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살 생일을 맞은 춘자는 생일 소원을 빌려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소원이 떠오르지 않는다. 느슨해진 정신줄에서 빠져나온 영혼의 물고기가 춘자 앞에 나타나고, 춘자는 영혼의 물고기를 따라 모험에 나선다.
뮤지컬 <이상한 나라의 춘자씨>가 2024년 초연에 이어 2026년 다시 무대에 오른다. 작품은 치매로 자신만의 ‘이상한 나라’로 여행을 떠난 주인공 춘자와, 그런 엄마의 흩어진 기억의 조각을 찾아가며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자식들의 이야기를 뮤지컬로 그려낸다.
누구에게 이상한 나라일까
2025년 기준 65세 이상 인구 중 치매 환자 비율은 9.17%, 97만 명으로 추정되며, 2026년 치매 환자 수는 10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예측된다. 평균 수명의 증가로 노인 인구가 늘어나는 조건에서 치매 환자 수의 증대는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 한편, 치매는 ‘가장 걸리고 싶지 않은 병’으로 손꼽힌다. 단순히 몸이 아픈 것을 넘어서 자기 자신 자체를 잃어버리는 것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또한 기약 없는 돌봄 과정은 가족을 갉아 먹는다. 치매 환자에게 장수는 복이 아니라 저주가 되곤 한다.
뮤지컬 <이상한 나라의 춘자씨>는 치매 환자의 눈으로 세계를 읽는다. 상상과 현실을 오가며, 세상의 눈에서 이상하고 이해되지 않는 말과 행동들을 춘자 씨의 입장에서 보여준다. 실제로 치매는 ‘바보’가 되는 병이 아니다. 단계와 양상에 따라 다르겠으나, 치매 환자는 이전과 다른 감각과 지각, 시공간감으로 세계를 인식하게 된다. 논리성이 결여된 것이 아니라, 논리성이 결여된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치매의 대표적인 증상 중 하나는 현재의 시간과 공간을 과거의 시간과 공간으로 혼재하여 이해하는 것이다.
작품 속 치매에 걸린 춘자 씨가 인식하는 세계는 영혼의 물고기를 통해 가시화된다. 영혼의 물고기는 춘자를 모험의 세계로 인도한다. 이 여정에서 춘자는 어린이집 아이들과 놀이를 하고, 세워져 있는 물건과 대화를 하며, 공중전화로 이제 없는 사람에게 전화를 한다. 이렇듯 정신을 차리기 위해서 은빛 나라로 열심히 전진한다. 두 아들 진수와 성찬이를 키우느냐 묻고 살아온 사람들이 이 길에서만은 생생하다. 부모님과 남편, 너무 빨리 죽은 막내딸까지. 엄마 품에 영원히 안겨 있고 싶은 마음을 두고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현실로 돌아온 춘자는 낯선 교회 앞에 눈을 뜨고 가족을 찾아 마침내 70살 생일 소원을 빈다.
앞으로 많은 날 은빛 나라에서 눈을 뜨겠지만
춘자는 잠시 현실, 즉 아들과 며느리가 있는 세계로 돌아오며 70살 생일 소원을 빈다. 그러나 앞으로 춘자에게 이 땅에서 더 많은 날은 은빛 나라에서 눈을 뜰 것이다. 자식들 역시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면서도 닿지 못하는 어머니의 세계에 허덕임을 느낄 것이다. 그럼에도.
뮤지컬이라는 양식은 작위적이다.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노래로 표현하는 것은 현실에는 없는 일이다. 물고기도 마찬가지다. ‘정신줄을 뺀다고’ 영혼의 물고기가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다. 사물이 말을 하는 일도, 죽은 이가 살아는 일도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이상한 나라, 즉 치매 환자의 세계를 그의 눈으로 보여주기에 뮤지컬을 사실적인 양식이다. 각자의 현실과 환상이 조각조각 쌓여, 노래와 군무로 풀어진다. 은빛 나라에 다녀온 후에 대하여 걱정이 앞서지만, 영혼의 물고기를 따라가는 과정에서 경험한 모험은 진실이다.
뮤지컬 <이상한 나라의 춘자씨>가 보여주고자 했던 진실은 이런 모양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