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프라하 카메라타 연주회

적은 인원, 그러나 음악으로 꽉 찬 콘서트홀
글 입력 2015.12.07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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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 카메라타(Prague Camerata)
적은 인원, 그러나 음악으로 꽉 찬 콘서트홀
챔버 오케스트라의 진수를 보여주겠다는 말은 공수표가 아니었음을 확인하다


공연명 : 프라하 카메라타(Prague Camerata)
공연일자 : 2015.12.02.
공연장소 :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안녕하세요, 문화리뷰단 김나연입니다. 바람이 엄청 불던 12월 2일 저녁 8시에 서울시 서초구 예술의 전당 음악당 콘서트홀에서는 프라하 카메라타의 공연이 있었습니다. 공연에 대한 자세한 정보들이 궁금하신 분들께서는 이곳을 클릭하여 프리뷰와 공연정보를 확인해주세요!


카메라타 1+1.jpg
 

후기

전체적으로

 저는 챔버 오케스트라의 공연은 처음이었는데, 1st Vn 4명, 2nd Vn 4명, 비올라 둘, 첼로 둘, 베이스 한 명, 이렇게 13명으로 구성된 악단이었어요. 보통 콘서트홀에서는 대규모 합창단이나 대규모 오케스트라만 보아왔던 저는(아, 아니네요. 디토도 봤었구나.) 무대가 좀 남는다는 느낌도 받았어요. 그런데 2시간 공연동안 왜 챔버를 하는지 확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오케스트라가 하나로 굴러가는 거대한 기계같다면, 챔버는 사람들이 모여서 수공업을 하는 느낌이에요. 훨씬 인간미도 있고, 섬세합니다. 인원수가 일반 오케스트라의 반도 채 되지 않고, 관도 없으므로 파워는 오케스트라보다 약하지만 훨씬 섬세하고 정교하며 예민합니다. 그래서 개개인의 실력이 아주 중요한 악단이었습니다. 한 사람이라도 틀리면 적나라하게 티가 나거든요.
 지휘자는 따로 없고, 악장이 지휘자의 역할을 같이 해서 눈짓을 주고받으며 연주를 계속해나갑니다. 박자가 빨라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그런 일은 전혀 없었습니다. 악장이 크게 숨을 들이마쉬거나, 처음 들어가는 파트와 눈을 맞추면서 곡을 시작했어요. 오케스트라가 잔뜩 긴장을 하고 있는 느낌이라면 챔버는 우리끼리 즐기고 있다-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특히 비올라 연주하시던 여성분께서 미소를 띄면서 단원들을 바라보셨는데 이 때 정말 따뜻하다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연주는 두 번 정도 있었던 음이탈이나 높은 음에서의 퍼스트 바이올린의 음정불안 조금을 제외하면 완벽했는데, 다만 관객들의 악장 중간중간의 박수가 아쉬웠습니다. 특히 이번 연주를 들으며 ‘모든 악장은 하나의 곡으로 연결되는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는데, 그 흐름을 끊게 되거든요. 그래서 악장님이 더욱 과도하게 곡이 끝났을 때 관객들에게 눈길을 주거나 제스쳐로 활을 바닥까지 내렸는데 첫 곡과 마지막 곡에서(드보르작)는 여전히 악장 중간에 박수를 치는 일들이 있었습니다.


프로그램 진행 순서대로, 공연을 하나하나 되짚어볼까요?


비발디 - Concerto for Strings in C major, RV 114

비발디는 역시 비발디랄까. 첫 구절을 듣자 마자 ‘아 이건 비발디구나’ 싶은 곡이에요. 사계와 크게 분위기가 다르지 않고, 밝고 명랑하며 쾌활합니다. 특히 1악장에서의 1st Vn과 2nd Vn이 주고 받는 호흡이 듣기 좋았습니다. 2악장에서도 바이올린 소리가 너무나 아름다웠고(비발디 곡에서는 바이올린이 중요했어요.), 3악장은 2악장에 이어 바로 시작했는데 슬픈 선율이었지만 역시 마지막은 비발디스럽게 앞으로 시원하게 달려나갑니다. 현의 이동이 많고 화려한 엔딩이었습니다. 비발디는 바이올린 연주자이자 바이올린 교사로도 활동해서 곡을 쓸 때도 바이올린의 비중이 더 크게 느껴집니다. 


바흐 - Piano Concerto No.1 in D minor, BWV1052

개인적으로 이 날 프로그램에 있었던 5개의 곡 중에서 최고로 꼽는 곡입니다. 그 이유는.. 개인적으로 노다메 칸타빌레 최종악장 전편에서 타마키 히로시(치아키 역)가 피아노를 협연하면서 지휘를 동시에 하는 장면에서 쓰인 곡이고, 그가 연주한 곡인데 이것이 바흐 피협 1번일줄이야. 처음 악장이 시작하는데 어디서 너무나 많이 들어본 구절! 전율이 쫙. 역시 아는 곡을 들어야 더욱 행복하구나 느낄 수 있었던.. 



(첨부한 동영상은 치아키 신이치 역의 타마키 히로시가 유럽 데뷔 무대에서 협연과 지휘를 동시에 하는 장면입니다. 출처 : 노다메 칸타빌레 최종악장 전편)


바흐 하면 음악의 아버지라고해서 무거운 곡들을 위주로 작곡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이렇게 화려한 피아노 협주곡을 써서 꽤 놀랐습니다. 오케스트라는 기본에 충실하지만 피아노는 간혹 아주 화려한 부분들이 나오거든요. 그래도 여전히 바흐의 무게감은 자리하고 있습니다. 1악장이 힘차게 메인 선율을 피아노와 오케스트라 주고받는 구조라면 2악장은 아다지오로 슬픈 선율이 이어집니다. 지휘자가 없다보니 어떠한 공연보다도 악장과 피아노 협연자의 눈빛교류가 많았던 악장. 3악장에서는 다시 메인 선율이 반복되고, 힘찬 분위기가 연출됩니다. 정말 알차고 짜릿짜릿한 시간이었어요. 다만 조금 아쉬운 건, 오케스트라의 인원수가 적다보니 피아노가 좀 크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피아노 협주곡이니만큼 피아노가 중요하긴 하지만 밸런스가 좀 더 잘 맞았다면..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도 저는 이 날의 베스트! 앵콜도 두 곡이나 더 해주신 협연자 미하일 페투호프 연주자님께 박수. 두 번째 앵콜은 바흐의 곡이었는데, 슬픈 선율과 함께 콘트라베이스의 피치카토가 마치 팀파니같은 소리를 내서 신기했던 무대였습니다.


슈베르트 - Ave Maria

아베 마리아..! 정말 성스러운 곡이었어요. 소프라노 강은실 씨가 협연해주셨는데 처음에는 제가 들어본 소프라노 중에서 가장 둥근 소리를 내셔서 놀랐습니다. 울림이 좋고, 날카롭지 않아서 듣기 좋았지만 한 편으로는 너무 둥글어서 둔한 느낌이다,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노래를 들으면 들을수록 이 노래는 울림이 중요하고, 감정선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둥근 소리는 정말 성모 마리아의 품같은 안전함인 느껴졌습니다. 개인적으로 꼭 한번 들어보고 싶은 곡이었는데 감동적이었습니다. 감사해요.


그리그 - Solveig’s Song

솔베이지의 노래는 음악수행평가 단골손님이죠. 이 곡은 노르웨이 문호 입센이 전설에 바탕을 두고 쓴 시곡 <페르 귄트>의 공연을 위한 무대음악으로 위탁받아 작곡한 곡인데, 이 노래는 제2모음곡의 마지막 곡으로 연극에서는 제4막 페르 귄트가 방랑생활을 하고 있을 때 솔베이지가 세월은 흘러도 언젠가는 당신이 돌아올 것이라는 노래를 부르며 기다리는 장면입니다. 긴 세월이 흘러도 그의 연인을 잊지 못하고 부르는 솔베이지의 노래는 정말 애절했습니다. 유명한 곡이다보니 감상하기가 좀 더 쉬웠던 것도 있고, 소프라노의 노래가 눈물이 날만큼 슬펐습니다. 도대체 저게 뭐라고 하는 건지는 알 수 없어도 느낌이 다 전해지더라고요. 노래실력만큼 중요한 것이 연기력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마치 김연아선수가 트리플악셀을 뛰지는 않아도 연기력으로 모두 다 씹어먹은 것처럼요!(물론 트리플플립-트리플럿츠의 향연... 잊을 수 없다.. 돌아와요 연아킴..)


드보르작 - Serenade for Strings in E major, Op.22

마지막, 드보르작입니다.
현악합주용 세레나데인데 1악장에서 살짝, 바이올린 파트에서 실수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딱히 눈에 도드라지는 실수는 아니었어요. 아까 말씀드린 음정불안 정도. 통통 튀는 1악장을 넘어서 2악장은 캐논 형식의 왈츠곡인데, 모든 파트가 고루고루 주제 선율을 연주하는 캐논 형식이 신나기도 했고 마치 예전 무도회에서 악단이 연주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쿵짝짝, 쿵짝짝. 3악장 스케르조는 다같이 열심히 달리는데, 역시 퍼스트 바이올린의 높은 음정 불안.. 사실 대형 오케스트라였다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텐데 소규모라 더욱 잘 들리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대단히 큰 문제는 아니었어요, 그래도. 4악장은 퍼스트 바이올린과 비올라가 시작해서 모두가 함께하는데, 선율들을 주고받는 부분의 호흡이 대단했습니다. (이 악장이 끝나고 나서도 박수가 나왔죠..) 마지막으로는 알레그로 비바체! 역시 앞으로 힘차게 달려나갔습니다. 작은 규모의 챔버 오케스트라지만 소리로 콘서트홀을 꽉꽉 채웠죠.(빈 좌석들이 너무나 안타까웠던 부분..) 


Encore

 끊임없는 박수가 쏟아졌고, 악단은 백조의 호수와 쇼스타코비치 재즈 모음곡 중 왈츠 2번을 연주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쇼스타코비치를 고등학교 때 연주해본 곡이라서 감흥이 남달랐던!) 두 곡이 모두 왈츠였는데 확실히 왈츠 장르가 듣기도 편하지만 연주하는 맛이 살아있다고 할까요. 특히 쇼스타코비치에서 메인 선율이 나오기 전에 살짝 느려지는데 그런 지연, 딜레이가 너무 매혹적이고 관능적이었습니다. 역시 재즈는.. 멋져..

전체적으로 너무나 만족스러운 공연이었습니다.
대중적인 프로그램으로 구성하면서도 내실을 잃지 않았고 적은 수의 멤버이지만 서로 정말 아낀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한 눈짓과 인사, 섬세하고 예민한 강약표현으로 조금도 지루하지 않은 2시간이 완성되었습니다. 좋은 공연을 볼 기회를 제공해주신 아트인사이트에 감사드리면서 리뷰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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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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