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한 입 파먹기 시리즈] 한국의 미, 브라질의 미 - ① 한국다운 것

우리만의 것이라는 상상
글 입력 2023.12.26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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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 겉핥기’라는 말이 있습니다. 마치 겉과 속이 다른 수박을 외면으로만 보아 그 달콤한 과육은 채 알지 못하게 되는 것처럼, 어떠한 것을 채 제대로 알지 못할 때 사용되는 표현입니다. 브라질 한 입 파먹기 시리즈에서는 다채로운 브라질 문화를 다룹니다. 삼바와 축구, 자유와 열정… 그 속에 있는 이야기에 한 입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왜 브라질이냐고요? 이유는 없습니다. 수박, 맛있잖아요.

 

 

연말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날이 더워 기후 위기(를 넘어선 기후 재앙)을 실감했었는데 벼락치기 추위로 어찌저찌 일부 지역에서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도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다 똑같은 하루 24시간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연말이 되면 결국 안 하던 것을 해보며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간을 갖게 되는데요. 저는 북촌 한옥에 하루 머물며 한 해를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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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 한옥. 

 

 

북촌과 한옥! 참 조용하고 고즈넉하더군요. 청계천과 종로의 위에 있는 동네라는 뜻에서 '북촌'이라고 불리는 이 동네에는 고급스럽고 소박한 한옥이 옹기종기 모여 있습니다. 층고가 낮은 한옥이 이곳저곳에 보이는 이 마을, 우리의 것이 가장 잘 담긴 서울의 공간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잠깐,

 

 

 

...우리의 것?


 

그것을 찾는 것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시리즈의 처음에서도 한 집단(국가)을 딱 잘라 정의하는 것의 어려움을 이야기했습니다. 정작 안에 있는 구성원들이 자신을 성찰하고 정의하다 보면, 완벽히 객관적인 시선을 만든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죠. 어떤 때는 오히려 외부의 시선으로 봐야 우리에게 익숙했던 것들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한국 역시 자국의 문화와 예술적인 것들의 기원을 열심히 찾아온 나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고민과 성찰은 결국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하며 한국 민족의 기원을 심오하게 파보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다큐멘터리가 하나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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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역사 스페셜 '한국의 미' 시리즈 

 

 

KBS 역사 스페셜 ‘한국의 미’ 시리즈는 한국 사회가 국가와 민족의 기원을 찾기 위해 (주로 문화 예술 분야에서) 보인 ‘내부적인 노력’을 보여주고 이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다큐멘터리에서는 과거 방송 등에서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나레이션이나 인터뷰 등을 인용하는데, 여기서 마치 홀린 듯 주장하는 ‘한국의 곡선’ 따위의 아름다움은 공허합니다.

 

비교의 대상도 ‘중국의 무엇, 일본의 무엇’ 정도로만 제시되고, 구체적이지 않고 막연합니다. 우리가 석굴암에, 한옥 처마에, 버선코에, 한복 소매에 존재한다고 생각했던 '곡선의 아름다움'. 이것은 내부적인 관점으로만 바라본 아름다움이라는 것이고, 그런 것이 다른 나라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보장을 할 수 없다는 것이죠.

 

우리만의 유일한 아름다움이 존재한다는 믿음, 그리고 그 아름다움의 구체적인 예시가 사실은 외부의 시선을 그대로 체화한 것이라는 것도 다큐멘터리에서는 지적합니다. 한국의 ‘소박한 아름다움’에 대한 예찬은 사실 제국주의 시대에 일본의 정치적인 필요에 따라 구성된 시선이었다는 것이죠.

 

어느 새부터인가 우리의 마음속에 자연스레 자리한 ‘한국적인 것’에 대한 집착과 갈망, 그리고 발견이 사실은 이런 불순한 목적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몸부림이었던 것입니다. 동시에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대답을 찾기 위한 노력이고요.

 

그렇게 해서 탄생한 한국의 아름다움이 바로 선의 아름다움, 절제와 통일성, 소박함 따위입니다. ‘우리의 것’이라는 게 필요에 의해 생겨난 개념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보면 이런 의문도 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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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만 그랬을까? 


 

한국은 왜 간결하고 통일된 감각을 택했을까요?

 

‘한국의 미’에서 학자들이 제시하는 의견으로는 장기 집권 형태의 왕조의 지속이 있습니다. 나라와 민족이 서로 부딪히고 싸웠던 중국이나 내부 정치 싸움이 심각했던 일본과 다르게, 한국의 왕조는 (속은 어떨지 몰라도) 오랫동안 같은 형태로 존재했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그러나 통일성이라는 것을 좀체 만들어내기 어려운 나라들이 있습니다. 브라질도 그 예시 중 하나입니다. 왜 그럴까요?

 

브라질은 넓은 지형과 오랜 식민 지배의 역사로 인해 문화와 인종의 다양성이 뛰어날 수밖에 없는 국가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다양성은 브라질 문화를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요소이면서도, 브라질 국민들이 자국의 문화에 관해 가장 자부심을 느끼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사실 브라질이 처음부터 이렇게 다양성을 적극적으로 내세웠던 것은 아닙니다. ‘브라질만의 아름다움’을 찾기 시작한 것은 20세기, 특히 1960년대를 지나면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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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피컬한' 이미지 

 

 

 

우리가 누구인가?


 

브라질은 300여 년이나 포르투갈의 지배를 받았던 지역입니다. 한국에서도 그랬듯 식민 지배 시기에는 출신지와 혈통에 따라 계급이 나뉘기 마련이고, 그로 인해 식민지에서는 토착적인 모든 것이 폄하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식민 지배 시기는 생존을 위한 이분법적 사고(편가르기)가 가장 강해지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과거의 예술과 자산을 무조건 배척할 것이냐, 혹은 외국의 문화를 무분별하게 받아들일 것이냐 하는 이분법적인 논리만으론 해결할 수 없는 문화적 갈증이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브라질은 현대화를 거치며 군부 독재 시기를 거치기도 했습니다. 시민과 예술가들이 각종 검열과 국가의 폭력에 맞서야 했던 시기. 지식인과 예술가들은 무력감을 느끼게 됩니다. 무력한 시대에 의견을 어떻게 이야기할 것인가에 관한 고민이 터져 나오던 시기가 20세기 전반 브라질의 분위기였습니다.

 

이런 시대적 상황에서 나타난 브라질의 독특한 예술 사조가 있습니다. 바로 ‘트로피컬리즘’ 입니다.

 

 

* 2편에서 계속

 

 

[류나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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