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가끔은, 항복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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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같이 일어나 하루를 48시간처럼 살아가는, 이른바 갓생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행복보다는 실리를 좇고, 낭만보다는 가치를 가려내는 시점에서 우리는 왜 더 생산적인 하루를 살아내지 못했는가에 대한 일종의 죄책감마저 가지게 된다.
하루하루를 흔드는 수많은 유혹들을 떨쳐내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과의 싸움을 벌이는 이들에게 마치(MRCH)는 차라리 항복해 버리자고 외친다.
모닝콜에
나른한 오후 디저트에
밤 잠 뺏어가는 Movie drama에
저항 없이 항복
사방이 적
그들은 지금 스텔스 모드
난 매일 생각해
무적의 나이면 좋았을 텐데
Been in the peace of mind
포기를 외쳐대는 이 순간 oh yeah
Why don't we kill the time?
이 휘날리는 백기 하나 누가 뭐라 할까
내 모든 걸 뺏어간
새삼스런 반란
평화를 나 원해요
약해 빠져도 좋아
공격을 멈춰줘
제자리에 놔줘요
이겨내자는 응원보다 약해빠져도 좋다는 위로가 더 강력하게 다가오는 때가 있다. 지금도 자신과 치열하고 싸우고 있을 누군가에게 혹은 하루를 놓쳐버린 것 같아 자책하고 있을 누군가에게 마치의 '항복'이 유쾌한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
모닝콜에, 나른한 오후 디저트에, 밤잠 뺏어가는 movie drama에 저항 없이 항복을 외치는 이 노래처럼 가끔은 좋아하는 것들에 백기를 휘날려보는 건 어떨까. 하릴없이 흘러가는 무용한 시간들이 어쩌면 삶을 더 윤택하게 만들지도 모르니까.
[최지원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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