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의 우상을 만나다 ① [공연]

글 입력 2024.01.07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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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부터 나는 음악을 좋아했고, 음악을 해왔으며 지금까지도 음악과 함께하는 삶을 살고자 노력하고 있다. 새로운 사람에게 나를 소개할 때에도 가장 먼저 꺼내는 주제가 ‘음악’이다. 그럴 때면 ‘즐겨듣는 장르가 있는지’ 또는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누구인지’에 대한 질문을 굉장히 많이 받는다.


본격적인 이야기를 전하기 전에 내가 처음으로 음악을 시작했던 중학생 때를 떠올렸다. 당시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이 모두 악기를 하나씩 다룰 줄 알았다. 나는 그 친구들과 친하다는 이유로, 그리고 어릴 적 피아노 학원에 다녔다는 이유로 그 친구들과 함께 밴드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록 음악에 대한 관심과 지식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록 음악은 무조건 시끄러울 것이라는 편견과, 대중 친화적이지 못하다는 인식에 사로잡혀 있었다. 이 이야기를 친구들과 함께 나누자, 한 친구가 나에게 노래 한 곡을 들려주었다.


아름다운 스트링 선율이 곡의 포문을 열었고, 이와 함께 곡이 끝날 때까지 듣기 좋은 심플한 진행이 이어졌다. 내가 평소 생각하던 록 밴드의 그 어떤 기교도, 꾸밈도 없었다. 이런 덤덤한 편곡이 이토록 아름답게 들린 적이 없었다. 친구에게 곡에 관해 물어보니, 90년대 영국 록 밴드의 음악이라 했다.

 

우리가 태어나기도 전에 해외에서 발매된 음악을 알고 있는 것도 신기했지만, 이러한 음악이 지금 우리 세대에게도 감명 있게 들린다는 것에 큰 놀라움을 느꼈다.

 

 

Oasis 'Whatever'

 

 

친구가 들려준 노래는 영국 록밴드 ‘오아시스(Oasis)’의 ‘Whatever’라는 곡이었다. 오아시스라는 밴드를 알게 된 이후로 나는 그들의 모든 앨범을 구매하였고, 수록곡까지 빠짐없이 즐겨듣는 마니아가 되었다. 특히 밴드의 리더이자 대부분의 노래를 작곡한 노엘 갤러거의 음악 스타일을 동경하였다.


가장 아쉬운 점은, 오아시스를 처음 알게 되고 즐겨 듣게 되었을 때 그들은 이미 더 이상의 활동을 하지 않는 사실상의 ‘해체’ 상태였다. 그들이 함께 무대를 하는 모습은 이미 오래전에 녹화가 된 영상으로만 볼 수 있었다. 리더인 노엘 갤러거와 메인 보컬이었던 리암 갤러거는 각자 솔로 앨범 및 공연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었다.


물론 이들도 주기적으로 한국을 방문하여 내한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시기가 맞아떨어지지 않았다. 고등학생 때 노엘 갤러거의 내한 공연이 열린다는 소식에 처음으로 티켓을 예매하였지만, 당시 좋아하던 다른 아티스트의 공연을 보러 가기 위해 노엘 갤러거의 티켓을 취소하였다.

 

이후에도 두 차례의 내한 공연이 있었지만, 당시 나는 군 복무의 문제로 공연을 관람하러 가는 것이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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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그들의 공연을 기다린 지 10년도 더 지났다. 오아시스의 음악을 들으며 록 밴드 뮤지션의 꿈을 꾸던 소년은 매일 아침 지옥철에 몸을 싣는 직장인이 되었다.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한 공연을 예매하기 위해 매표 앱을 실행하자, 노엘 갤러거 내한 공연 포스터가 화면에 나와 있었다. 티켓 오픈 날짜는 한참 지났고, 자리 역시 전석 매진이었다.


그 순간 지하철 안에서 깊은 생각에 빠져들었다. 살아가면서 정말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하나둘씩 잃어가고 있는 느낌이었다. 이후 틈틈이 취소 표를 예매하였고, 더 좋은 자리를 위해 그 표를 또 취소하고 수수료를 지불하는 과정을 여러 차례 반복하였다.


이후 시간이 흘러 11월 26일 일요일이 되었다. 어느 주말 때처럼 느지막이 일어나 휴대전화를 확인해 보니 문자 한 통이 와있었다.


‘이호준 고객님, 관람 일이 바로 내일이에요!’


노엘의 공연이 다음 날이라는 사실을 하루 전에 알게 된 것이다. 내가 그토록 기다리던 날 또한 잊은 채,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그토록 원하던 일이 무엇인지도 잊은 채, 그 일에 대한 설렘을 느낄 겨를도 없었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당황하게 되었다.


공연 당일 아침이 되었지만 나의 하루 일과는 물론, 그 어떤 감정의 변화도 느낄 수 없었다. 여느 아침처럼 잠에서 제대로 깨지 않은 몸을 이끌고 지하철을 타고,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커피 한 잔과 함께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하였다. 이처럼 설레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

 

 

[이호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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