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가 하루 종일 내리던 5월의 첫 주 주말,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JIFF)를 다녀왔다.
지역 기반의 영화제 방문은 처음이지만 아트인사이트에서 영화 콘텐츠를 위주로 활동하는 에디터들과의 동행이었기에 걱정보다는 기대가 앞섰다.
앞서 4월부터 치열하게 벌인 티켓팅을 뚫고 잡은 영화는 <말께리다스>(2023), 한국단편경쟁 부문에 선정된 <너에게 닿기를>(2024), <작별>(2023), <분리에 대한 중요한 발견과 그에 따른 몇 가지 불안>(2024), <곰팡이>(2024)다.
주요 상영관으로는 CGV 전주고사, 메가박스 전주객사, 전북디지털독립영화관 등이다. 이중 CGV와 메가박스를 다녀왔고 3분 거리에 있어서 이동이 수월했다.
오거리 문화광장부터 영화제를 상징하는 큐브 구조물이 거대하게 서있고 근방에 현장 예매를 할 수 있는 현장 매표소도 위치해 있다. 다만 앞서 말했듯 보고싶은 영화는 이미 온라인 티켓팅으로 마감되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영화제 일정을 미리 확인하고 관람하기를 추천한다. 교통편과 숙소도 포함해서 말이다. 전주는 서울 기준 버스로 이동하면 편도 기준 3시간 반이 넘게 걸리기 때문에 KTX를 강력히 권한다.
전주영화의 거리에 진입하면 영화제 굿즈를 살 수 있는 가게도 보이고 슬슬 거리에 사람이 붐빈다. 영화관에 들어서서 모바일 티켓 혹은 실물 티켓을 검수 받은 뒤 자리를 잡으면, 빈자리 없이 들어찬 관객들로부터 왠지 모를 든든함과 긴장감이 느껴졌다.
저작권 문제가 있으니 상영 중간의 화면은 물론, 엔딩 크레딧 촬영은 금지다. 대신 감독과 배우, 스태프들을 향한 수고와 존경하는 마음을 담아 박수를 보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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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국제영화제 포스터
정치적 메시지가 담긴 도전적인 영화로 선정된 여덟 편 중 하나인 <말께리다스>는 영화제에서 ‘프론트라인’으로 분류되었다. 후보작들은 다큐멘터리 영화, 실화 바탕의 영화들이기에 현장감이 상당하다.
<말께리다스>는 칠레 교도소에 수감 중인 여성들이 몰래 찍은 휴대폰 영상만으로 편집된 영화이다. 75분 동안 그 커다란 영화관 화면은 쓸모를 다하지 못한다. 휴대폰의 세로 화면 비율로 찍힌 풍경만 재생되기 때문이다. 교도관들로부터 휴대폰을 들키지 않고 영상을 찍기 위한 최선이었을 것이다.
시종일관 좁은 화면 탓에 관객은 수감자들의 답답한 시야를 간접경험 할 수 있다. 교도소에서 아기를 낳았지만 곧 밖으로 내보내야 할 수감자들, 아니면 교도소 바깥에 아이를 둔 채 출소일까지 버텨야 하는 그들의 지난한 기다림이 암담하다.
다만 그들이 왜 수감되었는지 이유는 밝히지 않으므로 언급된 형기(가령 10년)만으로 죄의 경중을 짐작할 뿐이었다. 그렇기에 온전히 수감자들에게 이입하지는 않고 그 상황을 지켜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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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께리다스>(2023) 스틸컷
‘한국단편경쟁’은 각 20분 내외의 4-5개의 단편 묶음 상영이 특징이다. 이처럼 여러 영화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단연 영화제의 매력이라 꼽을 수 있다.
중학생의 어리숙한 화해와 성장을 다룬 <너에게 닿기를>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 사별한 이후 기이한 욕망이 발현되는 호러 애니메이션 <곰팡이>가 인상적이었다. 영화제 측에서 '영화와 창작을 둘러싼 근본적인 의제를 설정하고 나름의 답변을 마련하고자 하는 영화에 주목했다'라고 밝힌 대로 등장인물을 매개로 영화에 내포한 문제의식을 고민하고, 나름대로 결말 혹은 해결책을 추측하기도 하면서 흥미롭게 관람을 마쳤다.
이번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한국단편경쟁 부문 경쟁작으로 선정된 작품은 1332편 중 단 25편뿐이다. 2000년에 부분 경쟁을 도입한 비경쟁 영화제로 출범한 이후 올해 역대 최다 단편작들이 출품되었다. 정부의 예산 축소, 감지하기 어려운 영화의 흥행 여부에도 불구하고 창작자들은 늘 그렇듯이 영화를 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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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닿기를>(2024) 스틸컷
우리는 늘 선을 넘지Beyond the Frame
전주국제영화제의 슬로건인 ‘우리는 늘 선(Frame)을 넘지’에서 시사하듯 전주시는 제작 지원 범위를 제작 단계는 물론 후반 완성과 배급 단계까지 영화 제작 전 과정으로 확대하고 체계적인 지원 사업을 16회째 이어오고 있다.
영화제가 내세운 목적으로는 ‘전 세계 대안•독립영화의 중심 영화제, 독립영화 비즈니스 모델 구축 및 재정 자립 기반 확대, 지역 영상문화 저변 확대 및 산업 육성’이 그것이다.
지난해 영화제는 협찬금과 티켓 및 기념품 판매 수익 증가로 어느 정도의 재정 자립도 증대를 이뤄냈지만 행사 규모 축소를 고민해야 했다. 하지만 전주시가 별도 추진하고 있던 관광사업 등과 연계하여 축제의 외형을 유지하는 수준 이상으로 영화제를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고 밝혔다.
전문가 의견에 따르면 외지인을 전주로 유인하기 위해서는 제작비와 행정 여건 등이 충분히 지원되어야 한다고 전한다. 전주의 자생 콘텐츠나 상품화할 아이템 개발을 위한 예산 지원이 높아진다면, 보다 많은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렇게 영화제를 이루는 각 분야의 사람들의 노력으로 인해, 올해 영화제 좌석 수는 지난해보다 5000석이 증가해 지난 9일 기준 총 6만 6800여명의 관객이 극장을 방문했다.
![[크기변환]관객과의대화.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405/20240516175321_hvefihyz.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