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도깨비 몸에 꽂혀있는 사인검을 만나다 - 쇠,철,강 - 철의 문화사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 Ⅰ∙Ⅱ

METAL, IRON AND STEEL THE CULTURAL HISTORY OF IRON
글 입력 2017.11.02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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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몸에 꽂혀있는 사인검을 만나다"


쇠,철,강 - 철의 문화사
- METAL, IRON AND STEEL THE CULTURAL HISTORY OF IR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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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라 날씨가 좋다. 화려한 단풍과 쾌청한 가을 날씨를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쇠,철,강 - 철의 문화사>와 더불어 <왕이 사랑한 보물>전시를 보러 오는건 어떨까. 가운데 통로를 두고 오른쪽, 왼쪽 건물에서 각각 전시를 진행 중이다. 그래서 매표소도, 입간판도 이렇게 붙어있다. 필자는 전시통합티켓으로 두 전시 모두 보러 왔다.

이번 게시글은 먼저 <쇠,철,강 - 철의 문화사>를 다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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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를 보러 들어가기 전, 티켓과 팜플렛 등 이곳 저곳에서 만날 수 있는 이 칼을 잘 기억하자. 전시장에서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이름 및 설명도 후에 언급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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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에 오면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이 곳은 아이들을 위한 학습지가 정말 잘 구성되어 있다. 무릇 어릴 적 전시를 보러 오거나혹은 박물관을 가게 되면 선생님께서 설명을 해주시긴 하지만 집중을 잘 못하고 멍 때리면서 돌아다닐 경우가 있지 않은가. 하지만 이 학습지를 보니 찾아다니면서 칸을 채우는 등의 재미있게 구성이 되어 있어서 아이들과 함께 와서 지루하지 않게 관람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래서 유치원 아이들이 박물관 건물 바닥 곳곳에서 원을 이루고 학습지를 푸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필자는 학습지는.. 아니고 도슨트를 들었다. 아쉽게도 주말에 갔더니 하루 한 회, 그것도 <왕이 사랑한 보물>전과 같은 시간에 진행되어서 한 가지만 고를수 밖에 없었다. <왕이 사랑한 보물>전은 다음에 다시 와서 도슨트를 듣기로 다짐하고, 오늘은 일단 이 전시로..


큰 문제는 연설이나 다수결이 아닌
'철'과 '피'를 통해 결정된다


세계사를 이끌어온 금속이 두 개가 있다. 무엇일까? 바로 오늘의 주제인 '철'과 '금'이다. 금은 참 아름다운 광물이다. 그 자체로도 아름답고 많이 없어서 희소가치도 있다. 하지만 철은 그렇지 않다. 도처에 깔려있을 뿐만 아니라 그렇게 아름답다고 느껴지지도 않는다. 또 한 가지 특징이 있다면 영원한 금과 달리 중간에 녹이 슬고 사라지기도 한다. 1부에서는 광물 자원으로써 철의 물리적인 특성을 알아보고, 인류가 철의 성질을 이해하고 도구로 만들어 간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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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처음 철을 사용한 것은 우주에서 떨어진 운철을 이용하면서 부터이다. 운석 중 철이 섞인 것을 '운철'이라고 한다. 옛날 사람들은 하늘에서 운석이 떨어졌을 때 신이 내린 조각으로 생각하며 목걸이와 같은 장식품이나 무덤에 함께 매장하기도 했다. 이집트의 황금단검도 금이 아니라 이 운철로 만들었다고 하더라. 그 정도로 귀하게 여겨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운철은 전시장 내부에 비치되어 있어 직접 위의 사진과 같이 만질 수도 있다.

아름다운 오로라도 전시에서 만날 수 있다. 지구의 내부에는 철이 액체 상태로 녹아있어서 지구는 하나의 커다란 자석이라고 볼 수 있다. 그 자석 중간에는 자기장이 형성되는데, 태양으로부터 오는 태양풍을 막아주다가 미처 막지 못한 태양풍이 바로 이 '오로라'라고 한다. 1부에서 꼭 기억해야 할 단어 '히타이트족'을 기억하자. 철 제련법을 처음 발명한 히타이트 민족. 이들은 그 비법을 꽁꽁 숨긴 까닭에 히타이트족이 멸망한 이후 철 생산 기술이 주변 세계로 퍼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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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화와 철의 숲>이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을 보았을 때, 미래의 숲은 이런 모습이 되지 않을까라는 엉뚱한 상상을 하게 되었다. 점점 사라지는 나무 대신에 대량생산으로 풍부해지는 철로 숲을 이룬 모습... 나무는 쇠를 만들기 위한 그 연료로 사용되어 사라지고 있다. 이 작품에서 숲의 포근함은 느낄 수 없다 날카롭고 삭막하다.

2부에서는 이제 한반도에 철기가 등장한 이후 철이 본격적으로 이용되면서 나타난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이 당시에 철은 곧 '권력'이었다. 철기의 등장은 생산력의 증가와 군사력 신장으로 이어질 수 있었기에 철을 소유하고자 하는 사람들 간의 전쟁이 발생하게 된다. 전쟁이라는 것이 또한 참 아이러니 한 부분이 있다. A집단이 B집단의 정치, 경제에 있어 우위를 점하기 위한 선택이 전쟁이고, 이것은 외적인 파괴를 보이지만 내적으로는 통합을 이룬다는 점이다. 강한 무기를 만들고자 하며, 그 무기를 방어하기 위한 더 강한 방패를 만들고자 한다. 철이 만들어 낸 생산력 증가가 '성장'을 의미한다면, 권력을 지키는 전쟁은 '파괴'를 의미할 수 있다. 이렇게 철이 갖고 있는 양면적인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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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은 곧 삶 속으로 들어온다. 철이 일상 속 도구, 건축 부재, 종교적 상징물 그리고 예술 등으로 민중의 삶에 녹아들어 널리 쓰인 모습을 만나보자. 이는 철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하는 부분인데, 이제 고대 사람들은 철은 자유 자제로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아름다움을 구현하는 예술로 자리잡은 철은 예술품의 재료로서의 가치를 빛낸다. 위의 사진인 전 보원사지 철불이 그 예이다. 청동이나 돌로 만들곤 하였던 불상이 이제는 철로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왼손과 이마의 구멍을 보면, 그 부분은 다른 재질로 되어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금이라던가.. 보석이라던가.. 그래서 약탈 당한 것이 아닐까.


고려시대 철채자기 같은
격있는 작품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과연 고려 사람들의 멋은 단수가 높구나 싶어지는 것이다.

-최순우 <철채자기삼엽문매병>


특히 철로 만든 안료가 인상적이다. 철과 색의 만남이라니! 철화 청자, 철화 분청사기, 철화 백자 등 철의 독특한 불그스름한 색상을 꼭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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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물건을 보러 이 전시에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생각보다 짧고 통통했지만 그 위엄이 장난 아니더라.

'금은입사 사인검'이다. 사인검은 예로부터 왕이 장승에게 왕의 권한을 부여하며 전쟁의 승리를 기원하기 위해 하사하는 검이다. 또는 사람을 베는 검이 아닌, 악신이나 도깨비들로부터 주인을 보호하는 검이라고도 전해지고 있다. 이를 모티브로 최근에 드라마 <도깨비>에서 주인공 김신(공유)의 가슴에도 검이 꽂혀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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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쇳물 쓰지 마라
광염에 청년이 사그라졌다
그 쇳물은 쓰지 마라

자동차를 만들지 말 것이며
가로등도 만들지 말 것이며
철근도 만들지 말 것이며
바늘도 만들지 마라

한이고 눈물인데 어떻게 쓰나

그 쇳물 쓰지 말고
맘씨 좋은 조각가 불러
살았을 적 얼굴 흙으로 빚고
쇳물 부어 빗물에 식거든
정성으로 다듬어
정문 앞에 세워주게

가끔 엄마 찿아와
내 새끼 얼굴 한번 만져보자, 하게 

-제페토


전시장 마지막 부분에는 가슴을 울리는 한 편의 시가 있다. 댓글시인으로 유명했던 '제페토'의 <그 쇳물 쓰지 마라>라는 시이다. 한 번 읽어보고 이번 전시 감상을 마무리 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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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을 나오면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체험존이 있다. 특히 포토존에 사인검 소품이 있는데 드라마 도깨비처럼 사인검을 몸에 지니고 사진을 찍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더라. 필자는 부끄러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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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기념품점! 영원한 아름다움 메탈 거울 구매욕구를 자극한다. 가격도 저렴하다. 겉 무늬에는 철제금은입사 사인참사검 유물에 새겨진 북두칠성을 포함한 별자리 문양이 있다. 여자친구와 이 전시를 보러 왔다면, 한 번쯤 구매를 고려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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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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