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st solo album] track03.

글 입력 2024.03.20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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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변환]track03..jpg

 

[크기변환]track03,배경버전.jpg

[illust by Yang EJ (양이제)]

 


[NOW PLAYING: Beautiful Ones - Suede]

 

다시금 이 둘입니다. 저번 게시글의 트랙 시리즈의 주인공과 그의 어머니를 기억하시나요? 그로부터 세월이 지난 현재의 둘을 그려보았어요.


이번에는 이전의 게시글들과 다르게 그림에 배경을 넣어 보았습니다. 기름때가 낀 오븐, 너저분하게 널려있는 빨래들, 밖으로 노출된 환풍기와 부엌 특유의 자잘한 타일 벽, 그리고 그런 벽 위를 흐르고 있는 파이프라인 등을 통해 깔끔한 풍경보단 생활감이 있는 공간으로 구성해 보고 싶었어요.


개인적으로 저는 외국의 라디에이터 문화가 익숙하지 않아요. 실내에 있는 라디에이터 기기를 보면, 집 안인데도 실외에 있는 것 같은 감상을 느끼곤 합니다. 마음 놓고 쉬기보다는 잠시 거쳐 가는 쉼터의 느낌이 더 강하다 해야 하나요? 그러한 저의 라디에이터에 대한 감상과 포근하다기보단 단단한 질감을 주는 타일 벽과 바닥이 함께 모여, 이 둘에게 집이란 실외의 느낌을 준다는 걸 표현해 보고 싶었어요. 실제로 둘은 집에 있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기도 합니다.


(물론, 라디에이터에 대한 감상은 순전히 제 개인적인 생각일 뿐입니다. 그림에서 잘 보이지도 않고요.)


만약에, 배경이 지금의 공간이 아니라 푹신한 2인용 소파가 있는 거실 풍경이었다면 어떨까요?


소파 위에 있는 각기 다른 모양의 쿠션들은 사람의 손을 많이 탄 탓에 솜이 많이 죽어 있습니다. 그 덕에 쿠션을 품에 안으면 몸에 꼭 맞게 잘 구겨집니다. 소파의 등받이 부분에는 담요가 하나 걸려 있는데, 담요에는 불규칙적인 꽃과 잎사귀 모양의 무늬가 새겨져 있고, 담요의 각 모서리에는 손가락 길이의 끈 장식이 촘촘히 달려 있습니다. 소파 옆의 협탁은 따뜻한 나무색이며 세월에 닳아 반질반질한 느낌을 줍니다. 그 협탁 위에는 둘이 함께 찍은 사진이 다소 촌스러운 모양의 액자 속에 담겨 있고, 벽에 고정된 선반들 또한 서너 개의 액자로 장식되어 있어요. 그리고 블라인드를 통해 들어오는 은은한 햇빛이 이 모든 가구를 비춰주고 있습니다. 만약에, 이런 공간이었다면요?


위의 설명한 풍경으로 두 캐릭터를 옮겨봅시다. 둘의 포즈와 표정을 최대한 바꾸지 않는다손 쳐도, 두 인물이 각각 가지고 있을 집에 대한 감상과 두 사람의 관계가 원래의 그림과 동일하게 해석될 수 있을까요? 주인공의 반항적인 표정과 어머니의 나무라는 듯한 눈빛의 무게가 한결 가벼워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은 그 외 다른 해석도 나올 수 있을 거예요. 분명한 건, 원래의 그림과는 다른 감상을 준다는 거겠죠.


그리고 이런 처음과 다른 해석이 나오는 이유는 아마 공간이 주는 힘이란 게 존재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요. 공간이란 단순히 머물기만 하는 장소가 아니라, 그 인물이 처해있는 맥락과 그의 특성들이 실물로써 표현된 결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쉽게도 이러한 의도들이 전해지도록 그림을 구성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보는 사람들에게 느껴질 수 있도록 오브젝트의 질감을 분명히 표현하고, 배경이 조명될 수 있도록 인물을 적절히 배치하는 것 등은 언제나 저에게 숙제로 남아있는 것 같아요. 그 숙제를 잘 풀어나가길 빌어봅니다.


그럼 저는 고민해야 할 과제를 한 아름 안고, 물러가 봅니다.


다음 주는 벚꽃이 필지도 모르겠어요.

 

 

 

양은정 에디터태그.jpg

 

 

[양은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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