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잘 죽고싶다면 봐야할 연극 '염쟁이 유씨'

글 입력 2015.05.06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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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쟁이 유씨.

아트인사이트 서포터즈가 되고 처음으로 신청했었던 문화공연.
선정 메일을 받고, 설레고 기쁘던 그 기분을 잊을 수 없다.
드디어 그 연극을 보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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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봐왔던 다른 연극들은 무대장치를 보고 어떤 상황인지가 확실하게 눈에 들어왔었다. 별장, 포장마차, 병원같은 그런 것들이었는데, 염쟁이 유씨의 무대장치는 조금 다른듯했다. 조금은 애매하고 뭔지 모를 공간이었다. 관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그 옆에 침대처럼 보이는 것, 병풍, 또 오른쪽에 걸려있는 인형들이 왠지 음산하게만 보였다. 아무리 장례에 관련된 연극이라지만, 한없이 무겁고 어렵기만하면 어떡하나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관객과 함께 만드는 연극

연극이 시작되고 한 남자가 무대로 걸어나왔다. 그가 처음으로 무대에 올라와서 한 이야기는 '전화기'에 관한 것이었다. 공연 중에는 전화를 모두 꺼달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는 공연관계자가 아니라 '염쟁이 유씨'였다. 
 보통 공연 전 공연관계자분께서 올라와 전화나 입퇴장에 관련된 정보를 전달해 주시는데 이 연극에선 주인공이 직접 극 안의 상황으로 당부의 말을 전해왔다.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관객들의 참여가 이루어지겠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첫 시작이었다.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관객 중 한 분은 '박기자'가 되었고, 우리는 그와 함께 공부를 하러 온 문화단이었다. 연극 내내 유씨는 우리에게 끊임없이 질문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실제로 바로 앞에서 나에게 이야기를 하는 듯 가끔 눈도 마주칠 수 있었다. 특히 박기자님은 연극 내내 유씨가 반복적으로 부르는 이름이 되었고, 장례식에도 직접 참여하는 등 수고가 굉장히 많으셨다.

또 죽은 사람이 저승으로 가는 길이 심심하지 않도록 산 사람들은 곡소리를 내야한다고 하면서, 우리에게 곡소리를 시켰다. 관객을 세 묶음으로 나누고 화음을 넣어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하도록 유도했다. 우리는 실제로 그 죽은 이의 저승길을 밝혀주는 극 중 산사람이 된 것이다. 

유씨는 극중 3가지의 질문도 했다. 맞추는 사람에게는 선물도 주었다. 관객들은 끊임없이 극의 주변에서 혹은 중심에서 작게나마 역할을 해나가며 유씨와 이야기를 함께 채워나갔다. 특히 유씨의 과거 염 에피소드를 재연해주셨던 4명의 관객분들은 거의 10분정도의 시간동안 거의 연극에 출연하신 듯 하다(^-^).

이렇게 관객들이 직접 극에 참여하니까, 같은 관객중의 한 사람으로써 더 많이 공연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냥 일방향으로 관람하는 것에서 나아가, 나에게 직접 이야기하는 것 같으니 더 몰입하려고 노렸했다. 마지막에 유씨가 주는 소주는 나도 꼭 한잔 하고싶었는데 아쉽게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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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죽는 것

유씨는 직접 염을 하면서 누군가의 마지막을 책임지는 일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이야기했다.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이 염쟁이 일을 자신만은 절대 하지 않으려고 그렇게 버텼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결국 자신의 손으로 아버지를 보내드릴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시작된 염쟁이 일은 몇십년동안 그에게 죽기보다 싫지만 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일이 되어버린 것이다. 가는 길이 좀 더 아름답고 행복할 수 있도록, 삶은 고단했어도 죽음은 편안할 수 있도록 깨끗하고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일생동안 해온 염이었다.

그런 그는 그날 마지막 염을 하던 중이었다. 자신은 그렇게 싫어했던 염 일을 자랑스러워하고 좋아했던 아들. 그가 삶이 힘들어 자살을 택했고, 그 아들의 염을 끝으로 일을 그만하려는 것이다. 아버지의 죽음을 시작으로 염을 하게 된 유씨는 마지막으로 아들을 염하고 있었다. 아들의 생사도 모른 채 거의 9년을 보낸 유씨에게 그 일은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했다. 유씨가 불쌍하고 딱했다.

하지만 유씨는 줄곧 이야기했다. 
목숨이 끊어지는 것은 죽는 것이 아니라고.
산 자들이 죽은 자를 잊는 것이 진짜 죽는 것이라고..

이런 걸로 보면 유씨는 아들을 죽었다고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 그는 산 자로 남은 세상을 살면서, 아들을 생각하고 그리워 하면서 살 것이기 때문에 유씨의 아들을 아직 죽지 않은 것이다. 유씨의 얘기를 들으니 아들을 기억할 유씨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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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잘 죽는다는 것은 잘 살아내는 것 같다. 어차피 누구나 결국 죽고, 아무리 돈이 많아도 모두 썪지 않는가. 잘 산다는 것이 꼭 경제적으로 풍족하고 걱정이 없는 편안한 삶일 수도 있겠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을 열심히 사는 것이다. 내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해서 잘 살지 못하는 것이 절대 아니고, 그 하루하루를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내는 것, 소중히 생각하는 것, 그것이 가장 잘 죽을수 있는 방법이다.
더불어 거기에 나를 기억해줄 사람들이 내 곁에 있다면 금상첨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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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건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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