스 음악이라 하면 들어볼 일, 기회가 굉장히 드물다. 하지만 내가 듣고 싶던, 새로운 장르의 음악이었다. 열정과 희열이 느껴지는 멜로디에 가사가 절로 어깨를 움직이게 했다. 금상첨화로 호란이 등장하여 자연스럽고 뻔뻔하게 그리스어를 구사하며 그리스 여자를 연상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그녀가 입고 나온 빨간 드레스는 시각적으로 강렬하고 화려한 이미지를 심어주었고 자칫 일정할 수 있던 분위기를 더욱 힘 있게 만들어 주었다. 그녀가 평소 자주 부르던 음색과 그리스의 파워풀한 멜로디가 합쳐져 더욱 강한 힘이 우리를 끌어당겼다. 그리스 음악을 접해보기 힘들었고 접해볼 의사도 없던 나에게 이렇게 좋은 첫 경험을 선사해줘서 정말 내가 여행을 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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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여행지는 아일랜드이다. 아일랜드는 내가 가고 싶은 나라 1위인 영국과 아주 가까운 나라이다. 그래서 언젠가는 영국과 동시에 꼭 음악을 즐기고, 자연과 물아일체가 되려고 했던 나라이다. 아일랜드는 비긴 어게인이라는 프로그램에서도 소개되었을 정도로 음악의 역사가 깊은 나라이고 그 나라만의 고유한 스타일이 있다. 아일랜드 여행에서도 우리끼리의 여행이 아닌 아일랜드 춤을 추는 댄서가 등장하였다. 시종일관 웃는 표정으로 발랄하게 움직이는 발재간은 무대로 나가 함께 춤추고 싶을 정도로 신났고 흥겨웠다. 관객들과 함께 춤추는 시간이 있어 나간 한 남성은 열심히 배워 함께 그녀와 춤을 췄다.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데 이렇게 소소하게 곁들이는 요소들이 있어서 정말 그 나라에서 문화를 누리는 느낌이었다.

계속 이렇게 여행을 하고 싶기도 하였지만, 집시의 테이블은 시작과 끝을 알았다. 항상 여행의 끝자락에서 “딱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하루만 더 있으면 좋겠다…” 라는 말을 되뇐다. 그리고 아쉬움이라는 큰 짐을 진 채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하지만 한편으론 구글 맵을 켜지 않아도 거리를 활보할 수 있는 동네가 보고 싶고, 입맛에 맞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고 맘껏 열 수 있는 냉장고가 있으며 무엇보다 언제나 날 반겨주는 가족, 내 침대가 그리워지기도 했다. 이러한 우리의 심정을 대변하듯 여행의 끝자락으로 갈수록 차분하고 고요하게 그러한 심정을 몸으로 표현하였다. 정말 우리 여행의 시작과 끝을 이들과 함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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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집시 역할을 맡아 행동으로 심정을 묘사하고 분위기를 자아낸 정명필 배우가 없었더라면 이 공연은 단순한 음악공연에 불과했을 것이다. 그의 소소한 행동 하나하나가 우리들의 마음을 대변해주었고 소소한 웃음을 선사하였고 아쉬운 심정들을 더욱 짙게 해주었다. 끝까지 벗지 않은 마스크는 우리들이 여행하는 집시들의 마음을 최대한 공감하는데 방해하지 않아서 고맙고 다행이었다.

월드뮤직이라는 장르를 접할 기회가 주어진 것 같았고, 일상에 지쳐버린 우리의 마음을 달래주며 다시 한번 열심히 살 원동력을 심어주었다. 날마다 이러한 삶일 수는 없다. 아마, 하루하루가 이런 삶이 되더라도 우린 만족하지 못하고 계속 무언가를 쫓으며 살아갈 것이다. 간간한 여행이 우리 삶의 큰 행복이 되고 간간하기에, 더욱 우리에게 소중한 것이다. 더욱 다양한 곳을 가보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음악들을 듣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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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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