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토너스 트리오 브람스 트리오 전곡 연주회 Ⅱ [공연]

글 입력 2017.09.07 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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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예술의 전당에 가는 일이라곤 전시회만 있었다. 음악당은 처음이었다. 가는 길도 낯설고 신기했다. 또, 이런 클래식 연주회를 제대로 보는 건 거의 전무하다시피 없기 때문에 더욱 더 기대가 되었다. 그래서 즐거웠다. 내게 어떤 세상을 보여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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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토너스 트리오 브람스 트리오 전곡 연주회 Ⅱ

<피아노 3중주 제 3번 C단조 작품번호 101번>, <클라리넷 3중주 A단조 작품번호 114번>, <피아노 3중주 제 2번 C장조 작품번호 87번> 그리고 앵콜곡 (제목은 모른다) 총 네 곡을 연주했다. 두번째 곡은 클라리넷이 바이올린 대신 들어갔으며, 그 외에는 토너스 트리오인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의 3중주 공연이었다. 토너스 트리오의 연주곡을 들으니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가라앉아서 좋았다. 마음이 평안해지고 안정적이 되었다. 깊고 진한 가을을 느꼈다. 내가 이런 좋은 클래식 연주를 직접 들을 수 있다니, 고급스러운 취미를 가진 옛 귀족이 된 느낌이었다. 첼로와 피아노, 바이올린 셋이 함께 연주를 하면서도 각자의 자리를 내어주었다. 엄청 자연스러운 춤이었다. 짜여진 것이 아닌, 자연스러운 행위였다. 그래서 그 여유를 함께 즐겼다.

그리고 클라리넷이 추가된 두번째 곡이 특히 인상에 남았는데, 클라리넷이 참 소년같다고 느꼇다. 몽환적이고 탁하면서도 맑다. 연보라색의 음색이었다. 첼로는 자주빛으로 전체적으로 옅게 깔려있으면서도 클라리넷과 주고 받는 부분이 너무나 좋았다. 피아노는 네모난 소리였다. 많은 네모가 퍼져나갔다. 둘을 받쳐주면서도 자연스럽게 같이 춤을 춘다. 왠지 나도 모르게 허클베리핀의 모험이 생각났다.



2. 음악의 요소

(1)장편소설

음악을 들으면 영화를 느낀다. 연주의 각 부분부분, 모든 장면마다 각자의 스토리가 있다. 그래서 한 곡은 큰 장편소설이다. 하지만 소설은 문자로 읽고, 음악은 청각으로 읽기에 청각에 의존하는 찰나의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두고두고 볼 수가 없는, 순간의 예술이다. 귀로써 흐름을 느꼈다. 이는 얼마나 축복인가. 그와 동시에 작곡가에 대한 경외감도 들었다. 어떤 클래식이든, 이런 긴 장편소설을 그리는 작곡가는 너무나 대단하다. 또한 그 장편 소설을 연주하는 연주자의 집중력도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다. 덕분에 흥미진진하고 즐거운 연주를 읽었다.


(2)작곡가. 연주자

모든 것을 기획한 작곡가만 있고, 연주하는 사람이 없다면 이는 의미가 없다. 또한 관객도 필수 요소이다. 나는 관객이다. 작곡가는 브람스이다. 연주하는 사람은 토너스 트리오이다. 지난번 사진작가와 모델의 관계에서 쓴 적이 있다. 모델은 사진가의 도구이지만 표현력은 모델의 역량이라고. 이번에는 악기와 연주하는 사람에 관해 생각을 해봤다. 악기와 연주자는 도구이다. 작곡가의 세계를 그려낼 철저한 도구. 하지만 종이에 그려진 악보를 세상에 재현해내는 건 연주자이다. 연주자가 연주하는 악기이다. 각자가 서로에게 도구가 된다. 작곡가와 악보, 연주자와 악기, 그리고 이 둘과의 관계. 참 흥미롭다.


(3)연주자. 악기

또 재미있는 점이 있다. 나는 그림 그릴 때, 내 자신이 붓이 가는대로 움직여지는 수단이라고 느껴질 때가 있다. 이번 연주회를 보면서 느꼈다. 연주하는 저 사람도 악기의 수단이구나. 음악에 취했다, 첼로도, 바이올린도, 클라리넷도, 피아노도 연주를 하면서 음을 끌고 나가면서, 사람은 인형처럼 느껴졌다. 곡이 격정적인 부분이면 몸도 같이 흔들렸다. 느리게 천천히 가는 부분이면 연주자도 같이 느려졌다. 손만이 아니라 몸 전체가 움직였다. 곡 끝날 때 피아노 마지막 음을 친 후, 소리는 끝났어도 손이 천천히 끝까지 올라갔다가 멈추었다. 연주자가 악기가 되는 순간, 그리고 악기에서 다시 사람으로 되는 순간이 와닿았다.



3.트리오

각기 다른 악기가 동시에 소리를 낸다. 한 음이 아니다. 그리고 트리오이기 때문에 독주로 주인공을 하는 악기는 따로 없었다. 세 악기의 소리가 엉킨 상태로 계속 나아갔다. 동시에 울렸다. 하지만 그 엉퀴어진 색들이, 실들이 각각 다 아름다운 색을 뽐내고 있었다. 한 음만 따로 들린 적이 거의 없지만, 모든 소리가 한데 나지만, 그 뒤섞임 조차 아름다웠다. 아름다운 엉큄을 들었다. 그 섞여 나오는 색을 귀로, 온 몸으로 느꼈다.



4.마치며

나는 선과 색을 즐기고 사랑한다. 이들은, 내가 다 비슷하게 보는 선과 음율을 사랑하고 있겠지.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다 비슷하겠지만, 이 순수성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하나하나가 다 소중할 것이다. 그들이 사랑하는 것을 나도 어깨너머 바라보려고 한다.

전시관에만 전시해야하는 그림. 음악당에서만 연주되어하는 음악. 예전에는 왜 굳이 '장소'가 정해져있여야만 할까 싶었지만, 이제 의문이 가셨다. 각자 있어야할 장소가 있는 것이다. 추구하는 기차와 장르가 다를 뿐이다. 가벼운 음악과 그림은 거리로 나갈 수 있다. 하지만 보전되어야 하는 건 정식의 자리에 있어야 한다. 각자의 영역에 잘 있는 것이다. 이를 존중해야 한다.

연주를 들으면서 계속 다양한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음악회가 내게 여유를 주었다. 이 음악이 한낱 배경일지라도 이 배경을 사랑하는 이에겐 전부일 수 있다. 고귀한 경험 감사합니다. 정말 좋은 연주회였다. 음악에 대해, 클래식에 대해 더 많이 공부하고, 알아가고, 배우고 싶다. 그래서 더욱 더 풍부하게 많은 것을 느끼고 싶다. 지식에 목마르다. 하나둘씩 찾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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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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