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그래도 날아가버리고 마는 것들이니까 [문화 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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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기 위해 택했던 방법은 반대로 하고 싶지 않은 일들을 찾아서 그것들을 하나 하나 소거해 가는 것이었다.
이것저것 다 해보고 내 마음이 끌리지 않는 일들은 과감히 지우며 나만의 길을 조금씩 발견해 나가기. 말하자면 빼기의 방법인데, 마치 조각가가 커다란 돌을 깨뜨려가면서 형태를 만들어내듯 불필요한 것들을 저 바닥으로 떨어뜨리는 것이다. 버림으로써 얻는 게 있다는 점에서 꽤나 매력적인 접근법이다.
그런데 요즘, 지워내는 일에 매몰되어 내가 좋아하는 사소한 것들마저 잃어가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들었다. 그것들이 숭덩숭덩 깎여 나가는 줄 모르고 맹목적으로 돌만 깎는 사람이 된다면. 나중에 가서 스스로 내 살을 잘라냈다는 걸 깨닫는 때가 오면 과거의 나를 쉽게 용서해 주지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어떻게든 지금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기억해두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순간부터 짙은 초록색이 좋아져 이제 여름을 싫어할 수 없게 된 것(좋아하고 있는 가수가 짙은 초록색 옷을 입은 걸 보고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 후부터였다). 좋아하는 이야기를 끝내기 싫어 드라마를 끝까지 보지 않던 나였지만 이제는 드라마를 완결까지 달리며 즐기는 내 모습.
마이너스, 즉 빼기에 집중하다 보면 이처럼 삶에 더해지는 것들을 잊기 십상이다. 좋아하게 되어 내 삶에 새롭게 들어온 것들. 어떤 철학자가 말한 본질에 앞서는 실존이 이런 건가 싶다. 나만의 본질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이 사소한 기쁨들을 망각하는 건 내 일부를 잃는 것과 다름이 없을 것이다.
그러니 무얼 하든 내가 좋아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지. 미친 듯이 좋아하고 있는 것 말고도 기억해야 할 작은 좋아함들이 있다는 걸. 사소해 보일수록 더 붙잡아야만 한다. 그래도 날아가버리고 마는 것들이니까.
[오유진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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