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리뷰] 제 10회 광주 비엔날레 : < 터전을 불태우라 >

글 입력 2014.12.26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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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리뷰]

제 10회 광주 비엔날레 : <터전을 불태우라(Burning Down The House)>

2014. 09. 05 - 11. 09





비엔날레는 2년마다 열리는 국제현대미술전시회로, 실험적인 시각문화예술을 통한 소통의 장이다. 광주 비엔날레 또한 이러한 취지를 바탕으로, 여러 나라의 예술가들과 협력해 아시아 미술을 세계에 소개한다.

제 10회 광주 비엔날레의 전시 제목은 <터전을 불태우라>로 사운드, 움직임, 극적인 퍼포먼스를 매개로 기존 질서 체계를 뒤집고 억압에 저항하는 예술의 역할을 제기한다. 36여개 국에서 105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전시의 제목 '터전을 불태우라'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불의 힘에 주목한데서 비롯됐다. 자신의 터전을 불태우는 행위는 파괴에 이은 새로운 변화, 더 나아가 희망을 상징한다. 즉, 전시 작가들은 역사의 아픔을 끄집어내 헤집음으로써 오히려 치유의 기회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수많은 전시 작품 중 몇 개만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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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Abortion)>, 이불, 퍼포먼스, 1989


첫 번째 작품은 이불(Lee Bul) 작가의 <낙태(Abortion)>로 쇠사슬에 매달리는 퍼포먼스를 담은 영상이다. 이불 작가는 사회의 억압에 대해 날카로운 목소리로 비판을 가한다. <낙태> 또한 여성의 몸에 행해지는 사회적인 금기를 다룬다. 영상 속에서 작가는 스스로 매달려 자신이 겪은 육체적 상처와 경험담을 노래로 대중 앞에 털어놓는다. 이러한 가학적인 행위는 우리의 눈쌀을 찌푸리게함과 동시에 그 동안 외면했던 억압에 대해 마주할 수 있는 힘을 갖도록 한다.

현재 이불 작가의 전시회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2015년 3월 1일 까지열리고 있으므로, 그녀의 작품을 더 감상하고 싶으면 전시장을 방문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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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실물 취급소(Lost and Found)>, 후마 물지, 버팔로 가죽


다음 작품은 후마 물지(Huma Mulji)의 <분실물 취급소(Lost and found)>이다. 그는 파키스탄의 가정과 국가에까지 이르는 폭력을 '박제'라는 형태로 나타낸다. 그는 동물을 박제하는 전통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인간에 가까운 형상을 만들어냈다. 뒤틀리고 그을린 모습으로 바닥에 누운 이 형상은 정권의 억압 하에서 실종되었다가 수 년 후 사체로 발견된 사람들을 뜻한다. 그는 작품이 주는 시각적 충격을 통해 폭력으로 인해 고통받는 현실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이를 극복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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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병대와 야수(Infantry with Beast)>, 제인 알렉산더, 설치 미술


마지막 작품은 제인 알렉산더(Jane Alexander)의 <보병대와 야수(Infantry with Beast)>이다. 남아프리카에서 활동하며, 이번 비엔날레를 위해 56개의 개별작품을 모아 이 <보병대와 야수>를 만들었다. 다양한 권력 구조에 의해 국가 통제 시스템이 붕괴되는 상황을 경고하기 위해 위의 동물 형상의 피규어를 숲 가운데 배치해 아무것도 보지 못한다는 메세지를 전한다. 즉, 건전하지 못한 미디어, 권력, 감시는 인간을 통제시키고 눈멀게 만든다는 무거운 주제를 나타낸다.

작품의 메세지뿐만 아니라 구성의 치밀함, 거대한 크기, 작품 속에 숨겨진 알레고리적 의미에도 주목해 볼만 하다.

                                                                                

                         

리뷰에는 3개의 작품만 소개했지만, 비엔날레에 출품된 작품 수는 굉장히 많았다. 설치, 영상, 퍼포먼스 등 다양한 형태가 있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고, 가족 단위 관중을 위한 프로그램 또한 주최측의 배려가 담겨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주제 자체가 너무나 무겁기 때문에 많은 수의 작품들을 보는데에 엄청난 에너지가 소비되었다는 것이다. 관람을 즐기기에는 무리였던 듯 하다. 또한, 전체적인 작품의 배치가 어떠한 기준으로 이루어졌는지 알 수 없었고 스토리라인을 따라가기에 벅찼다. 작품을 그룹으로 묶어놓아 통일성을 줄 수 있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비엔날레가 역사를 넘어 현대의 우리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대중은 이번 광주 비엔날레    <터전을 불태우라>를 통해 망설임없이 안락함을 불태우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최한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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