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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_______을 틔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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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4일부터 14일까지 관람 가능한 [아트인사이트 지1회 기획전 <틔움>]. 팝업 스토어로 핫한 성수 거리 가장자리에서 찾아볼 수 있는 전시 <틔움>은 현대 사회의 속도를 바쁘게 따라가다 각자의 이유로 쉼이 필요하다고 느낀 사람들에게 정서적인 안정을 느끼게 해준다. '일상 사이에서 움트는 무명의 감정들'이라는 부제로 조금 더 가까이 안정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있는데, 이는 작가와 관객의 거리를 좁힌다. 평소 외면할 수밖에 없었던 질문을 좁은 지하에서 천천히 곱씹어 가며 작품을 감상할 때면 전혀 내가 지하에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만들어준다.

 

 

북 아티스트 Mia는 이유 없이 닥친 내면의 변화를 담담해진 눈빛으로 살피고, 그저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보듯이 과거의 아린 시간을 보듬으며 편지를 쓴다. 일러스트레이터 나른은 사랑리나는 두 글자로 압축할 수 없는 연인 관계 속 복합적인 감정들을 섬세하게 호명한다. 일러스트레이터 대성은 조직사회의 위선에 맞서는 상생의 공동체로 위로의 메시지를 전한다. 그림 작가 유사사는 내면세계에 싹트는 감정을 깊이 사색하고 형체를 부여해 이들의 존재를 보존한다. 일러스트레이터 은유는 상처의 시기를 환상적인 여정으로 재구성하고, 그 과정에 임했던 전진과 희망의 순간을 그린다.

 

- 틔움 전시 소개

 

 

누구나 탁 틔우고 싶은 감정, 하루, 시간, 이야기가 있다. 틔운다는 것은 오히려 어려운 일일 수도 있다. 진짜 감정을 여는 연습을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더욱이 그럴 것이다.

 

 

 

유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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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사 <응망>

 

 

전시회장에 들어가자마자 가장 처음 봤던 작품. 유사사 작가의 작품이었다.

 

 

어슴푸레한 눈맞춤

 

어슴푸레한 무언가를 쫓아 흐린 안개 속을 헤매듯

보이지 않지만 내면에 존재하는 감정을 마주하며 그린 연작.

표현의 과정에서 지시적인 비유나 객관적인 상징에 의존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옮겨내려 했다.

 

 

'어슴푸레한 눈맞춤'이라는 큰 제목 안에 총 다섯 가지의 이야기가 있었고, 그중에서 나는 <응망>이라는 작품에 끌렸다. 가운데 '내'가 서 있고, 숲속을 거니는데 내 앞을 안개가 두둥실 막아 혼란을 느끼는 감정을 표현한 것 같았다.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이 처해 있는 상황에 따라 작품이 다르게 보인다고 생각하는데, 취업을 앞둔 대학생의 시선에서는 안개가 그닥 긍정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작품 속 안개는 '내' 눈을 가림으로써 온전한 내면을 마주하게 만드는, 미워할 수는 없는 존재가 아닐까 생각해봤다.

 


 

M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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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a 작품들

 

 

그림과 글이 참 잘 어울렸던 작가의 작품들이었다. 그리운 사람에게 편지 한 통을 넣으며 그 사람을 추억하고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는 아련한 작품이었다.

 

편지글을 좋아한다. 감정을 절제하면서도 마음이 잘 전달되는 편지를 좋아한다. Mia의 [나는, 이제 Ça va] 작품이 그랬다.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

이건 또 다른 종들의 아름다움일 거야.

 

하지만 제이, 나는 여전히 간절해.

단지 여기를 아예 외면할 순 없었던 것 같아. 

이것까지도 이해받고 싶었던 거야.

 

이제는 떠날 수 있을 것 같아.

 

- Mia, 나는 이제, Ça va

 

 

사랑했던 이를 보내면서, 아직 너를 전부 잊진 못했지만 포기했기에 앞으로 얻을 것들을 생각하며 또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포기를 두려워하고 어려워하는 내게 필요한 삶의 이치이자 조언이 아닐까.

 

Mia 작가의 다른 작품에 대해서도 전시를 통해 접해보길 바란다.

 

 

 

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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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 작품들

 

 

귀여운 캐릭터들의 이야기. 귀엽지만 화(火)의 감정을 표출하기도 하고 무지개같은 꿈을 꾸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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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 작가의 작품에는 동화적인 분위기를 물씬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이 많았다.

 

'장미꽃' 하나를 이용해 다양한 각도와 시선, 시점으로 바라보는 모습을 담아냈다. 카메라의 시선으로, 전시회 관람객의 시선으로, 작품 속 장미꽃의 시선을 각 작품으로 담아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처음에는 작품의 연결성을 찾지 못했다. 즉, 다 다른 이야기를 가진, 아예 별개의 작품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글을 쓰고 있는 지금, 그림을 다시 보니 보였다. 왜 그땐 의도를 파악하지 못했을까. 그저 '환상적이다', '아름답다'라는 표현 외엔 다른 해석이 떠오르지 않았을까.

 

뒤늦게 시선을 조금 이해했다.

 

밖에는 밤비가 내린다. 나는 빗소리를 들으며 커피를 마시고 있다. 커피와 나는 방 안에 있다. 우리 둘을 다른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다.

 

 

 

나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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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른 작품들

 

 

나른 작가님의 선은 세밀하다. 한 사람의 사랑을, 두 사람의 공통된 사랑으로, 그리고 다시 혼자가 된 사랑을 아주 솔직하고 세밀하게 담아내려고 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나의 우주와 너의 우주가 '우리'가 되는 과정을 스토리텔링하듯 그려내는 모습이 관객과 작가의 공감대를 형성하였다.

 

사랑, 하고싶다.

 

 

 

은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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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 <별바라기> (시리즈)

 

 

심해로 점점 빨려 들어간다. 몸에 힘이 빠진다. 심해 끝이 있을까.

 

깊은 바다로 빠지게 되는 것 같은 기분은 언제 느낄 수 있을까. 잦은 혼란과 상처받음에 몸의 무게 중심이 아래에 실린 것 같은 기분과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좌절하고 실패하고 망신 당하고 기죽고. 세상은 아스팔트 길을 걷는 거라고 했다. 아직 난 온실 속 화초일 뿐이라고, 지금 힘든 것들은 내년에 겪을, 그 다음 해에 겪을 고난과 역경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거라고. 이렇게 또 한번 위로를 받는다. 정말 위로일까, 아니면 단단해지라는 신호일까.

 

심해로 빨려 들어갈 때쯤 난 내가 그토록 바라던 일을 하고 있을까.

 

 

 

탁 트인 감정을 마주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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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매일 터놓고 살 수는 없다. 숨겨야할 때가 더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주기가 필요하다. 마음이 탁 트일 수 있는 시간, 공간, 그리고 마음에도 선선한 바람이 들게 만들어주는 것이. 그리고 그것은 아트인사이트 제 1회 기획전 <틔움>과 같은 전시회 관람이 약간의 힘을 보태줄 수 있다.

 

하루 푹 쉬고 내일 다시 나아갈 원동력을 얻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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