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나의 프랑스 미술관 탐방기] 반 고흐의 마지막을 마주하다 [여행]

오르세 미술관의 <Van Gogh à Auvers-sur-Oise : Les derniers mois>
글 입력 2024.03.15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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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프랑스에 온 뒤로 몇 번의 전시를 관람했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도시에도 미술관이 많고, 파리와 거리가 가까운 덕에 미술관에 들를 기회가 많았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그중에서도 인상 깊었던 몇 전시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 이곳에 기록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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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로 이야기해 볼 전시는, 오르세 미술관의 Van Gogh à Auvers-sur-Oise - Les derniers mois이다. 해당 전시는 2월 4일에 막을 내렸으나, 나에게 사소하지만 무거운 충격을 선사한 전시이기에 꼭 글을 남기고자 했다.

 

해당 전시 명을 한국어로 바꾸어 보자면 <오베르 쉬르 우아즈에서의 반 고흐: 마지막 달月들> 정도일 거이다. 이 전시는 반 고흐가 죽기 전 두 달 동안 거주했던 오베르 쉬르 우아즈에서의 작품을 모아뒀다. 그는 1890년 5월 20일에 이 도시에 이사했고, 7월 29일 사망했다.

 

전시가 다룬 기간이 고작 2달임에도 불구하고 해당 전시는 풍부한 작품으로 가득 차 있는데, 그 이유는 고흐가 이 지역에 머무른 70일이라는 짧은 시기 동안 무려 74점의 작품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유명하디유명한 작가의 죽기 전 마지막 작품들이라니! 전시관은 작품을 감상하러 온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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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을 들어서면 고흐의 전매특허와 같은 두터운 붓질에 분할된 색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형태를 파괴하지는 않지만, 작가 본인 만의 언어로 재 직조된 물체들이 화폭 속 시야를 재구성하면서, 내가 지금 ‘고흐’의 작품을 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반고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이고,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그의 작품을 모티프로 만들어진 물건이나 디자인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오히려 그렇게 유명하기 때문에, 그의 작품이 가지는 이미지가 그 자체로 눈에 익었기 때문일까. 나는 여태껏 반 고흐의 작품에서 큰 감흥을 느끼지 못하였다.


하지만 이번 전시를 감상했을 때 나는 비로소 고흐에게 푹 빠질 수 있었다. 온몸으로 그의 작품이 눈부시게 독창적이라는 것을 이해했기 때문이다. 21세기를 사는 우리에게는 고전이 된 작품 형식이 아직 모두에게 새로운 것이었을 시점, 자유자재로 색을 다루는 두꺼운 터치가 어디서도 본 적 없는 것이었을 시점, 고흐의 작품은 그야말로 혁명에 가까웠다.

 

이 전시에서 또한 흥미로웠던 것은, 전시의 한 부분이 ‘폴 가셰’ 의사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었다. 가셰 의사는 고흐를 오베르 쉬르 우아즈로 이사하게 만든 장본인과 다름없다. 아마 그는 우울증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였기 때문일 것이다. 가셰 의사는 그림도 그렸는데, 해당 전시에는 고흐의 그림뿐만 아니라 가셰의 그림도 일부 전시되어 있었다.

 

고흐와의 친분 때문일까, 그의 그림체는 어쩐지 고흐를 닮은 것 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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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셰 의사의 그림들

 

 

반 고흐가 깊은 우울을 겪었다는 건 익히 들어서 아는 사실이었지만, 가장 가까이에서 그의 우울을 바라보고 연구했을 타인의 존재가 등장하자 전시에 한층 깊이 있게 몰입할 수 있었다. 작가를 이해하는 데에 있어서는 작가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작가의 주변에 존재했을 인물이나 상황을 알아가는 것 또한 효과적인 시각임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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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고흐가 죽기 하루 전날 마지막으로 그린 그림이라고 한다. 어느 정도 색감의 강도가 비슷한 작품들 가운데서 가장 눈에 띄는 강렬한 색감을 지닌 작품이었다. 나는 이 작품을 보며 고흐에 대해, 예술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자신이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자살을 시도하면서도 한 작품을 완성한다는 것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나에게 무엇인가를 완결 낸다는 것은 그다음을 기대하는 행위에 가까운데, 이 화가에게 있어 ‘완결시킴’이란 사뭇 달랐을 것으로 예상된다.

 

깊은 우울증을 오랜 시간 겪은 한 남성, 자살을 시도한 당일까지 그림을 완성한 작가, 자신만의 독자적인 작품 언어를 끈질기게 다듬어온 화가. 내가 이번 전시를 보며 느낄 수 있었던 것들이고, 앞으로 고흐 작품을 볼 때마다 떠오를 감각일 것이다.

 

 

 

박소은 컬쳐리스트 태그.jpg

 

 

[박소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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