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피스] 아기자기 일상 애니메이션 방구빵빵의 세계

일상 애니메이션 만화 방구빵빵의 세계를 들여다봅니다.
글 입력 2024.05.16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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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는 볼 수 없었던 세상을,

그들의 시선과 역사를 빌려 완성합니다.

 그렇게 그들의 마스터피스를 이해합니다.

 

 

 

아기자기하고 유쾌한 방구빵빵을 소개합니다!


 

- 안녕하세요!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방구빵빵이라는 닉네임으로 인스타그램에서 애니메이션툰을 만들고 있는 사람입니다.

 

 

1.대표이미지.jpg

 

 

- 닉네임이 독특하네요, 닉네임을 짓게 된 계기가 무엇일까요?

 

19살 때 만화 애니 입시를 했었는데, 그때 당시 저는 인지하지 못했었지만 제가 방귀 소재를 많이 활용해서 만화를 그렸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당시 학원 친구들로부터 방귀 소재를 많이 사용하셨던 작가님과 유사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으며 방귀라는 소재가 제 머릿속에 각인되었어요. 저는 원래 일상 코미디 애니메이션을 하고 싶었는데, 방귀라는 것이 지저분하고 원초적이면서도 남녀노소 웃을 수 있는 소재잖아요. 그래서 제가 추구하는 방향성과 맞을 것 같아서 가볍게 지었습니다. 이렇게 오래 사용하게 될 줄은 저도 몰랐네요, 하하.

 

 

- 작가님께서는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예종)를 졸업하신 것으로 알고 있어요. 애니메이션의 길로 들어서게 된 계기가 무엇일까요?


어릴 적의 저는 꿈이 참 많았고, 그래서 꿈이 자주 바뀌었어요. 그러다 패키지 디자인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작은오빠가 예종을 졸업하기도 해서, 당시의 저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좋은 예술 대학은 예종이라고 생각하고 18살 때쯤 예종 디자인과 탐방을 가게 되었어요. 그런데 막상 가고 보니 생각보다 저랑 결이 안 맞는 것 같았어요. 한 사람 혼자서 개인적인 작업을 많이 하는 부분이 특히 그랬죠.


그 주변을 서성이다가 애니메이션과를 지나가게 되었는데 그 앞에 놓인 화이트보드를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어요. 친구들끼리 낙서하고, 캐릭터로 별명 부르고 놀리고, 웃긴 이야기들을 그려놓은 큰 화이트보드를 발견한 순간 저와 맞는 일은 애니메이션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재미있고, 라이트 하게 많은 사람이랑 협업할 수 있는 작업은 애니메이션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 거죠.


집에 오는 길에 애니메이션을 한 번 직접 만들어보고 결정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되었어요. 그때 컬투쇼 UCC 애니메이션을 처음으로 만들어보았습니다. 만드는 과정은 정말 힘들었는데, 애니메이션을 완성한 뒤 재생 버튼을 누를 때의 희열이 굉장히 컸죠. 그 순간 이 일이라면 평생 할 수 있겠다, 이 일을 평생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애니메이션 학과를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2.컬투쇼UCC.jpg

 

 

- 고등학교는 자퇴를 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애니메이션을 위해 자퇴를 하신 건가요?


원래는 대안학교에 가고 싶었는데, 유명한 대안학교 진학에 실패했어요. 그래서 당시 포항에 있는 여고에 들어갔거든요. 여고 생활은 무척 재미있었고, 친구들도 너무 좋았는데 마음 한 편에는 ‘내가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는 게 맞나, 20살이 되기 전에 이곳에서 야자하고 공부하는 것이 맞나, 나는 공부의 길로 가지는 않을 것 같은데, 꿈을 찾고 싶은데 이렇게 시간을 허비해도 되나’ 싶은 생각이 있었어요.


그래서 이러한 마음을 어머니께 말씀드렸더니 어머니께서 자퇴하라고 말씀하시는 거예요. 나중에 들어보니까 홧김에 말씀하셨다고 하더라고요. ‘이렇게 말하면 안 하겠지’ 하고 겁을 주신 거죠. 그런데 저는 그 말을 듣고 진지하게 자퇴에 대해 생각하게 된 거죠. '엄마가 해도 된다는데 그럼 나 자퇴해도 되나' 하고 3~4개월을 열심히 생각하다가 여름방학 때 자퇴를 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그래서 어머니께 ‘무섭지만 지금 자퇴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다’고 말씀드렸더니 어머니께서는 그때 극대노를 하신 거죠. 하하. 그래서 오빠들이랑 아버지께서 많이 도와줬어요.


무사히 자퇴하고, 서울로 올라왔어요. 문화와 예술이 저의 관심 분야니까, 그것을 즐길 수 있는 서울로 가서 생각해야지 하게 된 거죠.


 

 

방구빵빵이 그려온 애니메이션


 

- <자다깨서 마신우유>가 참 귀엽고도 위로를 주는 애니메이션이죠. 자다 깨서 마신 우유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함께 그리게 된 계기를 소개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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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로 악몽을 꾸다 일어난 토끼는 기분전환을 시키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써본다. 결국 토끼의 기분을 변화시킨 것은 무엇이었을까? 어려운 상황에서도 다시 용기를 내고 있는 대한민국의 수많은 토끼들을 위한 이야기

 

-서울로미디어캔버스 <자다깨서 마신우유> 설명

 

 

<자다 깨서 마신 우유>는 대학교 3학년 때 제작한 애니메이션이에요. 3월 초쯤 제작을 기획하게 되었죠. 그 해 초에 저에게 힘든 일이 많았어요. 사소한 일이지만 치과를 가게 되어 금전적으로 갑자기 부담이 생기는 등 여러 가지 일이 있었죠. 그래서 그 힘든 마음을 어떻게 해소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한 고민을 했어요. 또, 그때 당시 제가 겪었던 일이 저뿐만 아니라 제 또래 친구들도 충분히 겪을 수 있는 일이었기 때문에 나를 위해서, 그리고 나와 비슷한 상황에 있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위로될 수 있는 작품을 제작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평소에 어떻게 위로를 받는지에 대해 고민을 해봤어요. 그랬더니 과거 내가 사랑받았던 기억들로 저는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그것을 주제로 잡아 작품을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 몽글몽글하게 위로를 주는 <자다깨서 마신우유>를 제작할 때 작가님께서 특별히 어려웠던 부분이 있을까요?

 

내용이 빠르게 나왔기 때문에 해당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며 내용적으로는 어려움이 없었지만, 주인공을 설정할 때 주인공의 방을 구상하며 약간의 고민이 있었어요. 제가 식물을 좋아하다 보니 식물학을 공부하는 대학원생으로 설정했거든요. 주인공의 방을 배경으로 넣어야 했는데 그때 식물학을 공부한 대학원생의 방은 어떨지에 대해 고민하는 부분에서 약간의 고충이 있었네요.

 

 

- 또 다른 애니메이션 <하루하루>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고3 때 제작했던 캐릭터가 어떻게 애니메이션까지 완성이 되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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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애니메이션을 하겠다고 마음먹었을 때부터 ‘일상 시리즈 애니메이션’이라는 방향성이 확실하게 있었어요. 졸업 이후에도 이를 좇아가려고 노력했죠. <하루하루>는 제가 예종을 졸업할 때쯤 시작했던 작품이에요. 앞으로 시리즈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며 다양하게 많이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첫 작품은 어떤 것으로 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했어요. 당시 고3 때 만들었던 캐릭터를 알고 있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계속 식빵 캐릭터를 활용하는 것을 제안해 줬습니다. 그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그러면 내가 잘 알고 쉽고 편하게 할 수 있는 캐릭터로 먼저 시도하게 된 작품입니다. 덕분에 처음 애니메이션을 시작하기에 용기가 많이 되었던 되었던 작품이에요.

 

 

- <하루하루>는 총 7편의 애니메이션인데, 스토리라인은 어떻게 잡게 되었을까요?

 

옴니버스 형식의 애니메이션이다 보니 시즌 1을 제작하며 시즌 2의 제작도 염두 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시즌 1에서는 캐릭터를 소개하는 것에 집중했죠. 제가 이 애니메이션을 위해 캐릭터를 많이 구상했기에 그 친구들 하나하나 연관되는 에피소드를 만들어주려고 했어요. 그래서 시즌 1의 주 스토리라인은 캐릭터 소개 위주에요. 어떻게 하면 그 친구들을 제일 잘 보여줄 수 있을까와 더불어 사계절 등 한국적인 느낌도 함께 담아내었습니다.

 

 

- 각 캐릭터들은 작가님의 성격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고 하셨는데, 어떤 성격들이 주기반이 되었을까요?

 

주인공의 경우 우유부단하다고 해야 할지, 낙천적인 부분이 있어요. 주인공은 자신의 몸에 콤플렉스가 있기도 하고, 몸이 안 좋은 친구입니다. 제가 20살 경이 몸이 안 좋아졌던 적이 있거든요. 그림도 못 그리게 되고, 일상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을 보며 ‘나는 아픈 애 세상은 여전히 돌아가는구나’ 생각했어요. 그때의 마음이 녹아들어 그래도 나는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야지, 열심히 나아가야지 등의 생각이 캐릭터에 담기게 된 것 같습니다. 그렇게 주인공을 통해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고 했습니다.  

 

 

- 이렇게 스스로에 대한 경험이 녹아든 만큼 <하루하루>에 대한 애정이 많을 것 같은데, 가장 만족스러웠던 부분과 가장 아쉬운 부분은 무엇이 있을까요?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은 시리즈 애니메이션을 완결시켜봤다는 경험 그 자체에요. 엉성하지만 하나의 애니메이션을 완성했다는 사실이 ‘빵빵이’ 이야기를 제작할 때에도 좋은 기반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아쉬웠던 부분은 참 많아요. 하하. 아무래도 첫 경험이다 보니 그림이나 배경 등 어느 부분에서 어느 정도의 힘을 줘야 할지 미숙했습니다. 끝까지 같은 퀄리티나 힘을 유지해 줘야 하는데, 그 부분을 개선하지 못한 것 같아서 그 부분도 많이 아쉽습니다. 그 외에도 더 재미있게 해볼걸, 이런 아쉬움도 당연히 있고요.

 

 

 

방구빵빵의 일상이 들어있는 애니메이션



- 한예종을 졸업하기 전부터 손그림으로 시작해서 일상툰을 올리기 시작하셨죠. 일상툰을 그리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저는 애니메이션 외길 인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만화는 저의 길이 아니라고 생각했었어요.애니메이션을 너무 좋아하다 보니 만화는 안 그리겠다는 이상한 다짐까지 있었죠. 하하. 그런데 애니메이션은 길게 작업해야 하는 일이다 보니 피드백도 굉장히 늦게 나와서 외로워지고 고독해질 때가 있어요. 그래서 소통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죠. 누군가라도, 단 한 사람이라도 좋으니 저의 작품을 보고 어땠는지 말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제 일상을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도 컸어요. 처음에는 친구들만 저를 팔로우 하고 있었기 때문에 친구들에게 저의 일상을 말해주고 싶기도 했죠. 무엇보다, 동기 친구가 일상툰을 그려보라고 많이 용기를 북돋아 주고 제안해 줬어요. 그 친구도 일상툰을 하고 있던 친구인데, 그 친구 덕분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 처음 올렸던 일상툰과 지금의 일상툰에는 캐릭터나 표현 방식, 프레임 등이 차츰 변화했네요. 이 변화 과정에 대해 궁금합니다.

 

일상툰 작가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일상툰을 시작한 것은 아니기에, ‘더 나 다운 이미지가 무엇일까’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이렇게 변화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의 작품을 참고하기보다는 나만의 이미지를 찾아가며 표지와 사진을 합성해 보기도 하고, 제가 애니메이션의 쿠키 영상을 정말 좋아해서 그와 비슷하게 뒤에 보너스 컷을 넣어보기도 하며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캐릭터는 원래 집게핀을 한 머리카락이 표현되어 있는 사람 캐릭터를 사용했었는데, 친한 지인들이 더듬이로 착각하고 이 더듬이가 뭐냐고 자꾸 묻더라고요. 하하. 자꾸 더듬이가 아니라고 해명하게 되니까 조금 더 간단하고 귀여운 동물 캐릭터를 활용하자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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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빵빵이’ 일상 애니메이션툰은 어떻게 제작하게 된 걸까요?

 

빵빵이 애니메이션 중에서도 ‘오차즈케’를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시는데, 처음 ‘빵빵이’를 시리즈를 그릴 때에는 ‘오차즈케’를 이렇게 좋아해 주실지 전혀 몰랐어요. 처음 올린 애니메이션이 ‘Bath’라는 목욕탕 이야기거든요. 오히려 그걸 조금 더 재미있어해주실 줄 알았죠. ‘오차즈케’는 단순히 요리를 만드는 내용인데 과연 봐주시는 분들이 좋아해 주실까 싶었죠. 그래도 제가 경험했던 일기니까 올려야겠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올렸는데 그걸 많이 좋아해 주시게 되었네요.

 

솔직하게 말하자면, 제가 먹는 이야기를 굉장히 좋아해요. 그래서 만화 일상툰이었을 때부터도 먹는 이야기가 두세 번에 한 번꼴로는 자연스럽게 올라왔었죠. 그런데 당시 친구들이 왜 먹는 이야기만 하냐고 말해서 조금 그 부분을 자제하고 있기도 해요. 마음 같아서는 음식 이야기만 매일 올리고 싶어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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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빵빵이’와 작가님은 동일한 존재일까요? 인스타그램에서 작가님은 ‘한국으로 돌아간 빵빵이처럼 저도 원래 일상으로 돌아가겠다’고 말씀하셨던 부분에서 캐릭터와 작가님을 분리시키려 한다고 느꼈습니다.

 

확실히 이 부분은 제가 요즘 생각하는 지점입니다. 처음 인간형일 때는 캐릭터와 저를 동일시했던 느낌이 있어요. 캐릭터 자체가 제 모습이니까요. 그런데 캐릭터를 토끼로 바꾸기 시작하며 캐릭터만의 독자적인 모습, 독자적인 이미지가 생겨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나’이면서도 ‘나와는 분리된 나’로 느껴지는 것 같고, 실제로 그렇게 인식하고 작업하는 것 같아요. ‘나를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이지만, 그 친구 나름의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는 생각이 요즘 자꾸 들더라고요.


지금 생각해 보면, 어쩌면 제가 겪었던 즐거운 일, 좋았던 일을 표현하는 캐릭터라서 그런 것도 있는 것 같아요. 물론 가끔 다급하거나 우울한 모습도 보이기는 하지만, 긍정적인 면모를 많이 보여주니까요. 무엇보다 저 자신보다 캐릭터가 너무 귀엽게 표현되는 것 같기도 하고요. 하하.


 

- 그렇다면 인간형 캐릭터와 토끼 캐릭터일 때 캐릭터를 활용하는 방식에서 달라진 부분도 있을까요?

 

달라진 부분이 물론 있지만, 캐릭터가 다르기 때문이 아닌 제가 계속 만들어오며 성장해온 부분 같아요. 어떤 부분을 강조하는 것이 좋을지, 어떤 부분에 조금 더 확실하게 움직임을 주는 것이 좋을지 등에 대해 변화한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무언가를 먹을 때에도 확실하고 크게 움직임을 표현하게 된 것 같습니다.

 

또한 저 스스로에 대해서 더 솔직해져야겠다는 생각도 들게 되었어요. 원래도 솔직하게 저를 드러내려고 노력했지만, 그래도 더욱 솔직하게 제 모습을 보여드리며 환경이 바뀌어도 솔직함을 유지하는 데에 신경 쓰게 된 것 같습니다.

 

 

- 인지도가 쌓이며 이전과 달라진 부분도 있을까요? 인스타그램을 더욱 키우고 싶다는 마음도 생기게 될 것 같은데.

 

처음에는 소소하게 ‘오늘 저에게 이런 일이 있었어요’ 하고 가볍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던 건데 몇 주 정도에 갑자기 너무 많은 분들이 봐주셔서 그 당시에는 많이 긴장되었어요. ‘이런 일이 있었어요’,라고 이야기하는데 목소리가 덜덜 떨리는 느낌이었죠. 하하. 그런데 스스로 계속 생각해 보고 되새기다 보니 긴장할 일이 아니구나, 하던 대로 해야겠다 생각하게 되었죠. 내가 보여드리고 싶었던 것을 보여드리고, 보고 행복하실 작품을 꾸준히 만들면 되겠다는 생각에 지금은 마음이 많이 편해진 것 같아요.


사실 인스타그램을 원래부터 키우려는 마음은 없었다 보니 앞으로도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것을 쫓아다니고, 유행하는 것을 따라 하고 싶지는 않아요. 인스타그램을 의도적으로 키우려고 하다 보면 너무 자극적이게 되고 온전히 ‘나의 작품’을 봐주시는 분들을 고려하지 않게 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저는 그게 제일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계속 저의 스타일을 고수하고, 제 작품을 좋아해 주신다면 감사하고 안 보신다면 어쩔 수 없다는 마음으로 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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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빵빵이 걸어갈 앞으로의 길


 

- 지금까지 만들었던 작품 중 가장 마음에 남는 작품이 있다면?

 

모두 다 너무 좋아하고 많이 인상에 남아있지만, 어릴 때 처음 만들었던 컬투쇼 UCC 작품도 강렬했고 지금 그리고 있는 빵빵이도 많이 애정 해요. 둘 다 다르게 임팩트가 있는 것 같네요.


컬투쇼 UCC는 제가 처음으로 만들 때라 열정으로 불타올랐거든요. 잠도 거의 안 자고 3~4시간씩 자면서 부모님께서 밥 안 먹니, 괜찮니 물어볼 만큼 열심히 했었어요. 성능도 안 좋은 두꺼운 노트북으로 간신히 버벅거리면서 해서 많이 애틋한 것 같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빵빵이 작업은 제가 처음 올렸을 때, 조회수도 그다지 높지 않았을 때였음에도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이거구나, 내가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이거구나’ 이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함축된 나의 짧지만 좋았던 경험을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고, 시리즈로 할 수도 있고요. 저는 소설보다 에세이를 좋아해서 그런 작품을 만들고 싶었는데 ‘이제서야 하는구나’ 느낌이 들어서 지금 만들면서도 행복해요.

 

 

- 앞으로는 어떤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성장하고 싶으세요?

 

아직도 궁극적으로 일상 시리즈 애니메이션 감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요. 그리고 한국에는 정말 좋은 사람들이 만든 좋은 작품들이 많은 좋은 나라로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더더욱 예술이 융성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습니다. 제 주변에 정말 잘하는 친구들이 너무 많거든요. 일본이나 미국뿐만이 아니라 한국에서도 좋은 만화 애니메이션이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많은 분들이 알아주시고,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의 분들도 봐주시면서 한국 애니메이션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데에 보탬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작품을 많이 만드는 좋은 작가가 되어서, 내 작품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이 보실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 ‘좋은 작품을 많이 만드는 좋은 작가’라는 말이 인상 깊은데, 빵빵님께서 생각하시는 ‘좋은 작가’ 그리고 ‘좋은 작품’은 어떤 것인가요?


좋은 작품은 이기적이지 않은 작품인 것 같아요. 작가가 표현하고 싶은 것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래도 애니메이션은 소통하기 위한 도구라고 생각하거든요. 작가와 관객의 소통도 있겠지만, 관객과 관객이 소통할 수 있는 도구라고도 생각해요. 그래서 작가 혼자만을 고려해서 제작되는 것이 아닌, 타인이 봤을 때 어떻게 느껴질지에 대해 계속해서 생각을 해야 하는 것 같아요. 물론 내 의견이나 주관은 있어야겠죠.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 좋게 느낄 수 있을만한 지점, 아니면 더 잘 이해될 수 있을만한 지점이 무엇일지를 계속 사려 깊게 연구해야 하고, 그런 노력이 담겨있는 것이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작가는 다작을 하는 작가라고 생각해요. 아주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제가 너무 좋아하는 작품의 작가를 알게 되었을 때 그 작가의 작품이 너무 적으면 마음이 아프거든요. 그래서 저의 작품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께는 제가 작품을 정말 많이 해서 저의 세계를 풍성하게 보여드리고 싶은 욕망이 있어요. ‘부족하지 않게, 든든하게 내 작품을 잘 드시고 가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죠, 하하.

 

 

 

마무리 지으며


 

- 작가님께서 좋아하는 작가님은 어떤 분들인지도 소개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정말 많지만 시기별로 말씀드리자면, 우선 히가시무라 아키코 작가님이에요. 제가 18살 때 처음 애니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뒤 자퇴를 했거든요. 이후 혼자 서울에 올라와서 게스트 하우스 같은 곳에 살며 스스로 돈을 벌어야 하는 시기가 있었어요. 그때 신사동에서 액세서리 장사하는 분들과 협업하는 알바를 했는데, 정말, 정말 너무 힘든 일이었죠. 일을 다 끝내고 밤에 집으로 돌아오면 마음이 참 힘들었어요. 그런데 그때 아키코 작가님께서 쓰셨던 육아 에세이 만화가 있어요. <엄마는 테라피스트>라는 작품인데, 그 작품을 읽을 때는 작품이 너무 웃기고 재미있어서 박장대소를 하며 하루의 피로감이 싹 사라졌죠. 그때 저도 코미디 만화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해주었죠.


두 번째는 입시할 때 봤던 <일상>이라는 작품이에요. 교토 애니메이션(쿄애니)에서 제작한 일상 코미디 시리즈 애니메이션이죠. 그건 정말 한 30번은 돌려보며 시리즈 전체에 대해 탐구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이 작품을 보며 웃음 타이밍과 코미디 감각, 색감과 배경 그리는 방법 등에 대해 많이 고민한 것 같습니다.

 

 

- 지금까지 봤던 팬분들의 댓글 중 기억에 남는 댓글이 있다면?

 

정말 많지만, 광고를 예전에 한 번 올렸어요. 물론 제가 소개해 드리고 싶었던 광고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평소에 올리는 저의 일상이 아니니까 당황스러우실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정말 자신의 일처럼 기뻐하고 축하해 주시는 거예요. 그때의 그분들이 정말 인상 깊게 남아있어요. ‘나까지 기쁘다, 광고를 하신 것을 축하드린다’ 말씀해 주시는 분들을 보며 ‘이분들은 어쩜 이렇게 선하고 마음이 따뜻하실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충격적인 감사, 압도적 감사를 느끼고 울컥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저의 작품 중 ‘모카번’ 이야기가 있어요. 저도 울컥하면서 올렸던 게시글인데, 그 글을 보고 울컥하셨다는 분이 계시더라고요. 어릴 때의 이야기라서 그런지, 저의 어릴 적 기분을 온전하게 담아내서 그 마음을 전달하는 과정에서의 울컥함이라고 해야 할지… 그런 울컥하는 마음으로 올렸는데 똑같은 마음을 느꼈다고 말씀해 주시는 분을 보고 마음 깊게 남아있어요.

 

 

- 마지막으로 팬분들께 하고 싶으신 이야기가 있으시다면?

 

제 작품을 봐주시는 것만으로도 정말 큰일이고, 정말 감사한 일이에요. 이게 제 꿈이기에 제 작품을 봐주시는 것이 제 꿈을 이뤄주시는 것이에요. 그래서 너무너무 감사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습니다.


저는 계속 다시 보고 싶은 작품을 만들고자 노력하겠습니다. 언젠가, 비가 오는 날, 맛있는 것을 먹은 날, 문득 생각날 때 다시 보고 싶은 작품을 지향하며 만들 테니 편하게, 아무 생각 없이 가볍게 제 작품을 즐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김푸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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