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스토아철학이 바라본 ‘외적인 것’에 대하여 - 해법 철학 [도서]

글 입력 2024.03.01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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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의 순간을 앞두거나 더 나은 방향성을 찾고 싶을 때. 혹여나 기존에 가진 관점으로만 생각하고 단정짓진 않을까 싶어 책을 읽곤 한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철학 분야의 책을 읽었을 때가 특히 그랬다. 생각의 유연함을 갖는데 도움이 되기도 했다. 철학을 읽는 행위는 여전히 어렵지만 철학자들이 남긴 글을 차분히 읽을 때면 지금 마음 속에 되묻는 질문들이 족히 2000년 전 철학자들 또한 고뇌했던 질문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누구나 생각했을 법한 생각임을 알게 되고 그들의 얻은 해답과 같은 결론을 볼 때면 때론 마음의 안정감을 갖기도 했다. 철학에서 얻는 배움은 여전히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지혜의 정수같다.


개인적으로 새로운 시작을 앞둔 한 해라 설렘과 긴장 사이에서 다가올 날을 기다리고 있다. 마주할 나날들에 있어 결국에는 무슨 일이든 현명하고 지혜롭게 풀어갔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그래서일까. 이번에도 그렇듯 철학 책을 손에 들었다. 제목마저 <해법 철학>이다. 이 책은 스토아주의 철학자의 말과 글 속에서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며 마주하는 수많은 삶의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이를 슬기롭게 선택할 수 있는 기준을 말해준다.

 

 

해법철학 표1.jpg

 

 

서문은 ‘삶에 답이 보이지 않을 때 스토아철학을‘이라는 한 문장으로 시작한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세네카, 에픽테토스에서 쇼펜하우어, 몽테뉴, 니체, 애덤 스미스까지 인간의 고통과 그 본성을 가장 지혜롭게 공부한 스토아주의자들의 철학 속에서 해답을 찾아간다. 스토아학파는 인류를 힘들게 하는 욕망과 두려움, 지위, 감정을 깊이 탐구한다. 이는 사람들에게 고통과 허상에서 해방하려했기 위함이었다. 또한, 우리가 현재 마주하는 여러 문제들은 시대에 따라 존재했고 단지 인류의 이야기와 문제가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가면을 쓰는 것이라 얘기한다.


“이 책은 우리를 힘들게 하는 모든 고통과 역경에 해법을 제시하는 철학자의 글과 말을 모았습니다. (중략) 인생의 고비마다 해법처럼 사용할 수 있는 단단한 스토아철학의 가르침을 담았습니다. 마치 인생의 메뉴얼처럼 철학을 사용할 수 있도록 12카지 키워드로 엮었습니다.” (5p)


<해법 철학>의 12가지 키워드는 ‘판단, 외적인 것, 관점, 죽음, 욕망, 부와 쾌락, 타인의 생각, 가치판단. 감정, 역경, 덕, 배움, 스토아철학 다시 생각하기’이다. 각 챕터는 인생의 고통과 역경을 스토아주의자 관점에서 해결책을 제시하고 인간의 비합리성을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 실용적으로 풀어낸다.


한편, 이 책에서 다루는 스토아철학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 스토아학파의 생각을 다루며 특히 앞서 언급한 서기 1~2세기에 살았던 즉, 세네카, 에픽테토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글로 주를 이룬다. 특징적인 것은 철학자의 생각들을 단순한 것부터 복잡한 것으로 점진적 구성 방식을 사용해 논리적 방식으로 정리한다. 또한, 기본 원칙에 대해 말한 후 적용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특히, 가장 중요한 조언만을 따로 모으거나 스토아학파의 가르침을 그들의 언어로 간명하게 보여주기도 하는데 강의 형식으로 이루어져 마치 철학자의 강좌를 듣는 수강생이 된 것과 같은 느낌을 들게 한다.


이 책은 많은 주제를 다루는 스토아주의 책 중에서도 ‘윤리’를 다루며, 주제는 심리학에 가깝다고 말한다. 즉, 철학과 심리학의 융합인 것이다. 또한, 스토아주의자들은 심리학과 철학을 구분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사람이 지닌 비합리성의 특정 측면을 주제로 삼고 어떻게 그런 면들을 길들일 수 있는지에 대해 초점을 맞추어 말한다.


한편, 책에 대한 간략한 특징을 뒤로하고 소개된 챕터 중 ‘외적인 것, 가치판단, 덕’이라는 챕터를 얘기해볼까 한다.

 

 

 

스토아철학이 말하는 ‘외적인 것’


 

스토아철학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내용은 ’외적인 것‘이라 한다. 그들은 특히 ’외적인 것‘의 정의와 이를 어떻게 잘못 판단하고 그것들에 매이게 되는지에 대한 탐구를 한다. 우선, ’외적인 것‘이란 무엇일까? ‘외적인 것’ 즉, 우리 자신 바깥, 또는 능력 너머에 있는 무엇으로 정의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돈, 명예, 인간관계, 재난 등이 이에 해당한다.

 

 

“우리에게 달려 있는 것이 있고 그렇지 않은 것이 있소. 우리에 달려 있는 것은 견해, 욕망, 혐오감, 간단히 말해 무엇이 되었든 우리가 하는 것들이오. 우리에 달려 있지 않는 것은 몸, 재산, 명성, 관직, 간단히 말해 무엇이든 우리 행위가 아닌 것들이오.”

 

- 에픽테토스, <엥케이리디온>1

 

 

스토아철학은 외적인 것 자체에 대해 2가지 가르침을 말한다. 하나는 외적인 것을 집착 없이 바라보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우리가 그 외적인 것을 정확하게 보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다. 우선, 외적인 것에 있어 집착 없는 눈으로 바라보기 위해서는 집착에 대해 자신이 통제 가능한 것과 통제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할 것을 강조한다. 또한, 통제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이를 걱정을 한다거나 괴로워하는 것으로부터 놓아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집착하지 않음으로써 외적인 것의 자극으로부터 자신의 행복이 좌우되도록 놔두지 않는 태도를 취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들은 ’선호‘와 ’집착‘에 대해 말한다. 그리고, 이 둘의 차이가 충족되지 않을 때의 느낌을 비교하며 설명한다. 먼저, ’선호‘는 무엇인가를 원했는데 얻지 못했으나 결과에 지나치게 속상해하지 않는 것이다. 즉, 실망은 하되 마음의 평정심은 잃지 않는 것으로 설명한다. 한편, ’집착‘은 다르다. 우리의 행복을 어떤 대상에 의존하게끔 만든다는 것에 차이가 있다. 즉, 내가 어찌할 수 없었던 것에 대해서 놓치 못하고 이리저리 휘둘리는 것이다. 스토아 철학자들은 자신의 생각과 행동에 기반해 평정심을 추구하는 것에 집중하며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것에 대해 휘둘리지 않는태도를 보였다. 선호하되 집착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왜 외적인 것을 기만하거나 그 반대가 될까. 이것은 다른 하나 우리가 그것을 정확하게 보는 게 왜 어려운지에 대한 설명으로 이어갈 수 있다. 그리고, 집착에 대해 내려 놓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를 생각해볼 수 있다. 스토아철학은 외적인 것에 대한 집착 내려놓기에 대해 조금 더 기술적인 방법 두 가지를 제시한다.


하나는 외적인 것에 아무것도 더하지 않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덜어내기이다. 더하지도 않고 빼기도 하는 것이다. 먼저, 외적인 것에 아무것도 더하지 않는 것 즉, 어떤 사건이 일어날 때 ‘의미 부여하기를 내려놓는 것’을 말한다. 즉, 어떠한 소식에 대해서 좋은 혹은 나쁜 소식으로 칭하는 것을 멀리하고 기뻐하거나 분노할 이유 등 감정으로부터 떨어져 외적인 것에 대한 함정에도 빠지지 말라는 이야기도 덧붙인다. 특히, 바라보는 것에 대해 ‘있는 그대로를 보려는 노력’을 강조하는 부분에서 쉽사리 살을 붙여 의미를 부여하거나 자신만의 왜곡으로 빠지지 않도록 경계해야하며, 대상에 대해 무언가를 덧붙이려고 할 때는 신중해야 함도 덧붙여 말한다.


한편, ‘덜어내기‘이다. 이것은 의미를 부여하는 일과 상반된다. ‘덜어내기’는 우리가 익히 알거나 관습적인 의미로 즉, 명료하게 바라보지 못하는 ’외적인 것‘에 대해 덜어내기를 시도하는 것을 의미한다. 최대한 있는 그대로의 대상을 보거나 그럴 듯한 겉모습을 벗기고 바라볼 것을 강조하는 내용이다.


잠시, 에픽테토스의 말을 빌려본다.

 

 

‘사람이 느끼는 당혹감은 모두 외적인 것과 관련 있소. 외적인 것을 자신이 어쩌지 못한다는 사실 때문이오. 나는 어찌해야 할까? 그 일이 어떻게 벌어질까? 어떤 결과가 나올까? 이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해주오, 또는 저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해주오! 자신에게 달려 있지 않은 일에 애태우는 사람들은 그렇게 울부짖는다오. “어떻게 하면 거짓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진실을 외면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렇게 묻는 사람은 드물지오. 천성이 고결해서 이런 일에 대해 안절부절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에게 이렇게 상기시켜줄 것이오. “왜 걱정하시오? 안심하시오. 그건 당신에게 달려 있는 일이니.”

 

- 에픽테토스, <대화록> 4.10.1

 


외적인 것에 집착할 수록 자신을 잃어버린다는 이야기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어찌할 수 없는 것에 감정을 쏟을 바에야 차라리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내가 좋아하고 행복을 느끼는 것에 에너지를 쏟는 것이 낫다. 이것이야말로, 더 나은 삶으로 향하는 길이 때문이다.


세네카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또한 ’외적인 것‘에 대해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어떤 사람이 자신을 즐겁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것에 자기 행복을 걸지 않는다면, 높은 경지에 오른 셈입니다. 어떤 것에 대한 소망을 삶의 원동력으로 삼는 사람은 괴로워하고 자신을 믿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그 소망하는 것이 얻기에 어렵지 않고, 자기 소망 때문에 결코 실망해 본 적이 없다고 해도 말입니다.’

 

- 세네카, <서한집> 23.2

 

 

‘네가 통제할 수 없으며, 좋거나 나쁘다고 여기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라. 나쁜 일이 일어나거나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 때, 너는 신들을 비난하고 그 일에 책임이 있는(또는 있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을 미워할 것이다. 이런 문제에 대해 옥신각신하느라 우리는 엄청나게 부당한 일을 저지른다. 하지만 우리가 오직 우리 능력 안에 있는 것들에 대해서만 좋고 나쁨을 판단한다면 신을 비난하거나 타인과 싸울 일이 없다.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6.41

 


스토아철학의 사상 중 ‘외적인 것‘의 일부를 골라 이야기했다. 결론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스토아철학의 주장에서는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우리의 행복을 걸어야하고 통제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집착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통제 가능하고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은 단지 우리 자신의 판단과 행동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통제 불가능한 것에 신경을 쓰며 집착까지 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그것은 우리가 돈과 명성을 선호하고, 역경을 피해 행복하기를 바라며 재산이 없는 것보다 있기를 바라는 ‘외적인 것’에서 올 것이다. 사실, 스토아주의자들은 이에 대해 무심한 태도로 대하지만 아예 바라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것에 지나친 신경을 쓸 때는 그것에 사로잡히고 좌지우지 될 수 있기 때문에 경계하는 것이다. 스토아철학은 이러한 점을 의식하게 하고 생각의 변화를 이끈다.


<해법 철학>을 읽으며 스토아주의자들의 사상을 바라보며 시대에 따라 인류의 모습은 다르게 씌여지고 변화하지만 그 이야기와 근본적으로 고민하는 문제에 대해서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아직은 단번에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도 있었고 구절이 좋아 여러 번 읽은 문장들도 있었다. 철학은 어렵지만 그럼에도 다가가서 마주하고 싶은 존재같다. 그 본연의 가치를 마음 깊이 이해하기 위해 앞으로도 애를 써야겠지만 말이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문화초대로 받아 읽고 다시 책장에 꽂아 보관하기만 하기엔 아쉽다고 생각했다. 인생의 구비구비마다 해답을 얻고 싶을 때 언제든 꺼내어 볼 수 있도록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두어야겠다. 그리고, 삶의 단단함이 필요할 때 마주하는 상황에 맞는 챕터와 구절을 골라 읽어야보아야 겠다는 생각이 남는다. <해법 철학>이었다.

 

 

[정윤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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