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한 입 파먹기 시리즈] 프롤로그: 브라질은 수박이다

수박을 파먹자.
글 입력 2023.05.24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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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 겉핥기’라는 말이 있습니다. 마치 겉과 속이 다른 수박을 외면으로만 보아 그 달콤한 과육은 채 알지 못하게 되는 것처럼, 어떠한 것을 채 제대로 알지 못할 때 사용되는 표현입니다. 브라질 한 입 파먹기 시리즈에서는 다채로운 브라질 문화를 다룹니다. 삼바와 축구, 자유와 열정… 그 속에 있는 이야기에 한 입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왜 브라질이냐고요? 이유는 없습니다. 수박, 맛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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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들은 다 김치냉장고 있어?”

 

외국인 친구의 질문에 ‘분하지만’ 그렇다고 답하고, “제주도 집 뒤뜰엔 무조건 감귤나무가 있어?”라는 서울 촌놈의 질문에 ‘분하지만’, 그리고 ‘모든 제주인이 다 그렇지는 않지만’ 어쨌든 자기 집에는 감귤나무를 키운다고 대답한다는 우스갯소리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이 농담의 핵심은 자신의 행동이 외부의 편견에 꼭 들어맞아 ‘분함’을 느끼면서도 그들의 편견 섞인, 혹은 악의는 없는 고정관념에 긍정적으로 응해야 한다는 것이겠죠.

 

희한하네요, 왜 우리는 분한 것일까요?

 

아마 그런 고정관념만으로는 채 설명할 수 없는 특별한 무언가가 나에게 있다고 믿기 때문이겠지요. 저는 한국인이고, 케이팝을 듣습니다. 김치볶음밥을 좋아하지요. 소파 위에 얌전히 다리 모으고 앉아있는 것보다는, 그 앞에 굳이 쪼그리고 앉아있는 것이 더 편합니다. 그런데 제가 케이팝을 듣고 김치를 먹고 쪼그려 앉기를 좋아하는 것이 제가 꼭 한국인이어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행동과 취향이 국적의 많은 것을 말해 주기는 해도, 그것만이 국적을 결정짓는 것은 아니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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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정의한다고 해봅시다.

 

어떤 지구 밖의 세계에서 지구 표면에 있는 각 나라에 대한 조사를 해서 PPT로 발표를 한다고 할까요. 좋아요, 한국의 특징을 KPOP, 한복, 김치와 아파트로만 설명한다고 해봅시다! 그야 이것들이 한국 문화, ‘K-컬쳐’의 정수를 담은 것들이니까요. 희한하게도 어딘가 찝찝하고 떨떠름합니다. 자료는 분명 좋은데, 이상하게 발표 자료 속 한국은 100% 한국이 아닌 것 같아요.

 

문화적 대표성을 띠는 요소들은 이런 한계가 있습니다. 한 집단의 문화를 어느 한 시점에 박제해 버려요. 그건 아마도 문화적 요소를 둘러싼 역동적인 이야기와 담론이 쏙 빠져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죠.

 

예를 들어 지금 한국 사람들은 평상복으로 한복을 입지 않습니다. 그런데 취향에 따라 개량 한복을 자주 입는 사람들이 있기도 합니다. 삼청동 나들이를 갈 때 한복을 입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런 명소에 굳이 한복을 입는 것을 촌스러운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한복이라는 것에 관해 아예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있죠.

 

단순히 한복을 입었다, 아니다 만으로 한국을 정의할 순 없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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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은 이런 문화적 고정관념으로 자주 고통받는 국가입니다. 특히나 한국에서는 더 그렇죠.

 

아무래도 지구 반대편에 있는 국가이고, 만날 일이 잘 없고, 그래서 ‘모든 브라질 사람은 축구를 좋아할 것’이라는 오해를 해명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것이겠지요. 한국인에게 브라질은 축구, 삼바, 열정입니다. 여기에 굳이 더하자면 아마존 정도?!

 

‘브라질 한 입 파먹기’ 시리즈는 브라질이라는 곳에 조금 더 다가가는 글입니다. 색색의 카드들이 여러분 앞에 놓여있다고 가정합시다. 카드들은 브라질을 대표하는 여러 문화적 요소들입니다.

 

이 시리즈에서는 그 카드들을 굳이 한 번씩 뒤집어 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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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리즈는 얼룩덜룩 요상하게 생긴 수박이라는 채소를 굳이 힘겹게 쪼개어 먹어보는 것이기도 합니다.

 

왜 브라질일까요? 나는 생전 가볼 핑곗거리도 없는 나라를 굳이 자세히 알아야 할까요? 모르셔도 됩니다. 하지만 처음으로 수박의 달콤함을 맛보았을 사람의 감동을 생각해 보세요. 예상치 못한 곳에서 온 기쁨이 주는 즐거움은 생각보다 오래갑니다.

 

이 시리즈에서는 여러분들이 어딘가에서 보거나 들었을 법한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잠깐! 소개에서 머물지 않고 조금 더 깊이 들어갑니다. 한국인들도 ‘K-콘텐츠’를 좋아하지만, 어떨 땐 그것이 주는 피로함에 싫증을 느끼기도 하죠.

 

모든 문화적 요소가 그렇습니다. 왜 브라질에선 이런 작품이 유명한가? 브라질에서도 이런 작품을 보나? 이것과 관련된 현지인의 불만이나 사회적 문제가 있는가? 이런 질문을 던지고 답할 예정입니다.

 

편하게 모시겠습니다. 곧 수박을 내어올 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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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나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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