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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언제 초록색이 생기나 하던 마음이 무색할 정도로 요즘 길거리엔 푸릇푸릇한 초록빛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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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같은 등굣길에서 나는 무심하고 꾸준히 변화를 관찰하곤 한다.

 

평소엔 덧 없는 하늘과 앙상한 갈색 나뭇가지뿐이었는데, 어느 순간 노란 개나리가 가지 끝에 매달려 있고, 강의실 창밖엔 짙은 초록의 나무가 창틀을 채우고 있었다.  또, 민들레는 아스팔트 속에서 치열하게 자라나고 있었다.

 

유독 요즘 날씨가 오락가락해서 그런지 초록이 더욱 기다려졌고 반가웠다.

 

나의 하루하루는 나름 즐거웠지만 어딘가 부족했고 채도가 빠진 거리 풍경에 하루빨리 생기가 돌기를 바랐다. 초록이 좋은 이유 중 하나는 아마 적당한 날씨와도 닿아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두껍지도 얇지도 않게 옷을 입을 수 있고 솔솔 부는 바람에 살이 닿는 나날을 보낼 수 있다.

 

나는 기분 좋은 봄 바람이 불면 손을 펼쳐 손가락을 살짝 벌려 틈을 만들어 그 사이에 바람이 흐르게 한다. 아는 모양이고 아는 느낌이다.

 

날씨가 좋아서일까 자연스럽게 주변을 둘러보며 걷게 된다. 길가에 자라나는 잔디, 꽃, 나무들을 보며 문득 지금 내 상태와 마음을 돌아보게 된다.

 

이 생물들을 바라보자니 나도 푸르게 자라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의 성장을 지켜보며 영향을 받는 건 가장 가까운 주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라나는 모습을 보면 뭉클하기도, 대견하기도 하다.

 

우리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는 아무도, 아무것도 모르지만 분명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덜도 더도 말고, 이 사실만으로 큰 위안을 얻을 수 있는 따뜻한 시기임을 알자. 나의 바램은 글을 더 잘 쓰고 고독과 친해지고 사람들을 미워하지 않으며 사랑하는 마음을 지니는 것이다.

 

5월과 6월에는 지금보다 더 초록빛을 띄게 될지 아니면 뜨거운 열기 속에서 치열하게 살아가게 될지.

 

혹은 무르익는 것들처럼 나도 익어갈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어떤 모습일지라도 각자의 안에 푸르른 마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같은 풍경도 음악과 함께하면 또 다른 느낌을 전한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지금 이 순간의 날씨를 음악과 즐겨보자. Antônio Carlos Jobim의 Wave를 들으며 솔솔 부는 바람에 무언가를 살짝 맡겨보거나, 잔나비의 ‘슬픔이여 안녕’을 들으며 지나간 어떤 날들을 흘려보낼 수도 있을 것이다.

 

4월의 끝자락에서 글을 마치며, 각자의 바람을 바람에 실어 보내는 시간을 갖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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