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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비행기 700.JPG

[illust by EUNU]

 

 

내 머릿속 구겨진 종이들은

단 한 발짝도 걸어가질 못했네


내디딜 틈조차 없이

뜬구름들로 가득 찬 마음


잠가버린 문

그 누구도 감히 열어주질 못했네


문을 열 유일한 열쇠를 쥔 손은

사실 내 머리맡에 있었는데


너무 멀리 날아갔나 봐

내 머릿속 종이비행기


구겨버린 종이 속 모진 말들은

부디 마음에 담지 마


새벽 공기에 뜬 비행기는

아침이 되면 땅에 닿을 테니


열어버린 문

그 누구도 감히 반겨주질 못했네


추락한 비행기는 어느새

날아올랐던 이유를 잊은 채


너무 멀리 와버렸나 봐

내 머릿속 종이비행기


*

 

잠 못 들었던 어느날의 새벽에 적어 내린 글입니다. 늦은 밤에 떠오르는 공상들이 마치 종이 같았어요. 종이 한 장은 너무도 가볍지만, 때로는 무엇으로든 변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죠.

 

새벽 공기에 떠올린 생각들은 가끔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어서 아침에 착륙하고 나면 환영을 못 받기도 하지만, 혹은 너무 날이 선 생각들이라 나 자신을 위해서 스스로 구겨버리기도 하지만, 새벽에는 그 무엇보다 멋지게 날아오르는 저만의 비행기입니다.

 

오늘도 저는 눈을 감고 여행을 떠납니다.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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