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좋은 만남에는 일상의 절망을 이겨내는 힘이 있다 – 이주연 에디터

글 입력 2024.05.17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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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만남에는 일상의 절망을 이겨내는 힘이 있다


 

우리를 일으키는 것은 아주 작은 순간일지도 모른다. 거래처 외국인이 건넨 Hamsa amida,Pia(감사합니다)라는 서툰 외국어 한마디([Essay] 타인의 언어), 언니가 맡기고 간 강아지와의 짧은 동거([Essay] 열흘간의 동거), 답답한 마음에 훌쩍 떠난 계획없는 여행([Essay] 아침을 보러 갔다), 시금치를 데치고 버섯을 볶아 밥을 해먹는 어느 저녁([Essay] 시금치를 데치고 버섯을 볶고)같은 것들이 우리의 일상을 지탱해준다. 유일한 문제는 그것을 발견하고, 기록하고,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말해줄 수 있는지의 여부일 뿐이다.


이주연 에디터는 일상 속 순간들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는다. 바쁜 직장생활의 한 가운데에서도, 막막한 겨울같던 취업준비를 하는 동안에도, 정돈된 언어로 자신의 일상을 기록하고 그 중 가장 좋은 것을 피워낸다. 행여 챙기지 못하고 지나쳐온 것들은 다시 돌아가 보살피고 기어코 피워내곤 한다. 그녀 자신의 표현을 빌리자면 "매화는 놓쳤지만 라일락은 놓치지 않는 성정으로" 사시사철 피워내는 삶에 대한 애정이 있다.


그녀를 인터뷰한다는, 혹은 만나보기로 했다는 소식을 친구에게 전했다. 왜 그 사람인지 물었다. 오래 고민했다. 모호하다. 나는 왜 당신이 만나고 싶었던 걸까. 나랑 닮아서? 예감에 불과한 추측이지만 글에는 사람이 자신의 최선을 기어코 꿰어내는 필연적인 필사의 몸무림이 녹아들기 마련이니까, 일상을 이겨내는 일련의 과정들에서 나는 묘한 동질감을 느꼈는지도 모른다.


삶이 무의미의 지옥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의미없이 바위를 무한히 굴려올리는 시지프스가 되어버린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일상 속에서 느끼는 답답함과 모호함과 무의미로 느껴지는 어느 반복에서 당신은 답을 가지고 있을까. 취업도 연애도 스스로를 챙기는 삶도, 나보다 한 발 앞서있는 듯한 당신의 일상이 무언가를 말해줄 수 있을까. 그러니까, 당신은 미래에서 온 미리보는 답안지 같은 거라고 막연하고 무책임한 기대를 나는 당신에게 품어버린 것은 아니었을까?


그런데 사실 답 같은 건 없을 것이다. 있다한들 이렇게 쉽게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이라면 그건 이미 답으로써 기능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물고기를 육지에 꺼내놓고 보여주러 다니는 것처럼, 새로 산 끝장나게 비싼 그래픽카드를 그냥 들고다니면서 보여주는 것처럼 말이다. 물고기는 물에서나 숨 쉴 수 있고, 좋은 그래픽 카드는 그것이 구현해주는 고품질의 모니터에서나 그 좋음을 확인할 수 있다.

 

결국 우리는 찾았든, 찾아가는 중이든 그저 삶으로써 보여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니 그냥 함께 살아가는 수밖에. 안녕하세요? 어색한 인사를 건네고, 잘 지내셨어요? 안부를 건네고, 또 보자는 다짐에 말이 아니라 결국 함께하는 시간으로 대답하면서 또 글을 써내려가겠지. 시간이 허락한다면 시원하고 맛 좋은 커피 한 잔에 기운을 내고, 달콤한 디저트 한 입으로 입가에 미소를 띄우고, 불어오는 바람에 산책하며 찌뿌둥함을 날리고, 분위기 좋은 가게에서 맥주 한 잔 마시며 열대야처럼 지속되는 잔잔한 지루함을 날려버릴수도 있을 것이다.


좋은 만남에는 일상의 절망을 이겨내는 힘이 있다.

 

 

한 번 오시면 마족 흡족.jpeg

 


 

이주연 에디터를 만나다



1.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제가 생각해봤는데 딱히 할 말이 없어요. 다른 분들 인터뷰 보니까 한 줄로 잘 정리하시더라고요. 저는 그냥 ‘잘 살아보려는 사람’으로 해주세요.



2. 요즘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일은 뭔가요?


아무래도 회사에요.


회사를 제외하면요?


둘의 비중이 반반인 것 같아요. 집에서 책을 읽거나, 술 마셔요.



3. 최근에 가장 많이, 혹은 자주 돈을 쓰는 곳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딱 세 가지에요. 밥, 술, 책.


예전에는 그냥 배만 채우면 그만이었거든요? 먹는데 재미를 못 느끼는 편이었어요. 친구들은 맛집 찾아다니고 웨이팅하고 그러는데, 저는 굳이 귀찮게? 이런 느낌이고, 돈도 없었거든요. 취준생이었으니까.


취업하고 나서 맛있는거 가끔씩 먹는게 꽤 괜찮다고 생각을 했고. 친구들이 사주던거 갚으려고 맛있는데 데려가고, 가족들이랑도 안 가본 곳에 가보고 안 먹은 음식 먹고 이런식으로 하다 보니까 그쪽으로 지출이 자연스레 늘었다. 이런거죠. 취업을 하고나니 여유가 좀 생겨서 그전에 먹어보거나 사주지 못했던 것들을 이제야 경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취업하고 은혜갚기 하는 중이시네요.


네. 약간 까치에요.(웃음)


술은 소주를 주로 마셔요. 주량은 한 병 정도인데, 한 병에 5-6천원씩 하기도 하고, 요즘 물가가 높으니까 은근 많이 나가더라고요. 술값이 너무 비싸요.


책은 집 주변에 알라딘이 있어가지고, 심심해서 갔다가 막 다섯권씩 들고 나오고 그래요. 토스에서 이번달 가장 큰 소비내역 이런거 들어가보면 식당이랑 술집이랑 책 이런거밖에 없어요.


저도 실물책의 물성을 좋아하기는 하는데, 사다보면 너무 많이 쌓이잖아요. 그거 어떻게 해요?


그래서 책장을 큰걸 샀어요. 그냥 교보문고 매대마냥 쌓아놓기도 하는데, 맘에 들어서 사면 결국 읽긴 읽더라고요. 종이책 쌓아놓는걸 좋아하기도 하지만 전자책을 안 좋아해요. 손맛이 없는 느낌. 그리고 전자책에는 읽고싶어도 찾을 수 없는 책들도 있어서 좀 아쉬워요.


한 달에 몇 권 정도 읽으세요?


많이는 안 읽어요. 세어보니 올해는 아직 16권정도 되는 것 같아요. 보통 한 달에 2~3권 정도? 작년에는 더 못 읽었는데 그래도 올해는 책을 많이 읽으려 노력하고 있어요.

 

 

담배피면 멍텅구리.jpeg

 

 

4. 일상에서 가장 신경쓰는 지점이 있나요? 징크스라든지, 습관이라든지 그런것도 좋아요.


징크스라는 이야기가 나와서 그런데, 행운색! 사주에 나오는 오늘의 행운색 이런거 많이 봐요. 헬로우봇, 점신 이런 어플에서 해주거든요. 거의 종교처럼 맹신하는 거에요.


혹시 오늘도?


네 맞아요. 검은색(웃음)


근데 왜 행운색을 좋아하게 됐어요?


아침부터 행운지수 안 좋은걸 발견하면 기분이 너무 안 좋잖아요. 숫자까지 보는 건 너무 신경 쓰이더라고요. 대신에 행운의 색 정도는 맞춰서 입었는데 좋으면 좋고, 일진이 안 좋다 싶으면 ‘아이고 맞춰 입어도 이 정도인데 안 맞춰 입었으면 큰일 났겠다’ 생각하고 넘겨요.


그래도 지금은 조금 편한 시기라서 재미있게 활용하지만, 진짜 간절한 때에는 아예 안 보기도 했었어요. 신경 쓰이니까.


질문지 보고 생각한 건 “배려없는 사람으로 보이지 않기” 였어요. 쟤 왜 저래? 이런 느낌 안 들게 하는 게 목표인데 매번 어려운 것 같더라고요.



5. 글은 어쩌다 쓰게 되셨나요?


20대 초반에 다운되어있고 우울할 때 실상 ‘배설’ 같은 느낌으로 썼어요. 온점도 안 찍히는 미완된 형태의 문장들을 막 싸지르고 보면 해소되는 느낌이 있더라고요. 그런 식으로 막 쓰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 더 정리된 글을 써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된 것 같아요.


계기가 있을까요? 길고 정리된 글로 넘어오게 된 순간이나 아트인사이트라는 플랫폼에 쓰기로 결심한 순간 같은 거요.


두 번이 있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아무렇게나 끄적이던 글을 인스타 부계정에 올리고 말았었는데, 그런 걸 보고 다른 동기나 친구들이 너 계속 써라 라고 이야기해줬었어요. 그런 말들이 되게 응원되잖아요. 계속 써도 볼지 안 볼지는 모르지만(웃음) 어 재미가 있어? 그러면 계속 써보자는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댓글중에 “주연아 너 계속 써라. 평생 읽어주마-”했던 댓글이 잊혀지지 않아요. 쓰는 것도 재밌는데 읽는 사람도 재밌게 느낀다면 시간을 더 써봐도 괜찮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초반에는 딱히 내 이야기를 쓰지는 않았고 짧게 픽션도 끄적이고 일기같은 걸 쓰다가 어느 순간 길게 제대로 내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다보니 피드백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글쓰기 모임들을 시작하게 됐거든요. 그래도 그게 어느정도 한계가 있잖아요. 그러던 와중에 아트인사이트에서 활동하는 친한 언니가 알려줘서 플랫폼을 얻게 되니까, 이제는 제대로 열심히 써야겠다고 생각하고 나름 노력하고 있는 중이에요. 한동안은 짧은 단편의 형태로만 썼었거든요. 에세이를 쓰는 건 지금이 처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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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연 에디터 글, 당도 최고)

 

 

 

일상을 견디기



1. 글에서 전혜린 작가님의 문장을 인용해주신 적이 있어요. ("예전에는 완벽한 순간을 여러 번 맛보았다. 그 순간 때문에 우리가 긴 생을 견딜 수 있는 그런 순간들을") 오래 추억하고 기억하고 떠올리는 순간들이 있을까요? 있다면 그 단상을 나눠주세요.


생각해봤거든요? 근데 묘사하고 표현할만한 단상이라기보다는 기억에 남는 찰나 있잖아요. 그냥 떠오르는 찰나의 순간들이 전부인 것 같고, 사실 그리워하고 생각하는건 아주 많아요. 공통점은 주로 여름밤이었다. 여름이었다 이런거. 서울에서 밤새 발 가는 대로 걷던 날이라든지.


해방촌이었나 이태원쪽에서 친구 생일파티를 한 적이 있어요. 서울에서 달동네 야경 이런걸 처음 봤었는데, 별거 아닌데 처음이라 신기하고 재밌었고 그 순간의 분위기가 맘에 들었어요. 그런식으로 기억에 남는게 대부분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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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나만 발견할 수 있는 일상의 순간, 나만 감각하는 순간이나 감정이 있나요?


모든 일이 당연한 게 하나도 없고 지속되는 건 하나도 없는데 다른 사람들은 너무 당연하게 여기고, 아쉬운걸 모르는 것 같다고 생각해요. 저는 순간순간 사진을 많이 찍는 편이거든요. 뭐 밤에 예쁘면 달이나 꽃 사진 찍는 사람은 많겠지만, 저는 매일 같은 하늘, 같은 나무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근데 사람들은 어제 찍은 그걸 왜 또 찍냐고 생각할 수도 있는거고.


모든게 다 일회적인데, 저는 매번 다 너무 아쉽거든요. 매번 만나던 애들과 술자리를 가더라도, 이 술집에서 이 이야기를 하는 건 오늘 뿐일텐데, 이게 되게 재밌고 좋은거 아닌가. 근데 누가 보기에는 쟤네 또 자기들끼리 술 먹는다. 이렇게 생각할테니까.


제가 일회적인 것들에 과민하게 반응하는 부분들이 있다고 생각해요. 지나다가도 꽃이 아스팔트 사이에 쏙 피어있거나 그런게 있거든요. 열심히 피었을거 아니에요. 그런 순간 순간 하나하나가 되게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생각해보면 그렇게 열심히 핀 꼿을 발견한 것도 처음이고, 사실 다시 볼 일도 거의 없을테고(자주 가는 곳에서 발견한 게 아니라면), 그래서 정말 소중해요.


이런 짧은 찰나의 단상이나 인상들이 많은 편이에요. 그런 것들의 집합으로 살아갑니다!

 

 

길가에 민들레.jpeg

 

 

3. 스스로를 달래거나 챙기기 위해서 하는 행위가 있나요?


 최근에는 요리가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아요. 퇴근하고 집 가면 힘없고 체력이 없는데 뭘 해먹는다는 게 너무 피곤하게 느껴졌었어요. 그런데 최근에 이사도 오고 저녁시간이 길어지니까 체력도 남고, 여력이 있으니까 그걸로 뭐라도 나를 좀 더 잘 챙겨보자 하는 마음에 샐러드라도 만들어서 챙겨먹으려 하는 편이에요. 그 외에는 그냥 읽고 뛰고 똑같은 것 같아요.



4. 아무리 힘들어도 포기 못 하는 한 가지가 있다면?


이것도 진짜 고민해봤는데, 읽는 거. 오히려 쓰지는 못해도 읽는 건 해야하지 않을까.


어떤 걸 읽는걸 좋아해요?


아우 어려워. 굳이굳이 소설과 에세이 중에 고르라고 한다면 소설. 시보다는 산문을 더 좋아해요. 시는 가끔씩 안 맞는거 읽으면 어 뭐지? 어렵다 이런 느낌이 들 때가 많아요. 그것보다는, 내가 선호하는 건 소설의 매력이 더 좋다. 시를 싫어하는 건 아니에요.


소설의 매력 하나만 이야기해주신다면?


사람 인생 다 똑같구나 싶지 않아요? 어느 작가 소설을 읽든간에 공감 가는 문장 하나씩은 있잖아요. 상황도 있고. 그런거 보다보면 다 똑같구나 그런 느낌이 들어서 재밌어요. 에세이는 화자가 쓰는 사람인게 명확한데 소설은 사실 인물 뒤에 숨어서 작가가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많으니까 그런 것도 재밌는 것 같고, 그런 요소에 있어서 더 재미있다고 느껴요.


그 말 아세요? 관음증 아니면 노출증 있다고.


(웃음) 주연님은 둘 중 어디에 가까워요?


관음이요.(웃음) 그런게 재밌는 것 같아요. 엿보는거.

 

 

길가에 풀꽃.jpeg

 

 

5. 스스로가 너무 사랑스러워 보일때, 미워보일 때 한가지씩 이야기해주세요.


스스로를 잘 챙긴다고 느낄 때나 무언가를 해냈을 때 기특함을 느껴요. 음 아무래도 취업한거? 너무 현실적이긴 한데.


안 돼 안 돼. 너무 옛날거잖아요(웃음). 최근 일로 골라주세요.


무언가 해낸다고 느낄 때 좋긴한데, 음 그것보다는 그냥 밥 잘 먹었을 때. 최근에 샐러드를 많이 챙겨먹는데 드레싱 만드는 게 되게 들어가는 거 많고 어렵거든요. 근데 처음 만들었는데 너무 맛잇는 거에요. 어라 나도 하려면 할 수 있네? 잘 먹고 설거지까지 끝내니까 나 되게 잘 챙기고 있네. 괜히 시간 안 날리는 느낌도 있고, 가득 찬 저녁을 보내는 느낌.


미워보일 때는 어떤게 있어요?


말 이쁘게 못할 때? 엄마아빠한테 살갑게 못 굴어요. 생각보다 엄마아빠한테는 다정하지 못한 것 같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고집부릴 때. 스스로도 고집인걸 알면서도 그럴 때가 있어요. 나중에 후회하는거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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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사랑스러워보이는 글, 미워보이는 글 한 편씩 골라주세요.


이게 연결이 되더라고요. 사랑스러운 글은 ‘[Opinion] 함부로 사는 삶’ 되게 힘들 때 쓰기도 했고, 이렇게 솔직하게 써보려고 애쓴 게 처음인 것 같아요. 내 이야기를 정리해서 쓰는게 아트인사이트가 처음이라고 했잖아요. 두루뭉술하고 명확하지 않게 쓰는 게 태반이었는데 이것만큼은 솔직하게 쓴 것 같아요. 스스로 많이 노력한 글이기도 하고 그 시기를 어떻게든 이렇게 쓰고 울고 하면서 버텼으니까 제일 러블리하다고 느껴요.


미운 글은 뭐가 있을까요?


빵집에 대해서 쓴 글이 있어요. 그게 여기에 올리려고 쓴 글이 아니라 마감 못 지켜서 그냥 예전에 쓴거 그냥 올린거거든요? 그러고 되게 후회했어요. ‘이것도 노력 안 하네. 글러먹었다.’ 이러면서 스스로 자책했어요. 문장력이나 이런건 떠나서 이걸 썼을때의 나의 마인드가 너무 별로에요.


전자는 그 마인드가 마음에 들었고 후자는 별로다. 앞에는 노력했고 뒤에는 안 한 거잖아요. 그게 싫더라고요.



7. 우리는 글에서 어디까지 솔직해져도 되는 걸까요?


저는 이거 모르겠어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너무 솔직해서 밑바닥까지 들어내는게 별로이긴 해요. 소설을 좋아하는 것도 아까 우리 대화나눈 것처럼 솔직하되 노골적이지 않게 쓰는 장르라서 그런 것 같아요.

 


8. 에디터님에게 글쓰기는 어떤 의미에요?


스스로 달래거나 챙기기 위해서 하는 행위. 요리도 맞긴한데 사실은 쓰는게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글쓰기는 지극히도 나만을 위한 무언가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답변 준비하면서 ‘기록’과 ‘해소’라는 키워드를 썼어요.


‘기록’은 나중에 돌아보면 재밌을 아카이브를 만드는, 일기쓰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라 그렇고. 내 이야기를 쓰다보면 조금 속시원해지는 건 있더라고요. ‘함부로 쓰는 삶’이나 ‘[Essay]나도 너무 큰큰해’ 이런 글들. 그 당시에 되게 우울했거든요? 쓰고나면 그나마 홀가분해지는 기분이 들었던 것 같아요.



9. 글 쓸 때의 나와 말 할때의 나, 둘 중에 뭐가 나의 본모습에 가깝다고 생각하세요?


이것도 어려웠어요. 그런데 둘 다 나 아닐까. 둘 중 하나가 내 본모습이랑 멀고 이렇다기보다는 둘 다 나같다고 생각해요.


그럼 질문을 조금 바꿔서, 글이 편하세요 말이 편하세요?


글이 더 편해요. 텍스트. 말로하는 건 좀 불편한데, 단톡이나 글로 얼굴 안 보고 떠드는 건 더 잘하는 것 같아요. 말하는게 특히 부담될 때가 있더라고요. 특히 회사 다니기 시작하면서.


최근에 읽은 시집에서 작가가 시적 자아에 대해서 이야기했거든요? 지금 내가 행복해도 시적 자아는 행복을 온전히 즐기지는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 글들이 나온다 이런 이야기였는데, 저도 그런거 아닐까 생각해봤습니다.



10. 좋아하는 동네나 언제든 피신할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이 있으세요?


굳이 고르자면 제가 태어나고 자란 제주도이긴한데, 피신이라고 한다면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이어야 할 것 같아요. 예를 들어 그냥 떠나기. 지금 제가 갑자기 평창에 가도 아무도 모를거잖아요. 그런게 그냥 되게 편하다고 생각해요. 다녀와서 나만 기억하고 그런거. 어디든 모르는 공간에 잠깐 다녀오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물리적인 걸 제외한다면 그냥 좋아하는 노래 들으면서 뒹굴거리는거 좋아해요.

 

 

한가운데 비둘기.jpeg

 

 


일상을 함께하기



1. 좋은 연애는 어떤 연애라고 생각하세요?


같은 방향 보고 달릴 수 있는 것. 서로 마주보는거 말고.


마주보는 연애와 같은 방향을 보는 연애는 어떻게 달라요? 서로한테만 모두 몰두하는 관계?


마주본다고 하면 그것도 있고, 서로가 경험할 수 있는 세계가 아주 좁은 형태로 축소되고 제한되는 느낌이에요. 그런 건 오래가지 못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편이에요. 롱런할 수 있는 건 같은 방향 보면서 같이 이것저것 겪으면서 해나가는게 가장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해왔던 것 같아요.



2. 지나간 연애와 진행중인 연애가 바꿔놓은 나의 모습이 있을까요?


이것도 너무 어려워요. 성격적인 부분에 영향을 미쳤을 텐데, 하나하나 설명하기에는 힘드네요.



3. 다정한 사람이 되고싶고, 내일은 꼭 웃을 줄 아는 사람이 되고싶다는 그런 동기는 어디에서 나오나요?


그런 사람이 보기 좋지 않아요? 뭐든 웃고 넘길 줄 아는거? 화나 짜증이 많아봤자 갈수록 세상에 대한 분노만 늘고, 되게 별로가 되는 것 같아서. 그 짤 좋아해요. 황정민이었나? 영화 관련 인터뷰 자리에서 진행하시는 분이 물어봐요. 이런 별로인 사람들한테 어떤 말을 해주고싶냐고 하니까. ‘평생 그냥 그렇게 사세요. 그렇게 살다가 뒤지시니까.’ 그런 모습이 인상깊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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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되게 사는 사람 보면 안 좋게 생각할 수 있는데, 그 사람은 그냥 그런 좁은 세계에 갇혀 살다가 가는 거잖아요. 나 좋은거 좋게 보고 넘기면 그게 나한테도 이득 아닌가. 그래서 해학적으로 승화시키든 뭐든 그냥 웃으면서 보내는 거, 웃을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거에 대해서 욕심이 있다. 그런 생각이에요.


좋은 건 좋은대로, 낙관적이고 긍정적이게 살 줄 아는 마음을 가지고 싶어요. 굳이 부정적인 감정 담아두며 미간 찌푸릴 필요는 없으니까!

 

 

4. 어떤 여행을 좋아하세요?


혼자서는 잘 안다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여행기 보면 짝궁이야기 위주에요. 자유여행. 즉흥여행 좋아해요.


이번에 그런걸 했어요. 저번주에 출근을 했는데 오후에 출장이 잡힌 거에요. 평택에 다녀왔었는데, 출장 때문에 내려가있는 상황이잖아요. 그래서 짝궁이 버스타고 그쪽으로 내려와서 가까운데 아무데나 같이 가기. 결국 표도 없고 버스도 없고 그래서 천안가서 병천순대 먹고 끝났는데 그런거 좋아해요. 즉흥적인거. 계획하면 계획한대로 안 되면 짜증나고 이러는 것 같아서. 그냥 융통성있게 다니는거요.



5. 최근에 가장 자주 생각하는 질문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음, 어떤 글을 쓰고싶은 걸까?


어떤 글 쓰고싶으세요?


아직도 생각하고 있어요.


써온 글 중에 쓰고싶은 글이랑 가장 가깝다고 느꼈던 글이 있어요?


쓰고싶은 글이 뭔지 모르겠어서, 글쎄요. 근데 현실이랑 동떨어진 이야기는 흥미가 없는 것 같아요. 읽는 것도 쓰는것도. 그래서 서사를 읽어도 단편집 같은거 좋아해요. 짧더라도 그런게 보통 그냥 일상에서 일어나는 무언가를 순간순간 써내는거잖아요. 보통 삶에서 발생하는 사건의 토막들을 보여주다보니 현실과 분리되지 않은 이야기들이니까요.


그런걸 유독 좋아하는 이유가 내가 쓰고싶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해봤어요. 아직은 여기까지에요. 계속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도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만은 확실해요.



6. 한때 나에게 중요한 주제였으나, 이제는 지나왔다고 느끼는 문장이나 단어가 있을까요?


저는 사실 쓸데없는 걱정을 담아두는 편이라 잘 못 지나와요. 품고가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는데, 그나마 시간이나 단계적인 개념으로 지나온 건 졸업이나 취업이 있는 것 같아요. 그 당시에는 그게 너무 크고 울고싶고 그랬었거든요. 그나마 그런 단어를 고를수는 있을 것 같은데, 내가 취업하고 직장하나 얻으려고 사는건 아니니까. ‘나 이제 이건 지났어’라고 말할 수 있는 건 잘 모르겠어요. 흐르는대로 앞으로 가고있기 때문에.


음, 그런데 지나왔다는 모르겠지만 흘린건 있는 것 같아요. 흩날리고 챙기지 못한 것 있는 것 같아요. 잘 주우면서 앞으로 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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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어떤 사람이 되고싶으세요?


괜찮은 사람? 괜찮은 사람이 ‘남이 보기에 괜찮아’ 이런 거라든지, 어느정도 남의 시선을 생각하면서 이차적인 사람으로 보이고싶은 건 아니고 나는 나대로 행복한데, 그게 또 다른 사람눈에 잘 보여졌으면 좋겠다는 그런 의식적인 생각이 있달까요. 재밌게 사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롤모델을 고르라면 ‘이슬아’ 같은 사람을 고를 것 같아요.



진짜 괜찮다고 느꼈던 사람 있어요? 어떤 사람이었어요?


네. 진짜 괜찮던데? 그 분도 글 쓰는 분이셨는데, 되게 사람 편하게 해주는 사람이었어요. 제가 좀 힘들 때 알게 된 사람이긴 한데, 무작정 옆에서 의지하고 지탱해주는데에 그치는 게 아니라 뭐든 다 적당했어요. 위로를 해줘도 적당했고, 재밌게 떠드는 것도 적당했고, 그 사람이 과한거라고는 문장력이 뛰어나다는 거 정도? 요즘은 글을 안 쓴다고 해서 아쉽긴 한데, 불편한 거 없이 뭔가를 해주는 사람이었어요.


남이 불편하지 않다는 건 본인이 그만큼 예민하고 섬세한 사람이라는 뜻이니까요. 그럼에도 본인이 감내하면서 남을 위해주는 건 또 아니라서 적당하다고 느껴졌던 사람이 있습니다.



8. 꿈꾸는 세상의 모습이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서로가 서로에게 무례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이걸 조금 더 깊이 생각해봣는데 다들 좀 공감을 했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인터넷에 쇼츠나 릴스 많잖아요. 짧게 그냥 차 사고나는거 보여주고 누가 잘못했다 이런식으로 판단부터 하려고하고 너무 남 일처럼 이야기하는 거에요. 남일은 맞는데, 그 댓글 단 사람들이 도로위에 올라가면 그런 사고 안 날거라고 보장 못 하잖아요. 세상은 그냥 다 운이고 확률의 문제라고 생각하거든요. 그걸 모르고 사람들은 나에게 일어나지 않은 일이면 공감 못하고 비하부터 하는 경향이 있어보여요.


예를 들어 어느 동네에서 시위가 있으면 저 사람들이 왜 저 말을 하는지 신경쓰기보다는, 나의 불편에 의거해서 먼저 까고보는, 그런 모습. 어쨌든 남일이라고 생각하는 그런게 좀 없었으면 좋겠어요. 서로에게 무례하지 않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저도 엄청 잘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공감능력이 다들 좀 높아졌으면 좋겠다고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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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과 삶을 통해 전하고싶은 단 하나의 진심이 있다면?


인생 즐겁다. 재밌지 않아요? 물론 만사가 다 즐거운 건 아니고, 취업이든 졸업이든 너무나도 끔찍한 시기가 있긴 있었지만은, 저도 나름대로 무언가를 해내고 있는 거잖아요. 하나씩 하나씩 관심있고 하고싶은 건 해내고 있고,  당시에 힘들어도 어쨌건 하다보면 다 되는 것 같고. 지금 당장 너무 힘들다고 해서 인생 왜 살아 이런 생각이 든 적은 단 한 번도 없거든요? 힘들어서 그런 생각은 안 해본 것 같고. 지금 인생 힘들지만 어떻게든 되겠지 하면서 사니까 그 사이사이에 재밌는 것도 많았어요. 결국에 ‘사는거 재밌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그런데 인생이 항상 재밌진 않잖아요. 그런 순간에도 인생이 재밌다고 믿을 수 있는 건 뭐 때문일까요?


지금 당장 막막해도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한 것 같아요. 하다보면 되겠지 하는 생각. 제가 춤을 춘 것도 댄서가 되겠다는 마음은 아니고 취미였지만, 취미라고 하기에는 열심히 했다고 생각하거든요? 졸업하고 취업할때는 이거말고 더 쓸모있는걸 할걸 그랬나 생각할수도 있는데 당시에는 그게 나의 최선이었던 거고. 이것도 나중에 써먹을 곳이 있겠지 하고 버텼던 것 같아요. 힘들 땐 굳이 생각 안 하는게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복잡하게 생각해봤자 도움되는지 모르겠어요.


그게 지금만 생각하고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수도 있다고 생각을 했거든요? 그래서 한 때는 그냥 답이 없다고 말하면서도 나는 나름대로 열심히 살자. 그런 다짐을 했던 것 같아요. 우리가 말은 그렇게 해도 결국 자기 삶은 치열하게 살 테니까요.



10.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말 부탁드립니다!


누군가 내 글을 읽고 있는거라고 실감 못 했었는데, 그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던 것 같아요. 일상과 글과 내가 사는 삶에 대한 생각을 해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읽어주시는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커요.


제가 감각하는 세계가 글에 잘 들어나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에게 가서 닿았으면 좋겠는데 아직 그게 잘 안 되는 것 같기는 해요. 결국엔 사는거 참 재밌고 즐겁다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열심히 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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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연남동 2층의 카페에서 만났다. 첫 만남의 경계과 긴장된 분위기와는 달리, 오늘의 행운색-검은색 옷을 입은 그녀는 조금씩 개구쟁이같은 모습으로 변해갔다. 천방지축의 매력을 가진 그녀가 감각하는 세계는 다름아닌 ‘재밌는 곳’.


일상의 고민과 무례한 세상과 치열한 시기를 지나 결국 도착하는 곳이 다름아닌 세상이 재밌고 즐겁다는 인식이다. 그녀의 글을 읽어봤다면 동의하겠지만, 그녀 역시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마음으로 낙천과 긍정을 피워내는 것은 아니다. 유한한 순간들을 충실히 감각하고 느끼고, 스스로를 챙겨가면서 좋은 것들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하는 삶. 그 와중에 건네는 재밌다는 말이 꽤 위로처럼 들린다.

 

어떤 말들은 결국에 자신의 삶으로 설득할 수밖에 없다고 느껴진다. 그러니 그녀가 계속해서 재밌는 삶을 살아주길, 종종 연락하면서 즐거운 일들을 주변에서 같이 만들어주길, 그리고 무엇보다 글쓰기를 멈추지 않길. 기대섞인 바람을 건넨다.


만나서 반가웠다고, 덕분에 일상의 심각함과 무료함이 조금은 줄어들었다고, 인사를 건넨다. 글에서든 현실에서든 또 만나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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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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