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내가 만든 회사로 출근합니다 - '살다 살다 프리랜서도 다 해보고'

글 입력 2024.03.19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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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살다 프리랜서도 다 해보고

오한별, 유승현, 김희성 에디터 

 

 

사무실에 갇혀 있는 직장인은 노트북 하나 들고 언제 어디서든 자유롭게 일하는 프리랜서의 삶에 낭만을 품곤 한다. 하지만 실제로 프리랜서인 사람들은 안다. 프리랜서의 삶은 나를 얽매는 족쇄도 없지만 나를 보호할 방패나 갑옷도 없는, 긴 여정에 가깝다는 것을. 가끔 낭만적인 순간도 있겠지만, 그 희박한 순간을 만나기 위해서는 수없는 불안을 벗 삼아 막연하고 애매한 시간을 지나야 한다. 그럼에도 이 길을 택하는 이들은 어떤 사람일까.

 

『살다 살다 프리랜서도 다 해보고』는 프리랜서 에디터로 일하는 오한별, 유승현, 김희성 세 사람의 ‘프리랜서 생활기’다. 유승현 에디터의 말에 따르면 “자기가 만든 회사로 이직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누구나 언젠가는 회사를 나와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시대에 조금 더 일찍 일의 주체가 되기로 한 이들의 고군분투가 담겨 있다. 책에서 세 사람은 자신이 하는 일의 의미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자신의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탐구하며, 원하는 방식대로 일하기 위해 용기를 낸다.


어느 월요일 오전, 프리랜서만이 가능한 시간에 모인 세 사람은 입 모아 말했다.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 새로운 세상이 회사 바깥에 있다고.

 

 

 

문득 살다 보니, 프리랜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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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반시계 방향으로 유승현, 김희성, 오한별 에디터


 

반갑습니다. 우선 각자 소개를 부탁드려요.


오한별: 오한별입니다. 책에 나와 있다시피 쇼핑 중독자고요. (웃음) 패션 에디터로 매체에서 일하다 지금은 프리랜서 에디터로 일하고 있습니다. 


유승현: 안녕하세요, 유승현입니다. 피쳐 에디터로 일하다가 퇴사하고 무얼 할까 고민하던 중 주변 분들이 주시는 일을 맡기 시작하며 프리랜서 에디터가 되었습니다.


김희성: 김희성입니다. 피쳐 에디터로 일을 시작해 정말 다양한 매체를 거쳐 왔어요. 지금은 프리랜서 에디터로 일하며 고향인 안동에서 창업도 했어요. 좋은 기회로 출간 제의를 받게 되었고, 저희 셋이 프리랜서 에디터로 일하며 평소 자주 나누던 고민과 이야기를 모아 책으로 엮었습니다.

 

 

회사 밖으로 나가야겠다고 결심한 순간을 기억하시나요?


김희성: 회사에 있을 때, 일 자체는 재미있었는데 불규칙한 생활과 과도한 업무 때문에 힘들었어요. 이직도 자주 하고, 새로운 것도 배워보고, 책도 쓰면서 대안을 찾아 헤맸죠. 하지만 어느 순간에는 도저히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도 회사를 나가면 망할 것만 같아 용기를 못 내고 있었는데, 친구가 그랬어요. 따지고 보면 회사에 다니는 지금도 그렇게 성공한 건 아니니까, 나가도 망할 것 없다고요. (웃음) 그래서 결정을 내릴 수 있었어요.


유승현: 저는 프리랜서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퇴사한 건 아니에요. 마지막 퇴사할 때 마음을 많이 다친 상태였어요. 일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그 성과는 나라는 사람이 아니라 내가 속한 매체의 것이고, 나는 그 부속품일 뿐이라는 생각에 상처를 받았죠. 퇴사 후에 밀린 잠을 몰아 자면서 나는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감사하게도 회사 다닐 때 쓴 글을 보고 제게 일을 주시는 분이 계셨고, 거기서부터 걸음마 떼듯 에디터 일을 다시 시작했어요.

 

오한별: 저는 다니던 회사의 팀이 없어지면서 권고사직을 받아 회사를 나온 경우에요. 다시 회사를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면접도 봤지만, 조건이 만족스럽지 않았어요. 그때 아르바이트처럼 조금씩 외부 일을 하고 있었는데 그 비중이 점점 늘어나더라고요. 그렇다면 본격적으로 프리랜서 일을 해봐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지요.

 

 

프리랜서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을 듯한데, 그동안의 경험으로 생긴 각자의 ‘프리랜서 노하우’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오한별: 저는 거절하는 거요. 초반에는 거절을 못 해서 마음에 걸리는 일도 다 맡았는데, 끝이 별로 좋지 않았어요. 프리랜서 생활을 몇 년 하면서 잘 거절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배웠습니다.


김희성: 나에게 맞는 업무 방식과 루틴을 파악하는 게 정말 중요해요. 예를 들어 저는 인터뷰를 하고 나면 꼭 낮잠을 자야 효율이 올라가요. 초반에 아무렇게나 일하다 건강을 해친 이후로는 모니터와 키보드, 의자를 바꾸고 저만의 출퇴근 루틴도 만들었어요. 지금도 저 자신을 파악하며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가고 있어요. 프리랜서 생활을 계속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일입니다.


유승현: 제 노하우는 선배나 상사가 없는 대신 스스로 긴장을 늦추지 않는 거예요. 프리랜서로 일하면서부터는 내가 내놓는 결과물 하나하나가 다음 일과 연결될 때가 많으니 좀 더 책임감을 갖게 돼요. 결과물을 메일로 보낼 때 스스로 부끄럽지 않으려 최선을 다합니다. 

 

 

흔히 프리랜서로 살기 위해서는 외향적이어야 한다고 생각되는데, 책에서 세 분 다 내향적이라고 하셔서 뜻밖이었어요. 세간의 인식과 달리 ‘의외로’ 프리랜서에게 중요한 자질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유승현: 일하는 태도요. 일을 맡기는 사람도 자기가 같이 일하기 편한 사람과 계속 일을 하고 싶거든요. 저도 그걸 아니까 회사생활을 할 때보다 더 사근사근하게 행동할 때가 많아요.


김희성: 저는 눈치를 꼽고 싶어요. 일을 시키는 입장에서는 특출나게 일을 잘하는 에디터보다 해당 매체와 결이 맞는 결과물을 내놓는 에디터, 본인과 업무적으로 잘 맞는 에디터에게 연락을 해요. 그때그때 매체와 담당자 성향을 잘 파악하고 눈치 있게 일하는 게 중요해요. 저도 동시에 정반대 성격의 기사 두 편을 쓰곤 하죠. (웃음) 그런 센스가 좋다면 내향적인 사람도 얼마든지 프리랜서로 살 수 있어요. 

 

 

 

프리하지 않은 프리랜서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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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는 프리하지 않다는 유명한 농담이 있죠. 자유에는 불안이 따를 수밖에 없다는 생각도 드는데, 세 분은 프리랜서로 일하며 찾아오는 불안을 어떻게 다루시나요?


유승현: 제 일은 크게 매달 고정적으로 하는 일과 그때그때 불규칙적으로 하는 일로 나뉘어요. 둘의 비율은 제가 조정하기 나름인데, 많이 불안할 때면 고정적인 일을 늘려요.


김희성: 저는 불안을 해결하려다 창업까지 하게 된 경우에요. 성격상 적극적으로 저를 어필해 일을 늘리는 건 잘 못 하겠고, 그렇다면 브랜드를 만들어 가게를 열어보기로 한 거죠. 덕분에 프리랜서 에디터로 일할 때와는 또 다른 경험을 많이 하고 있어요.


오한별: 저는 불안을 일의 연료로 써요. 마감을 하도록 저를 채찍질하는 건 역시 불안이기에 굳이 ‘해결’하려 하진 않아요. 진짜 불안하면 다른 두 분께 전화를 겁니다. (웃음)

 

 

불안을 나눌 수 있는 타인의 존재도 중요한 듯해요. 세 분처럼 프리랜서로 일하는 사람들이 서로 연결되고 연대하는 방법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김희성: 저는 나서서 친구를 만드는 성격이 아닌데, 일하다 보니 자연스레 다른 프리랜서들과 연결되는 경우가 많아요. 직장인일 때는 주변에 직장인밖에 없는 것 같았는데, 프리랜서가 되면서 세상에 프리랜서가 참 많다는 걸 알게 되었죠.


유승현: 희성 에디터님 말에 공감해요. 고용 형태가 많이 바뀌어서 그런지 어느 프로젝트는 팀원 전체가 프리랜서인 경우도 있어요. 그렇게 일하다 자연스럽게 친해질 때가 많아요. 주변 프리랜서들과 정기적으로 모임을 해도 좋을 듯해요. 거창하지 않아도, 오프라인 모임이 아니라도 좋아요. 저희는 이 책을 쓰며 매주 일요일 아침 8시에 줌으로 만나 수다를 떨었는데, 그런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됩니다.

 

 

프리랜서로 일한 지 몇 년이 지난 지금,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요?


오한별: ‘지금 하는 일을 어느 정도 수준까지 성장시킬 수 있을까.’ ‘이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두 가지 고민을 늘 해요. 들어오는 일은 매번 비슷하니까 성장할 기회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닌가 생각이 들 때도 있거든요.


유승현: 프리랜서도 연차별로 살아남는 방법이 다르다고 생각해요. 연차가 적은 경우 전문성보다는 상대적으로 페이가 저렴해서 주어지는 일이 많아요. 정말 ‘그 사람이기 때문에' 일을 주는 건 연차가 쌓이고 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생겼을 때거든요. 저도 저만의 전문성을 길러야 할 텐데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죠. 공부를 더 할 수도 있고, 전문성을 기르고 싶은 분야의 일을 좀 더 늘리는 것도 방법일 듯해요.


김희성: 승현 에디터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어요. 저는 특출나게 한 가지를 잘하기보다 두루두루 남들보다 좀 더 많이 아는 것이 제 강점이라 생각하거든요. 이제는 이걸 넘어서 저만의 무언가를 찾아 발전시키고 싶은데, 어떻게 찾아서 키울지가 고민입니다.

 

 

 

회사 바깥에서 그리는 다른 모양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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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씀하신 불안과 고민에도 불구하고 계속 프리랜서로 살아도 되겠다고 생각할 때는 언제인가요?


김희성: 어딜 가나 노트북을 들고 다니는 게 고달프기도 하지만, 언제 어디서 일할지 제가 결정할 자유가 있어서 좋아요. 뭘 해도 온전히 제 선택이라 무섭긴 해도 제가 한 선택이니 불만이 없어요. 할 수만 있다면 프리랜서로 일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오한별: 선배나 상사의 쓸데없는 눈치를 안 봐도 된다는 점이 가장 좋아요. 저는 제가 직접 얽힌 일이 아니라도 사람들 사이 갈등이 있으면 그 불편한 공기를 못 견디는 성격이거든요. 이전 회사에서는 그런 식의 감정 소모가 너무 많았어요. 지금은 제 눈치만 봐도 되어서 좋습니다.


유승현: 보상이 확실하다는 점이 좋아요. 회사에서는 일을 어떻게 하든 사내 규정에 따라 연봉이 결정되지만, 지금은 제가 하기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죠. 일이 계속 이어진다는 것 자체가 내가 잘 하고 있다는 증거로 느껴져 뿌듯하고요. 금전적 보상만이 아니라 인정이나 칭찬 같은 보상도 더 자주 받는 듯해요. 회사에서는 원고 좋다는 얘기 듣기가 힘들었는데, 프리랜서로 일하면서는 담당자가 이번 원고 좋았다는 말을 자주 해주셔서 보람을 느낍니다.

 

 

세 분은 프리랜서로서 어떤 미래를 꿈꾸는지도 궁금합니다. 


김희성: 평소 명상을 자주 하는데, 그때마다 따뜻한 나라 햇살 좋은 바닷가에 누워 일광욕을 하는 모습이 떠올라요. 그게 제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프리랜서로서의 이상적인 삶인 것 같아요. 그러기 위해서 지금 더 열심히 해야겠죠. 어느 미래에는 저도 노트북 하나만 들고 외국으로 떠날 수 있으면 좋겠네요. (웃음) 해외 진출도 욕심이 나요. 지금 하는 로컬 브랜드로도, 프리랜서 에디터로도 해외로까지 그 영역을 확장해보고 싶습니다.


유승현: 프리랜서 에디터로 일하며 각 매체에 맞게 글을 쓰다 보면 '나만의 톤'이 없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는데, 지금 읽는 책 『형식과 영향력』에서 용기를 얻었어요. 이 책에 따르면 좋은 내면을 가진 사람이라면 어떻게든 좋은 글을 쓸 수 있다고 해요. 최종적으로 저는 좋은 글을 쓰는 좋은 인간, 좋은 어른, 좋은 선배가 되고 싶어요.


오한별: 회사에 있을 때는 모든 일을 제가 다 했기 때문에 한 가지 업무를 깊게 배울 기회가 부족했어요. 프리랜서가 되고 나서야 오히려 전문성을 기르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하지만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되기에 전문성을 더 갖추기 위해 공부를 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을 독자분들에게 한 말씀씩 부탁드립니다.


김희성: 회사에 있을 때는 프리랜서 되는 게 너무 막연하고 두려웠는데, 그만두면 그만둔 대로 새로운 길이 열리더라고요. 독자분들도 용기를 내고 마음이 이끄는 대로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뭐든 늦은 나이란 없고, 지금 시작하는 게 가장 빨라요.


유승현: 회사에서는 책상이 제 세상의 전부였는데, 나와 보니 세상이 넓었어요. 그 안에서 나를 필요로 하는 일은 분명히 있어요. 어차피 누구든 언젠가는 회사를 나와야 하는데, 미리 길을 모색해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자기의 가능성을 믿어보는 것도 인생의 큰 경험이 아닐까요.


김희성: 승현 에디터 말을 듣고 생각난 건데, 돌이켜보면 제게 가장 큰 도움이 됐던 건 회사 다닐 때 꾸역꾸역 했던 모든 일이에요. 발만 담가본 일들도 나와 보니 다 쓸 데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회사에 다니는 분들이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을 너무 부정적으로만 보지 않았으면 해요. 무엇을 하든 지금 하는 일을 열심히 하다 보면 좋은 길이 열릴 거라는 말을 덧붙이고 싶습니다.


오한별: 저도 두 분 말에 공감하고요. 퇴사하고 싶은 분들이 이 책을 많이 읽으실 것 같은데, 가슴 속에 사표 대신 이 책을 품고 다니면 어떨까 싶습니다. (웃음) 무작정 프리랜서를 권유하는 책이라기보다는 이런 삶도 있다고 알려주는 책으로 읽히면 좋겠습니다. 회사에서 일하는 것과 바깥에서 새로운 일을 모색하는 것 사이 고민하는 분들에게 이 책이 모쪼록 도움이 되길 바라요.

 

 

[김소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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