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명작'이란 이름의 무게 - '불후의 명작 展'

글 입력 2018.01.30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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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이 가진 이름의 무게
'불후의 명작 展'


전철역사 안, 혹은 버스 정류장 등의 장소에 붙은 포스터를 모두가 보게 만드는 것은 아마도 이번 전시회의 제목 ‘불후의 명작’ 때문일 것이다. 결코 사라지지 않을 작품을 자신감 있게 나타내는 명칭은 관람객의 기대를 증폭시키는 것과 함께 그만큼의 부담도 안게 된다. 격동으로 표현되는 한국의 근현대 속에서 시대의 의미를 품고 대중과 평론의 사랑을 받은 화가 7인의 작품을 선보였다.


포스터_불후의명작.jpg
 

다소 추운 날씨였지만 부암동의 고즈넉한 풍경을 지나 도착한 서울미술관은 전통적 세련미를 간직하고 있는 듯 느껴졌다. 숨차게 걸어온 길의 끝에 나타나는 예술혼의 집합소는 고된 시간을 견디어 지금에 서있는 한국 그리고 한국의 예술을 간접적으로나마 생각하게 해주었다. 그렇게 몸과 마음으로 기분 좋은 설렘을 느끼며 전시관에 들어갔다.

전시회 속에서 받은 첫 느낌은 강렬함이었다. 각 인물의 소개표기와 벽면이 강한 색채들로 물들어 있어 장엄한 분위기까지 느끼게 하였다. 물론 한껏 힘을 들인 갤러리에 뒤처지지 않는 대단한 작품들이지만, 작품과 배경의 대비가 비교적 강해 작품 자체의 감상에 의도적인 의식 주입이 방해가 될 때도 있었다. 조금은 톤 다운된 색을 사용해 조금 더 편안한 관람을 유도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럼에도 전시장에 발을 디디는 순간 도슨트의 설명 이전에 작품들이 가지는 강하고 진한 의미들을 이미지로 나타낸 것은 전시회 제목에 걸맞는 모습이었다.


불후의명작_01.jpg
 
불후의명작_03.jpg
 

이중섭, 김환기, 천경자 등 한국의 근현대 미술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화가 7인의 대표작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촬영이 안 되는 것은 그만큼 작품을 눈에 담기 위해 노력하게 되기에 감상에 도움이 되었다. 작품들은 강압적이었든 시대적이었든 그 문이 열린 서양과의 교류 속에서 동서양의 스토리와 화법을 체화하여 풀어낸 작품들이 많았다. 천경자의 ‘내 슬픈 전설의 49페이지’와 도상봉의 정물화 등은 이국적인 배경과 사물들을 한국적인 감정으로 내화했다. 거의 모든 서양 예술의 기둥이라 할 수 있는 가톨릭의 스토리를 달리 풀어낸 김기창의 작품들도 그러하다. 하지만 가장 한국적인 정서를 매우 토속적이게 상징화한 김환기와 이중섭의 그림들은 결국 이번 7인의 화백이 왜 대가로 뽑힐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가장 중요한 근본적 가치를 말해준다.


천경자, 내 슬픈 전설의 49페이지, 1976, 종이에 채색, 130x162cm.jpg
 

이번 전시는 작품 수와 공간에 대해 조금의 실망감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각각이 가지는 가치와 본래의 의미를 곱씹으며 감상한다면 물리적, 감성적 가치가 결코 작다 느낄 수 없을 것이다. 촬영이 금지된 만큼 자세한 설명보다는 직접 방문하여 격동의 시간을 자신의 삶으로 꽃피워낸 작품들을 천천히 음미해보길 추천한다. 명작을 감상하는 태도를 가지고 간다면, 이번 전시는 불후의 명작이 되기에 충분하다.


[이정숙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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