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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K-POP을 대표하는 뮤지션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은 단연 지드래곤(G-Dragon)이다. 그의 음악과 스타일은 대중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큰 영향을 주었다. 어떤 사운드를 선보일지, 어떤 뮤직비디오를 찍을지, 어떤 옷을 입을지 등 그의 행보 하나하나가 늘 관심의 대상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2월 25일. 정규 앨범 [Übermensch]를 발표한다. 선공개 곡들로 기대감을 끌어올린 그는 월드 투어 소식까지 전하며 본격적인 활동 재개를 알렸다. 'Power', 'Home Sweet Home'에 이어서 또 어떤 사운드와 비주얼을 보여줄지 무척 기대된다.


지드래곤의 곡 중 가장 좋아하는 곡을 꼽으라면, 망설임 없이 'One of a Kind'를 선택한다. 발매된 지 13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독창적이고 강렬한 사운드를 내포한 이 곡. 다시 한번 그 가치를 조명해보려 한다.

 

 

 

지드래곤의 ‘One of a K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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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One of a Kind’를 최고로 꼽는 이유는 단순하다. 이 곡이 나의 힙합에 대한 편협한 고정관념을 완전히 깨부쉈기 때문이다. 중·고등학생 시절의 나는 ‘진짜 힙합’이 무엇인지 논하며, 다소 한정적인 시각으로 음악을 들었다. 속된 말로 언더그라운드와 오버그라운드를 철저히 구분 짓고, 아이돌 음악을 가볍게 여기곤 했다. 아이돌이 랩을 한다는 것 자체를 인정하지 않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One of a Kind’를 듣고, 보고 나서 이런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당시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미니멀한 비트, 지드래곤만이 소화할 수 있는 독보적인 스타일, 그리고 그의 자신감을 극대화한 재치있는 가사와 세련된 뮤직비디오까지. 그제야 나는 깨달았다. 아이돌과 힙합 아티스트를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사실을.


지드래곤의 천재성에 거대 자본이 더해지자 이런 멋이 탄생할 수 있구나, 하는 감탄과 함께 이 곡은 내 기억 속에 강렬하게 각인되었고 아직까지도 주기적으로 듣고있다. ‘One of a Kind’는 단순한 힙합 트랙이 아닌 지드래곤이라는 아티스트가 스스로를 정의하는 작품이다. 기존 아이돌, 주류 힙합의 공식을 깨고 전혀 다른 접근법을 시도해 그의 개성과 음악적 비전을 명확하게 드러냈다.


지금 들어도 여전히 신선하고 대담한 이 곡이, 13년이 지난 지금도 전혀 촌스럽지 않은 이유라 볼 수 있다.

 

 

 

독창적인 사운드


 

‘One of a Kind’라는 제목에 걸맞게, 이 곡의 사운드는 예술적이다. 당시 본토, 국내에서 유사한 트랙을 찾기 어려웠다. 곡의 구성 또한 변칙적으로 배치되었다. 인트로, 벌스, 브릿지 등의 배치와 길이가 전형적이지 않은, 즉 한번에 들었을 때 규칙을 찾기 어렵게 배치된 점에서 지드래곤의 세련된 감각이 돋보인다. 주류를 모방한 것이 아니라, 오롯이 지드래곤만의 스타일로 완성했다.


당시 몇몇 리뷰 사이트에서는 ‘One of a Kind’가 미국 메인스트림 힙합의 사운드를 충실히 구현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나는 이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물론, 당시 본토 힙합 씬에서 찹드 앤 스크류드(Chopped & Screwed) 기법, 오토튠, 다채로운 리듬 파트 등의 요소들이 조화롭게 활용되었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2012년 발매된 대표적인 힙합 앨범들을 살펴보면,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의 전설적인 앨범 [good kid, m.A.A.d city], 나스(Nas)의 [Life is Good], 커렌시(Curren$y)의 [The Stoned Immaculate], 치프 키프(Chief Keef)의 [Finally Rich], 데쓰 그립스(Death Grips)의 [The Money Store] 등 다양한 힙합 하위 장르의 굵직한 명반이 나오던 황금 시기였지만 당시 이런 극도로 미니멀한 사운드를 뽑아낸 아티스트는 없었다고 자부한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2012년은 ‘쇼미더머니’ 첫 시즌이 방영된 해이자, 싸이의 ‘강남스타일’,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 나얼의 ‘바람기억’ 등이 발매된 시기였다. 아이돌 음악으로는 비스트의 ‘아름다운 밤이야’, 힙합 음악으로는 프라이머리의 ‘물음표’와 에픽하이의 7집 앨범 [99]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음악적 흐름 속에서 등장한 ‘One of a Kind’는 더욱 세련된 감각을 드러낸다.


결과적으로, 당시 주류 사운드와 단순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다.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자기과시형 가사

 

가사는 제목 그대로 "나는 특별한 존재(One of a Kind)"라는 자부심을 강하게 드러낸다. 하지만 단순한 자기 과시가 아니라, 특유의 유머와 여유로운 표현이 더해져 듣는 재미를 준다.

 

“아 잘나가서 아 죄송해요”, “Young & rich that's 나란 말이야”, “날 따라해요 날 따라해요” 같은 가사는 한국 사회에서 중요한 가치로 여겨지는 ‘겸손’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후반부에 “욕하지 말고 귀엽게 봐주고 사랑해달라”는 재치 있는 가사까지 더해지면서 전체적인 분위기를 가볍고 유쾌하게 만든다. 당시 아이돌 음악에서는 보기 어려운, 자신감 넘치는 태도를 그만의 스타일로 풀어냈다.

 

당시 K-POP 가사는 대부분 사랑과 감성을 노래했고, 힙합 씬은 스웩(Swag)을 부르짖는 자기 과시형 래퍼들로 가득했다. 그런 흐름 속에서 지드래곤은 자신감과 실력, 그리고 이를 통해 얻은 부와 명예를 솔직하고 멋스럽게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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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 K-POP이 세계적으로 성장했지만, 2012년 한국 음악 씬에서 과연 누가 “내 노랜 건물을 올리지” 같은 가사를 쓸 수 있었을까?

 

 

 

사운드의 멋을 극대화한 뮤직비디오

 

‘One of a Kind’의 매력을 한층 더 끌어올린 요소는 바로 뮤직비디오다.


이 뮤직비디오는 단순한 퍼포먼스 영상이 아니다. 사운드에 맞춰 미니멀하게 구성하면서도 후반부에 급변하는 영상미로 강한 인상을 남긴다. 또한, 지드래곤을 상징하는 샤넬, 크롬하츠, 톰브라운 등의 명품 브랜드를 자연스럽게 녹여낸 스타일링, 그리고 다양한 상징적 장면들이 어우러져,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완성되었다.

 

 


 

 

초반부 호랑이와 함께 등장하는 장면은 그의 대담한 캐릭터를 강조하며, 이후 금발 드레드 헤어와 파격적인 패션 스타일은 당시 K-POP에서는 쉽게 볼 수 없던 독창적인 시도였다. 특히 금발 드레드 헤어는 나에게 강렬한 충격을 주었다.


뮤직비디오 속에는 힙합 문화를 상징하는 요소들도 다채롭게 등장한다. 거대한 그래피티 작품, ‘청소년 청취 불가(Parental Advisory)’ 라벨을 연상시키는 ‘One of a Kind’ 문구의 의상, 검정 반다나, 화려한 액세서리와 댄서들까지, 모든 것이 지드래곤만의 방식으로 힙합 문화를 담고 있다.

 

특히, 뮤직비디오 속 명품 브랜드 착장 역시 보는 재미를 더한다.

 


01. 크롬하츠 (Chrome Hea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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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뮤직비디오를 대표하는 브랜드를 꼽자면 단연 크롬하츠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크롬하츠로 풀착장한 장면들이 여러 차례 등장하며, 의류와 액세서리는 물론 스케이트보드, 의자 등 소품까지 크롬하츠 제품이 사용되었다.

 

오늘날에도 많은 힙합 아티스트들이 크롬하츠를 즐겨 입지만, 의류가 대부분이고 보통 벨트나 체인 등 액세서리를 한두 개 정도 매치하는 데 그친다. 그러나 지드래곤은 목에 담이 올 정도로, 손가락이 구부려지지 않을 정도로 과하게 크롬하츠 액세서리를 레이어링해서 착용했다. 크롬하츠의 가격을 안다면 분명한 의도가 내포되어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자기 과시의 절정을 담은 곡이기 때문이다.

 

 

02. 샤넬 (Chanel)

 

지드래곤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 샤넬이다.

 

그와 샤넬의 인연은 2014 프리폴 컬렉션부터 시작되었으며, 2015 S/S 오트 쿠튀르 쇼에 초대된 유일한 아시아 스타가 지드래곤이었다. 이후 그는 칼 라거펠트(Karl Lagerfeld)와의 인연을 쌓으며 2016년 아시아 남성 최초로 샤넬 하우스의 글로벌 앰버서더가 되었고, 2017년 샤넬 글로벌 캠페인의 커버를 장식하면서 브랜드의 대표적인 인물이 되었다.

 

샤넬은 여성복을 중심으로 하는 브랜드이기에, 지드래곤이 애용하는 트위드 재킷 역시 여성복 라인에서 나온 제품이었다. 요즘은 젠더리스 패션이 자연스러워졌지만, 당시로서는 남성이 샤넬 트위드 재킷을 입는 것이 파격적인 시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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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금발 드레드 헤어에 샤넬 트위드 재킷을 매치하고, 크롬하츠의 무지막지한 대거 목걸이와 롤링스톤즈와 협업한 크롬하츠 벨트까지 더한 스타일링은 오직 지드래곤만이 소화할 수 있는 조합이었다. 지금봐도 독보적인 스타일링이다. 이어서 뮤직비디오 후반부에도 샤넬 소품들이 활용되는 등 스타일 아이콘으로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한다.

 

 

03. 톰 브라운 (Thom Browne)

 

크롬하츠나 샤넬만큼 많은 비중을 차지하진 않지만, 2분 38초쯤 등장하는 6초간의 톰 브라운 착장은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톰 브라운 역시 대한민국에서 지드래곤이 유행을 선도한 브랜드다. 특히 지드래곤의 가장 상징적인 톰 브라운 착장은 2012 F/W 컬렉션에 포함된 스터드 장식이 돋보이는 수트들이다. ‘무한도전’의 ‘무한상사’ 편에서 입었던 수트와 함께 ‘One of a Kind’에서는 2분 38초에 잠깐 확인을 할 수 있다. 뿐만아니라 ‘크레용(Crayon)’에서도 2012 F/W 컬렉션에 포함된 제품들을 입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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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방영 당시 착용한 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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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비디오 2분 38초에서 톰브라운 착장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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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내 기억으로는 스터드 제품들이 일반 판매되지 않았는데, 톰 브라운이 지드래곤에게만 특별히 제공했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있지만 지금 찾아보니 관련 내용은 확인되지 않는다.


‘One of a Kind’라는 제목에 걸맞게, 뮤직비디오를 통해 자신의 부와 멋을 과감하게 드러내는 스타일링을 완성할 수 있었던 인물은 오직 지드래곤뿐이었다.


뿐만 아니라, 후반부의 급격한 영상미 변화는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며, 구성은 미니멀하지만 하나하나의 요소는 맥시멀한 디테일이 가득한 이 뮤직비디오는 그 자체로 종합 예술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지드래곤은 One of a Kind를 통해 K-POP과 힙합의 경계를 허물고자 했다. 기존 아이돌 음악과 주류 힙합의 공식을 깨고, 개성 강한 사운드와 스타일링을 전면에 내세워 아이돌도 독립적인 아티스트로 인정받을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후 한국 음악 씬에서 힙합적 요소가 더욱 강하게 자리 잡은 것도 이 곡이 남긴 중요한 영향 중 하나라 판단된다.


One of a Kind는 한국 대중음악 역사에 강렬한 족적을 남긴 작품 중 하나로 영원히 기억되길 바라며 이번 앨범 또한 무척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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