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영화후기] 꿈의 제인 - 당신의 제인은 어디 있나요?

영화 '꿈의 제인'을 보고 난 후, 주관적인 시각
글 입력 2017.07.02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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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꿈의 제인>을 보고 싶다고 생각한 건, CGV 페이지에 올라온 영화 예고편을 보고 나서다. ‘안녕? 돌아왔구나’라는 깔끔한 일곱 글자를 듣는 순간, 목소리에 홀리면서 영화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물론 구교환이라는 배우 겸 감독에게도.

 영화는 2부 구조로 되어 있다. 이 영화의 줄거리를 어떻게 설명해야할까. 1부와 2부는 마치 평행우주같이 펼쳐진다. 중심이 되는 인물은 소현(이민지)이다. 영리하지도 사근사근하지도 않은 그녀는 가출팸에 들지만, 주변인처럼 무리에 끼어들지 못하고 주춤댄다. 1부에서 그녀는 제인과 나머지 팸들과 살지만, 제인이 죽으면서 ‘함께’하던 삶은 끝난다. 2부에서 그녀는 팸 안에서 일어난 갈등에도 저도 아닌 애매한 입장을 견지하고 결국 모든 문제를 방관한 채 혼자가 되어 버린다.

 평행우주라고 표현한 것처럼, 영화는 다소 불친절하게 전개된다. 같은 배우가 아무런 예고도 없이 다른 역할을 맡기도 하고, 시간의 흐름을 파악하기도 힘들다. 무드와 분위기를 떠나 영화가 전하고자 한 메시지가 무엇인지, 왜 제목은 <꿈의 제인>인지 고민 끝에 100% 주관적인 정리를 해보았다.

 

-제인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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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인은 캐릭터 자체가 이 영화를 대변하는 상징이다. 1부에서 제인은 소현을 포함한 몇몇 아이들과 함께 팸을 만들어 사는 사람이자, 트랜스젠더다. 아이들끼리 모여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일을 하고 돈을 나눠 공생하는 보통 팸과 달리, 제인은 아이들에게 일을 시키지 않고 숙식을 제공한다. 이유는, 어차피 고생은 나중에 할 것이니 지금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케이크를 나눠주며, 제인은 말한다. “사람은, 시시해지면 끝이야”

 나는 제인을 제목 그대로 ‘꿈(이상)’이라고 생각해보았다. 즉, 제인과 함께하는 영화의 1부는 꿈과 함께하는 청소년기인 것이다. 누군가의 보호 아래, 조금은 시시해 지지 않아도 되는 때.

 

-제인이 죽는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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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인은 정호를 그리워하다 결국 자살한다. 그렇다면 정호는 누구일까. 나는 정호가 현실을 쫓아 떠난 아이라고 느꼈다. 우리는 때로 현실의 반대말을 ‘꿈’이라고 표현하지 않는가. 꿈과 이상을 버리고 공사장으로 떠난 정호, 꿈이란 건 이제 부담스러우니 찾아오지 말라고 말하는 정호. 제인은 아마 자신을 외면한 정호를 보며 존재의 가치를 잃었던 것이 아닐까. 정호가 떠나고 나서 밥을 먹지 못하던(생을 일어가지 못하던) 제인의 모습에 빛바랜 꿈을 포개보았다.

 

-어쩌면 우린 모두, 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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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현은 1부와 2부 모두에 등장하는 화자이다. 과연 소현이 등장하는 두 세계의 의미는 무엇일까. 우선 소현은 1부나 2부나 다를 것이 없다. 똑같이 소극적이고, 똑같이 겉도는 성격이다. 차이가 있다면 제인이 있고 없고이다. 제인이 없는 2부에서 소현은 어디든 속하고 싶은데 속하지 못해 그녀는 절규한다.

 이렇게나 매력 없는 주인공이 있을까? 소현은 우리가 주인공이라고 부르는 그들과 다르다. 직접 움직이지도 않고, 멋지지도 않고 오히려 못나보이기까지 한다. 그런데 어쩌면, 이것이 우리의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인생의 주인공은 우리라고 하지만, 실제 우리는 아이언맨이나 원더우먼처럼 대단한 능력과 운을 가진 히어로가 아니지 않은가. 꿈(제인)과 현실(정호) 가운데 이도저도 되지 못한 채, 방향을 잃은 모습이 어쩌면 영화 속 주인공이 아닌,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



-마지막, 불행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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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인은 이렇게 말한다. “나는 인생이란 게 엄청 시시하다고 생각하거든. 태어날 때부터 불행이 시작돼서 그 불행이 한 번도 안 끊기고 계속 이어지는 기분? 근데 행복은 아주 가끔 드문드문. 있을까말까?” 영화의 말미에서 트랜스젠더 클럽 <뉴월드>에서 노래를 부르며 제인은 덧붙인다. “그러니 우리 불행하게 오래오래 살아요.”
 
 어쩌면 우리는 스스로가 행복해지기 위해 행복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내고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연인과의 기념일에는 행복하기 위해 선물과 분위기 좋은 식당과 이벤트를 당해야 하고, 행복해지기 위해 여행을 계획한다. (내가 여행을 통해 에너지를 느끼는 사람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여행이라는 행위가, 힐링이나 행복의 대명사로 여겨지기에 여행을 계획하기도 한다)

 행복이란 것은 상대적이라 평소보다 더 나은 어떤 상태가 올 때 우리는 그 상황을 행복하다고 느낀다. 매번 날씨가 좋으면 우리는 그 날씨를 행복이라 느끼지 못한다. 매번 날씨가 나쁘다 어느 하루, 날씨가 좋을 때 우리는 그것을 행복하다 느낀다. 그렇다면 제인처럼 우리 삶은 원래 불행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일 일수도 있겠다. 우리네 삶은 꼭 행복해야만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났을 때, 우리는 비로소 우리 삶에 드문드문 찾아오는 진짜 날 것의 행복을 볼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당신의 오늘이 혹시 행복하지 않았다면, 차라리 인정하자. 원래 인생은 불행한 것이라고. 그리고 불행한 삶을 살다보면 드문드문,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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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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