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새로움 사이에도 정통은 존재할 수 있다 - 사천당가의 시비로 살아남기 [도서]

글 입력 2024.01.18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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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당가의 시비로 살아남기>는 무협 배경의 로맨스 판타지 작품이다. 평소 무협물을 즐겨보던 주인공은 자신이 무슨 소설 속에 들어왔는지 모르는 채로 사천당가의 시비로 빙의하게 된다. 하루하루 독을 피해 살아가다 자신에게 모든 독이 통하지 않는 만독불침의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태생 장로인 당중의 제자 제안에 마침내 자신이 <남궁천하>에 빙의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렇게 당중의 제자가 되어 출생의 비밀도 알게 되고, 소설의 주조연들과 마주치게도 된다. 과연 주인공인 소혜는 이 험난한 무림의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웹소설, 웹툰 시장이 발달하면서 장르 문학에 다양한 변화가 일어났다. 이러한 변화 중 하나로 판타지면 판타지, 로맨스면 로맨스였던 확고하게 구분되던 과거와 다르게 다양한 장르들이 섞이면서 로맨스 판타지, 무협 판타지 등 다양한 카테고리가 등장한 것을 꼽아볼 수 있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독자들은 다양한 배경의 색다른 소재로 만들어진 자신의 취향에 맞는 새로운 유형의 소설을 즐겨볼 수 있게 되었다. 매일 새로운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는 웹소설 시장에서 반복되는 지루함을 막을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물론, 장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여러 분야가 섞이다 보니 한 장르의 깊이는 그만큼 부족해질 수밖에 없어진다. 특히, 새로운 장르가 인기가 많아질수록 정통 장르는 그만큼 쉽게 등장하지 못한다. 또, 정통 장르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높은 이해도가 필요하므로 쉽게 도전하지 못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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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야기할 <사천당가의 시비로 살아남기>는 이러한 쉽지 않은 길임에도 불구하고 정통 무협물을 가미한 로맨스물로 많은 이들에게 칭찬을 받은 작품이다. 장르의 변화에 따라 ‘무협로맨스’라는 장르 또한 등장한 지 오래되었지만, 일반 무협물만큼 깊이 있는 작품을 찾기는 힘든 편이다. 물론, 메인이 ‘로맨스’가 되기에 일반 무협물 수준의 깊이가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가끔 최소한의 설정조차도 맞지 않은 작품이 종종 발견되어 안타까움을 느끼기도 했다.

 

 

 

‘협’의 매력


 

로맨스 장르에 ‘무협’이나 ‘판타지’가 결합한다면 이는 일종의 소재로써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사건이 로맨스를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와중 다른 요소가 작품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게 하느냐로 볼 수 있다. 만약, 작가가 주인공들 간의 사랑 이야기에 온전히 집중하고 싶다면 결합한 장르는 배경적 요소로만 활용될 수 있고, 주인공의 성장이나 또 다른 장르의 고유한 성격에 집중하고 싶다면 그만큼 로맨스의 비율을 줄일 수 있다.

 

<사천당가의 시비로 살아남기>의 경우 후자로 볼 수 있다. 아직 작품이 완결되지 않은 만큼 뒤로 갈수록 변할 수 있지만, 현재 연재된 화를 기준으로 삼는다면 ‘주인공의 성장’에 집중되어 볼 수 있다. 앞서, 이 작품이 정통 무협물로 많은 이들에게 칭찬을 받은 작품이라고 했는데, ‘무협’을 소재로 작품을 쓰기 쉽지 않기에 정말 대단한 작품으로 볼 수 있다.

 

‘무협’은 독자적인 성격이 꽤 강한 장르라고 할 수 있다. 세계관 자체가 거대하지만 촘촘한 가상의 세계로 구성되어 있고, 그 시대만의 고유한 언어와 말투, 용어가 존재하기 때문에 자세한 조사를 하지 않고서는 창작하기가 쉽지 않다. 세계관에 존재하는 다양한 가문과 문파, 그에 따른 특색을 지켜야 하며, 우리가 흔하게 사용하는 ‘컵’, ‘테이블’과 같은 외국어를 사용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무협이라는 게 따로 고증된 자료가 있는 것이 아니라 과거 유명한 무협 작품이나 설정들을 참고해야 하는데, 이 작품은 이러한 설정들을 잘 지키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나, 이 작품은 무협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부분 중 하나인 ‘협’을 잘 그려내고 있다. ‘협’은 일종의 ‘의로움’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데, 하나의 통일된 ‘협’을 제시하지 않고 각각의 인물이 다르게 가지고 있는 ‘협’을 이야기하는 것을 흥미로운 부분으로 볼 수 있다. 사람마다 가치관과 신념이 다르기에 각자의 다른 ‘협’이 어떻게 충돌해가면서 사건을 만들어내는지 지켜보는 게 이 작품의 또 다른 매력이라 말할 수 있다.

 

‘협’은 의로움을 추구하기 때문에 이성적이지 못하기도 하며 자신이 손해 보기도 한다. 이러한 모습은 지켜보는 누군가에게는 답답하게 보일지도 몰라도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기에 일종의 낭만을 추구하는 행위라고도 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누구나 이러한 낭만을 꿈꾸기 때문에 주인공의 행보를 응원하게 되는 게 아닐까.

 

 

 

다른 매력의 가족


 

로맨스 장르에서 ‘가족’은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키워드 중 하나이다. 흔히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에 대한 소재를 많이 사용하는데, 특이하게도 이번 작품은 부모가 아닌 할아버지와 남매를 선택하여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사회에서 말하는 이상적인 가족의 틀을 벗어난 구성원을 택하고 있는 셈이다.

 

주인공인 소혜에게 어른으로서 가족으로서 첫 울타리를 제공해주는 할아버지인 당중은 사실 피는 이어져 있지만, 직계 친할아버지는 아니다. 그렇지만, 자신의 삶을 혼자서 책임져오던 소혜를 절대적으로 지켜주는 어찌 보면 부모로서의 보여줘 독자들에게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또 다른 가족으로 등장하는 연량 또한 그녀의 이복 오라버니로 등장하는데, 할아버지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무림에 내던져진 소혜를 지켜주고 가족을 책임질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보여주고 있다.

 

비록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가족 구성원을 선택하지 않았더라도 각자의 인물에게 확실한 역할을 부여해주었기에 이들의 관계에 안정감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이들이 서로를 위해 울고 웃는 모습을 보다 보면 가족의 형태라는 게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을 마음으로 느끼게 된다.

 

 

 

느린 템포의 성장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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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당가의 시비로 살아남기>는 자신이 가진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이야기 전개를 느리게 설정하였다. ‘무협’의 또 다른 매력으로 주인공이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를 이야기할 수 있다. 물론, 작품에 따라 주인공을 완성형으로 만들어 놓고 시작하는 때도 있지만, 이번 작품의 경우 주인공에게 재능 이외에 아무것도 주어지지 않은 채로 시작한다. 백지상태인 주인공 소혜가 할아버지인 당중을 만나 자신의 재능을 개화시키고 또 무림에 나가서 어떻게 성장해 나가는지 독자들은 지켜보게 된다.

 

소설에서 등장인물은 이야기의 줄거리만큼이나 중요한 부분이다. 인물을 어떻게 설정하냐에 따라 작품의 분위기가 상당히 바뀌기도 한다. 그렇기에 작가들은 캐릭터 설정에 상당히 공을 들이는데, 인물을 만들 때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요소는 ‘독자에게 사랑받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독자에게 귀여움을 받든, 응원을 받든, 원망을 받든, 감정을 받아낼 수 있어야 독자가 작품을 읽어나가는 원동력으로써 작용할 수 있게 된다.

 

그렇기에 작가는 일종의 ‘완벽하지 않은 캐릭터’를 창조시킨다. 캐릭터란 가상의 인물이라고 해도 작품 내에서는 살아있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평면적인 캐릭터보다 입체적인 캐릭터일수록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는데, 특히 어딘가 한가지씩 부족한 면을 가지고 있을수록 더욱 애정을 받을 수 있다. 정서적으로 결핍이 존재하든, 실력 측면에서 부족하든 완벽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이를 점차 극복하는 과정을 그려냄으로써 독자들을 주인공의 여정에 참여시키고 그들의 삶에 몰입하게 만드는 것이다. 인물들의 삶에 몰입할수록 그들의 감정에 공감하고 작품에 깊은 여운을 남길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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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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