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63세, 바다에 뛰어드는 것보다 더 무서운 건 [영화]

글 입력 2024.04.13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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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세의 나이로 플로리다에서 쿠바까지 177km를 수영해서 종단한 사람의 이야기가 있다면, 실화라는 것이 믿어지겠는가? 소설이라고 해도 놀라울 이 이야기는 <나이애드의 다섯 번째 파도>라는 실화 바탕의 전기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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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다이애나 나이애드. 물의 요정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그녀는 수영 선수를 은퇴한 지 30년은 된 노년을 앞둔 여성이다. 젊었을 때는 마라톤 수영선수로 여러 나라의 바다를 자유롭게 가로질렀던 그녀이지만, 60세 생일을 맞이한 그녀는 만사가 우울하다. 그리고 집에서 멍하니 다이아몬드의 사진과 문구를 바라본다. ‘다이아몬드는 고난을 겪은 석탄 덩어리일 뿐이다.’ 다이아몬드와 비슷한 이름을 가진 다이애나는 그 문장을 보고 그저 과거만 남은 ‘덩어리’로 남을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고 느꼈을지도 모른다.


우울한 노년 대신 선택한 것은 다시 수영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28세에 실패한 플로리다에서 쿠바까지의 종단을 다시 하겠다고 선언한다. 그녀의 눈은 반짝였지만, 주변에서는 할 수 없다고 한다. 28세에 실패한 것을 어떻게 60세에 하겠느냐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하지만 다이애나는 그렇기에 더 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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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하게 다이애나를 믿어준 것은 그녀의 오랜 친구 ‘보니’다. 보니 역시 처음에는 다른 꿈을 좇아보라고 했지만, 코칭을 맡으며 누구보다 그녀를 응원했다. 보니 역시 다이애나와 비슷한 노년을 보내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의 삶에 공감하며,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은 알면서도 그럼에도 그녀가 해내기를 바란 것은 아니었을까 짐작해 본다. 모두가 안 된다고 하지만, 된다는 것을 세상에 보여주길 바랐던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상은 마음먹는다고 호락호락하게 승낙해 주지 않는다. 그녀는 다시 훈련을 하고 몸을 만들었지만 몸만 준비된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이 도전을 지원해 줄 투자자, 위험한 해양생물로부터 지켜줄 전문가들, 조류를 계산하고 배를 몰 선장까지. 한 두 사람만 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도움까지 필요한 것이다.

 

누가 60세의 도전에 함께 할 수 있을까? 놀랍게도, 그렇기에 설득에 성공한다. 보니와 다이애나처럼 노년을 앞둔 선장에게 보니는 우리 나이에 가슴 뛰는 일을 만날 수 있겠느냐고 한다. 그렇게 할 수 없는 수많은 이유는 할 수 있다는 하나의 이유가 이긴 것이다.


28세, 첫 번째 도전. 젊은 날의 다이애나는 강한 조류를 만나 실패를 경험한다. 30년이 지나 61세, 두 번째 도전. 알레르기 반응과 조류로 인해 포기를 권유받는다. 그녀는 28세를 떠올리며 포기할 수 없다고 연신 말한다. 그리고 다시 세 번째 도전. 해파리의 공격을 받고 죽을 위기까지 겪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네 번째 도전을 한다. 이번에는 폭풍 때문에 나아갈 수가 없다. 푸른 바다는 마치 모든 도전을 받아줄 것처럼 드넓어 보이지만 사실은 차갑고 냉정했던 것이다.


그녀를 지지하던 사람들은 이제 힘들다고 한다. 집도 팔았고, 일도 할 수 없다며. 또 티비에는 젊은 수영선수가 자기가 도전하겠다며 당차게 나왔다.


그럼에도 다이애나는 꿋꿋하다. 조류는 바뀌고, 철장 없이 상어를 만나고, 해파리에 쏘이고, 환각 상태에도 빠졌음에도 말이다. 다섯 번째 시도, 다 와 가는 쿠바 앞에서 그녀는 방향을 잃을 위기에 처한다. 그리고 지켜보던 보니는 바다에 뛰어들어 다이애나 옆에서 다섯 번만 더 발차기를 하라고 한다. 다섯 번. 그녀가 쿠바까지 가기 위해 시도했던 횟수이다.


마침내 다이애나는 쿠바의 땅을 밟았다. 마법의 땅 쿠바로 향하며 그녀는 기적 같은 일을 정말 만든 셈이다. 그리고 세 가지를 말했다. 첫 번째, 절대 포기하지 마. 두 번째, 꿈을 좇기에 늦은 나이는 없어. 세 번째, 수영은 고독한 스포츠 같지만 팀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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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조력 수영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상어를 막는 철장을 쓰지 않았는데, 종단을 끝내며 그녀는 팀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이다. 다이애나는 스스로의 힘으로 수영한 것이 맞지만, 그녀를 믿어준 사람들 덕분에 그곳에 도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이애나를 지원해 준 사람들은 그녀와 비슷했다. 노년을 준비하는 사람들, 열정이 필요한 사람들, 기적을 만들어내고 싶은 사람들. 결국엔 그런 사람들이 모여 쟁취해 낸 것이다.

 

다이애나의 삶은 바다 같다. 파도치고, 견고하고, 강하다. 다이애나는 단 한 번도 그만하겠다고 말한 적이 없다. 늘 현실과 투쟁하고 정체되어 있는 것을 싫어했다. 그래서 그녀는 파도가 치는 바다가 좋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녀에게 진짜 파도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막는 한계를 두는 현실이었을 것이다.


러닝타임 2시간 동안 그녀의 4번의 실패와 힘겨운 사투를 보고 있으면 마치 나도 배 위에서 그녀의 종단을 함께 한 것처럼 기진맥진하다. 그리고 보니처럼 그녀를 응원하면서, 나의 바다는 무엇인가 곰곰이 생각해 본다. 60세가 되어서도 하고 싶다고 뛰어들 수 있는 일. 내 몸은 늙어가고 주름은 깊어지더라도, 나이 들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 하고 말이다.

 

그녀가 부딪힌 파도들을 보며, 20대 때 실패했더라도 삶이 완전히 끝나기 전까지 도전은 무한히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았다. 그렇기에 나이 드는 것은 몸이 아니라 나이 들었다는 이유로 포기하길 바라는 시들어버린 마음 아닐까. 절대 포기하지 마, 꿈을 좇기에 늦은 나이는 없어. 죽을힘을 다해 바다와 맞서 싸운 이유는 우리에게 이 두 문장을 반드시 전해주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건 불가능해.'라는 말을 더 이상 믿지 말라고 온몸으로 보여준 것이다. 그렇기에 나이 때문에 망설이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이 영화가 파도처럼 밀려가길 바라본다.

 

 

[이유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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