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커버는 음악시장에 있어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앨범 커버는 리스너들에게 음악이나 아티스트에 대한 시각적인 첫인상을 제공한다. 사람들은 대개 시각적으로 눈에 띄는 디자인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며, 자연스럽게 앨범 커버가 아름답거나 독특한 앨범에 이끌릴 수밖에 없다. 또한 앨범 커버를 통해 아티스트와 밴드는 앨범의 브랜드를 구축하고 정의할 수 있다. 이처럼 앨범 커버는 단순한 이미지를 넘어 아티스트들에게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

오늘 소개할 앨범 커버는 아마 이 글을 읽는 독자들 대부분이 한 번은 봤을 앨범 커버다. 바로 전설적인 밴드 Pink Floyd(이하 ‘핑크 플로이드’)의 걸작 의 앨범 커버이다. 해당 앨범 커버는 프리즘 로고가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며 핑크 플로이드의 음악을 시각적으로 완벽히 형상화한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핑크 플로이드의 여덟 번째 앨범, The Dark Side Of The Moon은 1973년 3월에 발매된 로큰롤 음악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음반 중 하나로 손꼽힌다. 독특한 사운드스케이프와 시대를 초월하는 철학적인 가사와 함께 한 번 보면 절대로 잊히지 않는 앨범 커버까지, 해당 앨범은 대중문화의 상징이 되어 전 세계의 티셔츠, 포스터 등 다양한 상품들에 담겼다.

* 사운드스케이프: 음악, 자동차 소리, 기계소리 등 물리적인 인공음부터 자연의 소리, 인간의 목소리, 발걸음 소리 등 각양각색의 소리를 포함하는 소리환경에 대한 개념

해당 앨범 커버는 영국에 위치한 디자인 스튜디오 <힙노시스(Hipgnosis)>에서 제작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핑크 플로이드의 영원한 상징인 무지개 프리즘 로고를 담은 앨범 커버 제작 관련 비하인드 스토리를 소개하고자 한다.

표준 물리학 교과서에서 얻은 영감

해당 앨범 커버 제작에 관여한 그래픽 디자이너 스톰 소거슨(Storm Thorgerson)과 오브리 파월(Aubrey Powell)은 이미 초기 핑크 플로이드 앨범 커버를 제작한 경험이 있는 디자이너들이다. 핑크 플로이드가 이들에게 The Dark Side Of The Moon의 앨범 커버 제작을 의뢰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이들은 핑크 플로이드로부터 깔끔하고 우아한 앨범커버가 필요하다는 요청을 받았고 전혀 예상치 못한 장소인, 이들의 책장에서 앨범 커버의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이와 같은 내용은 2003년 앨범 발매 30주년을 기념하는 인터뷰에서 소거슨이 앨범 커버의 아이디어를 일반적인 표준 물리학 교과서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소거슨은 교과서 페이지를 훑어보던 중 악보 위에 놓인 프리즘에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이 통과하는 이미지를 발견했다고 한다. 이들은 해당 이미지를 보고 바로 확신을 했을 것이다. 그 이유는 이들이 이미 핑크 플로이드의 콘서트에서 조명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고 해당 이미지가 빛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제 물리학 교과서에서 우연히 발견한 이미지를 잘 가공하여 The Dark Side Of The Moon의 주제를 포괄할 수 있는 이미지로 구현하는 숙제만이 남았다.

앨범의 본질을 꿰뚫은 프리즘 디자인

우선적으로 <힙노시스(Hipgnosis)> 팀은 평범한 검은색 배경위에 놓인 삼각 프리즘으로 광선이 통과하는 구도를 설정했다. 야망의 상징이자 피라미드를 연상시키는 삼각 프리즘 이미지는 핑크 플로이드가 추구하는 주제와도 맞닿아 있었다. 백색 광선이 삼각 프리즘을 통해 굴절되어 여섯 가지 스펙트럼으로 뿌려지는 이미지는 The Dark Side Of The Moon 앨범을 완벽하게 시각화하는 이미지로 탄생했다.

몇 주 동안 커버 디자인의 초안을 준비한 소거슨과 파월은 런던 애비 로드에 있는 ‘EMI 레코딩 스튜디오’에서 핑크 플로이드에게 초안을 보여주며 앨범 커버로 활용할 것을 제안하였다. 그리고 핑크 플로이드는 5분 만에 만장일치로 해당 앨범 커버를 승낙했다고 한다.

단순하고 미니멀한 삼각 프리즘 디자인은 핑크 플로이드의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소거슨과 파월이 앨범 커버에 담긴 의미와 삼각 프리즘에 대한 부연 설명을 할 필요도 없이 핑크 플로이드는 본인들이 준비하던 앨범의 본질을 독창적으로 표현한 이미지라는 것을 단번에 이해했다고 한다.

소거슨과 파월이 성공적으로 핑크 플로이드가 표현하려고 한 앨범의 본질을 꿰뚫었다. 프리즘을 통해 나뉘는 무지개 색으로 굴절되는 빛의 시각적 묘사는 자아의 분열, 즉 하나의 삶의 경험이 여러 가지 색으로 분열되어 현실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어떻게 채색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은유를 내포한다.

커버 이미지의 초안이 승인되었다는 사실에 안심한 <힙노시스(Hipgnosis)>팀은 스튜디오에서 아이디어를 마무리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그리고 탄생한 LP 음반 커버의 스펙트럼 디자인을 살펴보면 음파를 묘사한듯한 파형이 앨범 커버 전체에 걸쳐 흐르다가 뒷면의 프리즘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획기적인 이미지를 보여준다.

특히 해당 디자인은 <힙노시스(Hipgnosis)>의 이전 프로젝트와 달리 ‘사진 촬영이 전혀 포함되지 않은 순수 그래픽 작업’이었다고 한다. 즉 당시 디자이너들에게 선구적인 시도이자 앨범 커버 제작 역사의 전환점으로 볼 수 있다.

시대를 초월하는 최고의 앨범 커버

1973년 3월 1일, 마침내 The Dark Side Of The Moon이 발매되고 전 세계 레코드 매장에 독보적인 프리즘 디자인의 앨범 커버가 공개되었다. 해당 앨범은 리스너들에게 혁신적인 사운드를 선사했을 뿐만 아니라 앨범 커버를 통해 핑크 플로이드의 브랜드 인지도 향상에 큰 도움을 주었다.

노래는 몰라도 앨범 커버는 아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앨범 커버만으로 독보적인 예술 작품으로 평가를 받았다. 소거슨이 무지개 스펙트럼이 멈추지 않고 쭉 이어서 흐르는 듯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앨범들을 디스플레이하는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지만 아쉽게도 실현시키지는 못했다고 한다.

경이로운 앨범 판매량과 함께 앨범 커버는 하나의 상징적인 이미지가 되었다. 발매 이후 수십 년 동안 티셔츠, 포스터, 머그컵 및 기타 수많은 밴드 관련 상품에 무지개 프리즘이 장식되었고 70년대 최고의 앨범 커버 중 하나로 손꼽히며 지금까지도 무시 못할 영향력을 보이고 있다.

해당 앨범의 성공으로 <힙노시스(Hipgnosis)>의 인지도는 더욱 올라갔고 이후 레드 제플린 등 명성 있는 아티스트들의 앨범 커버 의뢰를 받는 등 앨범 커버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 오죽하면 오아시스의 노엘 갤러거조차 앨범 커버를 왜 <힙노시스(Hipgnosis)>에 의뢰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너무 비싸니까요”라고 답했을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