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는 기록한다 고로 존재한다 [문화 전반]

기록 : 나를 이해하기 위한 숭고한 행위
글 입력 2024.01.10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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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나는 기록에 익숙하지 않았다. 무언가 기록하기 위해 책상에 앉고 팬을 잡을 때마다 작은 메모지는 광활한 태평양보다 넓게 느껴졌었다. 종이만을 뚫어지게 바라보면 머릿속까지 새하얗게 물들었다.


손으로 쓰는 것이 어색해서 그런가 싶어 핸드폰의 노트 애플리케이션을 열었지만 마찬가지였다. 엄지 2개만 움직이면 되지만 쉽사리 화면을 누를 수 없었다. 적었다 지웠다 적었다 지웠다. 몇 줄 남가지 못하고 어플을 닫았다.


왜 그때는 기록이 어려웠을까? 물론 기록이라는 단어가 주는 부담감도 있었지만 ‘왜 기록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기록해야 하는지’에 대해 명확한 인식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기록을 해야 하는 명확한 동기가 있으며 모든 것들이 기록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 따라서 틈날 때마다 기록을 한다.


이번 오피니언에서는 내가 왜 기록을 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기록하는지, 그리고 기록과 관련된 올해의 다짐 등 기록에 대한 예찬을 해보려고 한다.

 

 

 

내가 기록하는 이유


 

나는 왜 기록을 할까? 바로 나 자신을 알고 싶기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나는 나 자신을 알기 위해 열심히 애쓰며 다양한 방법들을 시도했다.


과거에는 경험만 많으면 자연스럽게 나를 알아갈 수 있다고 믿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나를 아는데 다양한 경험은 많은 도움을 주었지만 기록하지 않은 경험은 반쪽짜리인 것을 배웠다. 경험들에 대해 일부분이라도 기록하는 것이 나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을 획기적이게 단축시킬 수 있는 방법임을 굳게 믿고 있다.


내가 누구인지 너무나도 알고 싶기에 사소한 일상의 순간들, 영화나 전시를 보았을 때의 감정, 맛있는 음식을 먹었을 때의 행복감, 내가 멋있다고 생각하는 인물들에 대한 이유 등 다양한 주제와 키워드를 정해 꾸준히 기록을 하고 있다.


글자 이외에도 사진이나 영상을 활용하여 많은 기록을 하고 있다. 해외 아티스트의 내한 공연을 갔을 때는 적극적으로 영상을 찍고 전시를 보러 가면 사진을 활용한다. 퇴근길에 본 노을 진 하늘, 눈으로 뒤덮인 나무, 말들이 달려오는 듯한 매서운 겨울 파도 등 순간을 영원히 기록하고자 열심히 찍고 녹화한다. 이렇게 쌓인 수만 가지 글자, 이미지, 영상 등은 나를 이해하는데 굉장히 소중한 조각들이다.


한 사람의 인생은 콜라주 작품이다. 전혀 연관 없는 재료들이 모여 하나의 콜라주 작품이 되는 것처럼 지금까지 먹었던 음식, 들었던 노래, 보았던 영화, 여행 갔던 장소 등 무수히 많은 순간들이 차곡차곡 쌓이고 엮여 인생이라는 작품을 만들어 간다. 내가 콜라주 작품을 특히 좋아하는 이유이다. 마치 인생 같기 때문이다.


인생이 콜라주 작품이라면 이를 더욱 풍성하기 만들기 위해 재료들을 모아야 한다. 재료를 모으는 행위는 꾸준한 기록이다. 본격적으로 내가 어떤 방식으로 기록을 하는지, 그리고 좀 더 깊은 기록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휴튼 AI’라는 서비스도 소개하고자 한다.

 

 

 

블루투스 키보드 : 어디에서나 기록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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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가방 안에는 콤팩트한 블루투스 키보드가 들어있다. 이유는 단 하나, 다양한 장소에서 쏟아져 나온 생각들을 빠르게, 가볍게, 담백하게 기록하기 위함이다. 키보드의 전원을 켜고 핸드폰과 연결하면 자리가 허용되는 한에서 어디서든 기록할 수 있다. 친구와 카페에서 담소를 나누다 나온 인상 깊은 대화 주제나 이에 대한 답변들, 인상 깊은 대화를 나누는 모임에서는 회의록을 기록하는 간사의 역할을 자처한다.


요즘에는 노래를 들으며 침대에서 책을 읽다가 꽂히는 좋은 표현들이나 문장들을 바로바로 옮기고 떠오르는 생각들을 바로 이어나가는 게 소소한 취미이다. 역시 엄지손가락으로 누르는 것보다 키보드를 입력하는 것이 기록할 맛이 난다. 틈날 때마다 기록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기록이 습관화되었다.


블루투스 키보드는 영화나 전시를 본 다음 더욱 빛을 발한다. 따끈따끈한 리뷰를 쓰기 제격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판교 CGV에서 보는 것을 특히 좋아한다. 이유는 하나다. 판교에는 기네스 맥주 전문점이 있기 때문이다.


판교 CGV에서 영화를 보는 날이면 영화를 본 후 바로 단골 기네스 맥줏집으로 자리를 옮겨 리뷰를 쓴다. 달콤 쌉싸름한 기네스 생맥주를 한 모금 마신 후 본격적으로 영화를 통해 얻은 영감과 여운을 차근차근 곱씹으면서 기록을 하면 행복하다. 딱 2잔 정도 비우면 1시간이 흘러가있고 꽤 그럴듯한 리뷰 초안이 완성된다.


전시 또한 비슷하다. 전시를 보러 갈 때면 꼭 전시관 주변 카페를 우선적으로 찾아 놓는다. 전시가 끝난 뒤 바로 카페로 이동해 주로 아이스 카라멜 마키아또를 시키고 차분히 리뷰를 쓴다.


물론 정제된 글을 쓸 때는 노트북을 이용한다. 제한적인 핸드폰 화면의 크기로 인해 글에 디테일을 살리고 추후 검수하기에는 명확히 한계가 존재한다. 블루투스 키보드는 생각들을 거림 낌 없이 쏟아내거나 간단한 리뷰 작성의 용도로만 사용한다. 간단히 말해 기록의 싹이 탄생하기 위한 씨앗을 심는 역할이다.


지금까지는 글자를 통한 기록에 대해서만 서술하였다. 가장 정제되고 명확한 기록 방식이지만 가장 좋아하는 방식의 기록은 아니다. 특별한 순간을 색다르게 기록할 수 있는 매우 효율적이지도, 정제되지도, 명확하지도 않지만 애용하는 나만의 방식을 소개하고자 한다.

 

 

 

음악을 통한 특별한 기록, Mui Añejo


 

나만의 기록 방식은 음악을 통한 기록이다. 글자와 영상, 사진과 같은 시각적 요소의 기록과 다르게 음악을 통한 기록은 소중한 순간을 색다르게 기록하고 기억할 수 있다. 즉 일반적인 기록 방식에 음악까지 더해지면 입체적이게 순간을 기록할 수 있다.


음악을 통한 기록 방식의 대표적인 예시로 여행을 들 수 있다. 항상 여행을 갈 때면 최소 3개의 곡을 준비한다. 그리고 여행 기간 동안 틈날 때마다 3개의 곡을 반복해서 듣는다. 이렇게 하면 여행이 끝난 후에 해당 노래들을 들으면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여행에서 느꼈던 감정들과 여러 상황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노래들에 여행의 추억이 저장된 것이다. 여행의 순간들을 노래에 기록하듯이 다양한 노래들에 소중한 기억들이 저장되어 있다.


앞서 소개한 예시는 내가 의도해서 노래에 추억을 저장한 것이다. 당연히 의도하지 않았지만 어느새 특정 순간들의 기억이 저장된 노래들이 있다. 오히려 이런 노래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예를 들어 재수생활 때 들었던 노래들은 재수생활 때의 순간순간들이 떠오르게 한다. 최근 재수 생활 때의 노래를 들으며 재수학원 근처를 산책했는데 여전히 생생히 기억난다. 명확한 장면보다도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이 어렴풋이 살아난다. 매번 느끼지만 참으로 신기한 경험이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이렇게 기억들을 품고 있는 노래들을 집대성한 나만의 플레이리스트가 있다. 바로 Mui Añejo라는 제목의 플레이리스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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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i Añejo의 뜻은 멕시코어로 ‘매우 오래된’이다. ‘Mui’가 '매우'이고 ‘Añejo’가 '오래된'이라는 뜻이다. 사뭇 와닿지 않는 제목을 짓게 된 배경에는 테킬라가 있다. 일단 나는 테킬라를 매우 좋아한다. 그리고 테킬라에는 위스키처럼 숙성된 정도를 표현하기 위해 Añejo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여기서 영감을 얻어 ‘매우 오래된 다양한 기억들을 담은 노래’들이 모인 플레이리스트이기에 Mui Añejo를 제목으로 지었다. 테킬라에 대한 애정 또한 담았다.


기억 속 가장 오래된 노래부터 비교적 최근에 발매된 노래들 까지 약 470여 곡이 저장되어 있고 계속 늘어날 예정이다. 그렇다고 단순히 많이 들었던 노래들을 무조건적으로 저장하는 것이 아닌다. 그 노래를 들었을 때 특정 기억이 떠오르는지가 중요한 기준이다.


플레이리스트는 최대한 시간 순서로 나열했다. 군생활 때 들었던 노래들을 들으면 그때가 떠오르고 대학교 입학했을 때의 노래들을 들으면 새내기 때의 파릇한 청춘이 떠오른다. 만약 죽기 직전에 해당 플레이리스틀 처음부터 끝까지 듣게 된다면 어떤 기분이 들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해당 플레이리스트로 하고 싶은 말들이 참 많지만 이번 오피니언에서 다루게 되면 분량이 매우 늘어날 것 같아 다음 오피니언에서 다루려고 한다. 프루스투 현상과 함께 말이다.

 

 

 

보다 깊숙한 기록을 하고 싶다면 : 휴튼 AI


 

기록을 하기 위해서는 소재가 있어야 한다. 소재를 찾는 방법 중 하나는 경험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바로 반복적이고 바쁜 일상에 매몰되는 직장생활을 하게 된다면 새로운 경험을 할 시간이 매우 제한된다는 점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거의 3개월 간은 평일 동안 기록을 할 만한 이벤트들이 없었다. 매우 난감했다. 일기를 쓰려해도 주말을 제외하고는 회사에서 고군분투한 내용밖에 없었다. 다채로움은 없어지고 비슷한 키워드와 내용들로 채워졌다. 반복적인 일상 속에서 기록의 소재를 찾기 위해서는 의도적으로 이전보다 많은 노력과 에너지를 사용해야 했다.


이때 생각했다. 지금까지의 기록은 현재나 최근의 과거에만 쏠려 있었기 때문에 소재를 찾는 것이 매우 어려운데 굳이 이렇게 해야만 할까? 기록을 하는 의미가 궁극적으로 나 자신을 찾기 위함인데 그냥 있었던 일들에 대한 단편적이고 일방적인 기록이 나를 찾는데 의미가 있을까? 좀 더 다채로운 주제로 기록을 하는 방법이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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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고민을 해결해 준 서비스가 있다.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무한에 가까운 양질의 질문들을 주기적으로 던져줘 깊이 있는 기록을 할 수 있는 서비스이다. 바로 휴튼 AI이다.


휴튼 AI는 AI를 활용해 사용자들에게 맞춤형 질문들을 던져주며 보다 깊숙한 내면의 생각들을 끄집어내는 역할을 한다. 휴튼에 관심이 생기게 된 이유는 "휴튼은 어떻게 하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 대한 글쓰기를 쉽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한 끝에 만들어진 서비스입니다."라는 휴튼의 철학에 깊게 공감했기 때문이다. 내가 평소헤 고민했던 부분과 일맥상통하는 문장이다.


휴튼 AI는 단순하고 간단한 질문들만 던지지 않는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무엇인가요? 가장 인상 깊었던 여행지는 어디였나요? 등 짧고 단편적인 질문들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바로 이 점이 휴튼 AI라는 서비스가 매력적인 이유이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것과 유사한 새로운 도전을 할 때 느꼈던 감정에 대해 들려주실 수 있나요?"와 같은 2~3단계 더 깊숙하게 들어가는 질문을 던져준다.


이러한 질문을 받으면 멈칫한다. 바로 당장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살면서 이런 류의 질문을 다루는 인터뷰를 해본 적도 없을뿐더러 살면서 이렇게 깊은 질문을 받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깊숙한 질문들을 받으면 자연스럽게 과거 속의 기억과 경험들에 기반하여 답을 하게 되고 나 자신을 좀 더 풍부하고 깊게 이해하고 기록할 수 있다.


주기적으로 휴튼 AI를 통해서 질문을 받고 기록을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나에 대해 명확하게 알아가고 질문에 대한 답을 기록하면 자연스럽게 꼬리 질문들을 통해 좋은 글감과 소재를 발굴한다.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이 결국 나의 고유한 콘텐츠이다.


만약 기록을 하고 싶지만 마땅한 소재가 떠오르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면 추천한다. 과거 깊숙한 곳, 아니면 내면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생각들을 자연스럽게 끄집어 내 정리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올해의 다짐: 기록 정제


 

지금까지는 기록들을 쏟아내기 바빴다. 일단 사진을 찍고 흥미로워 보이면 일단 스크린샷으로 저장했다. 일단 노트 어플을 켜고 중구난방으로 적었다. 기록된 양은 많지만 대부분 정제되어있지 않아 다시 읽어보면 불명확하다. 거친 상태의 기록도 충분히 의미가 있지만 좀 더 명확한 의미를 찾기 위해서는 불순물들을 제거하는 정제의 과정이 필요하다. 그래서 올해의 다짐을 ‘기록 정제’로 잡았다.


올해부터 과거의 기록들을 하나하나 정제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나도 몰랐던 나의 세심한 취향과 관심사들을 발굴하고 있다. ‘이런 것도 기록했었나?’ 싶을 정도의 기록들이 많다. 앞으로 계속 아트인사이트에 글을 쓸 예정이니 이 모든 과거의 기록들이 곧 글감으로 탄생하지 않을까 싶다.


삐뚤빼뚤한 글씨로 ‘오늘은 비가 와서 우산을 챙겼다’라고 적은 철없었던 때의 일기를 보고 있으면 '나도 이런 때가 있었지'라며 추억에 빠진다. 일기장과 앨범을 들여다보지 않았다면 깊숙한 기억 속에 묻혀있을 어린 시절 자신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었을까? 인간과 개인의 역사는 유한하나, 인간이 남긴 기록은 무한한 역사 속에 남는다. 그리고 이와 같은 기록들을 돌이켜보며 자연스럽게 한 인간을 알아갈 수 있다.


기록은 오직 인간만이 가진 능력이다. 나는 올해도 멈추지 않고 최선을 다해 기록할 것이다. 기록한 것들을 찬찬히 읽어보면 언젠가 나 자신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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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세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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