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에너지 충전의 시간 '오디션'

글 입력 2017.10.01 0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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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꿈의 엔진이 꺼지기 전에

그때가 생각나 이곳에 처음 모이던 날
그 어색하고 서툰 연주가 내 귓가에 들려

시간은 많이 흐르고
연주는 점점 나아지 겠지만
아직 보이지도 않는 꿈들을 우린 만나게 될까
누구도 알 순 없겠지

아이는 꿈을 좇아
어른이 되고 조금씩 잊혀져가지
우리가 떠나온 그 곳 내 꿈의 엔진이 꺼지기 전에
식어 버리기 전에 이제는 만나고 싶어
다른 내일을



조금씩 서투른 우리 모두를 위한 이야기, <오디션>.

방세가 몇달씩 밀려 보증금까지 야금야금 다 까먹어버린 지하 연습실에서 고군분투하는 밴드지망생들의 얘기는, 어쩌면 우리에게는 너무나 친숙한 이야기다. 자주 쓰여온 소재이고, 또 변하지 않는 현실이다. 내 꿈이 락밴드가 아니더라도, 이들의 이야기는 내 이야기이기도 하다. 우리 모든 청춘들이 같이 울고, 웃으며 보게 될 이야기.

사실 스포일러는 하고 싶지 않다. 너무나 흥겨운 공연이고, 나는 그 흥을 깨고 싶지 않다. 마지막의 큰 반전만 아니라면, 크게 스포할 거리도 없기는 하지만. 그래도 지금부터 적어보는 짤막한 감상은 공연을 보기 전이라면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음 주의.

막이 오르기 전부터 커다란 드럼세트를 포함해 악기들이 전면에 나와있었다. 라이브 연주를 예고하는 느낌도 들었고, 또 사실 공간 이동은 많이 없을 줄 알았다. 예상을 처참하게 깨고 연습실에서 라이브바로, 옥상으로, 찜질방으로 움직이며 다채롭게 진행되었다. 대본이 자연스럽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10주년 공연이라면 2006년부터 계속 보완과 수정을 거쳤을테니 어쩌면 당연할 걸지도 모르지만, 또 다르게 생각해보면 요새 젊은이들의 말투와 생각까지 고려한 치밀한 노력일 수도 있겠다.

중간에 과거 회상씬도 나왔는데, 완전 코미디인데 혼자 보러간 공연이라 옆사람을 때리지도 못하고 꺽꺽대며 웃었다. 재밌는건 옆에 계신 분도 나와 똑같았다는 것. 무대 구조 상 D 구역에 위치한 내 자리는 계속 시선을 왔다갔다 해야해서 상당히 불편했음에도, 몰입도는 굉장했다. 계속 웃다가 울어야 했다.

그리고 마지막 한 15분 정도는 펑펑 울기만 했다. 병태가 무대에 올라 복스팝의 노래를 소개하고, 밴드가 다시 하나가 되어 무대를 꽉 채웠는데도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무모한 열정 만으로 세상은 채워지지 않는다는 것, 노력이 항상 보답을 가져다주지는 않는다는 것, 또 그럼에도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살아가고, 꿈을 쫓고, 다시 실패하고, 다시 일어선다는 것. 병태는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친구들은 다시 돌아오게 될까, 저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살아갈까. 나는 저들만큼 열정을 가지고 무엇을 한 적이 있나? 나에게는 일어설 에너지가 남아있을까? 그런 생각들이 스치고, 자신과 친구들을 위해 무대에 서있는 병태에게 온전하게 감정이입이 되는 순간이었다.

공연이 끝나고 그 여운은 계속 남아있는데, 쓰나미처럼 엄청난 공연으로 돌아온 배우들 덕에 뛰어놀아야만(?) 했다. 좌절이나 스트레스는 마지막의 그 공연으로 다 날라가버리겠지. 또 이번 공연이 OB 출연 회차라서 더더욱 배우들도 감회가 깊은거 같았고, 특히 준철 역할을 맡으신 분은 <오디션> 전체의 작사 작곡 연출을 전부 하시는 분이라고 소개를 들어서 놀랐다. 배우인줄만 알고 두시간 내내 지켜보다가, 갑자기 커밍아웃을 듣고.. 굉장히 신기한 경험이었다.

극 중에서 상당히 소심하고, 소심해서 사랑스러운, 그런 역할이었던 병태 역의 배우 분이 마지막에 정말 잘 노시는 모습을 보고 그것도 좀 신기했다. 소심 연기를 잘하시는구나. 라이브 연주와 기깔나는 연기로 두 시간, 아니 앵콜 공연까지 포함해 두 시간 반 가까이를 채워준 다른 배우들에게도 큰 박수를 보낸다. 특히 선화와 초롱이의 보이스는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다복님은 드럼과 노래를 동시에 아주 잘 하신다. 그리고 가장 큰 여운을 남길, 대사도 얼마 없으면서 존재감은 엄청난 기타리스트 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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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콜 공연 영상이 용량 문제로 다 올라가진 않아서, 일부만 잘라보았다. 청춘에게는 지금 현재 나의 삶에 대한 공감과 위로를, 어른들에게는 추억과 회한을 가져다 줄 액터 뮤지션 뮤지컬 <오디션>. 내겐 누구에게든 후회없이 추천할 수 있을 만한 그런 공연이었다. 당신에게도 그런 여운으로 남기를 바란다.





공연정보 

기간 | 2017년 7월 8일(토) - 10월 9일(일) 
시간 | 화-금 8시, 토 3시 7시, 일/공휴일 2시 6시 
(10월 9일 8시 공연) 
장소 | 대학로 TOM 2관 
러닝타임 | 120분 (인터미션 x) 
제작 | 오픈런컴퍼니, 고스트컴퍼니 
예매 | 인터파크 1544-1555 ticket.interpark.com
클립서비스 1577-3363 www.clipservice.co.kr


[권미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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